‘초록’을 마시는 경남 고성 힐링 스폿 3
한여름 무더위가 물러난 자리를 선선해진 바람이 채우고 있다. 온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전에 부지런히 초록빛을 채집해두어야 할 때다. 경남 고성에는 자연의 품 안에서 힐링하는 푸른 공간들이 많다. 자연은 결코 한 순간에 가꿔지지 않는다. 30~40년 세월 동안 설립자가 애정을 듬뿍 담아 만든 고성의 숲과 정원, 수목원을 소개한다.
오두산치유숲 |
●자연 안에서 숲멍
오두산치유숲
고성은 이른바‘멍’여행지다. 캠핑장에선 불멍을, 바다에선 물멍을, 오두산치유숲에선 숲멍을 누릴 수 있다. 숲길을 둘러싼 짙푸른 빛깔에 몸을 맡기면 힐링 에너지가 구석구석 부드럽게 스민다. 이한열 대표가 긴 세월 묵묵히 구슬땀을 흘려가며 만든 숲은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 같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풀과 나무, 돌계단에 피어난 이끼마저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이 대표는 지금도 여전히 탐방로를 만들고 숲을 가꿔나가는데 힘을 쏟고 있다.
오두산은 해발고도가 400m 정도에 불과하지만 숲이 깊고 무성해 걷는데 품을 들인 것에 비해 얻는 수확이 많다. 산이 까마귀머리를 닮아 오두산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숲 어귀에 카페와 숙소가 있으며 안쪽에 야외 공연장과 숙소, 담수욕장과 산책로가 가꿔져 있다. 탐방길을 따라 걷는 동안 자화상, 사랑의 거미줄, 명상 그림, 소망탑과 비상 폭포 등 볼거리들이 수두룩하다. 숲길 트레킹은 보통 걸음으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때때로 숲에서 플리마켓과 다양한 공연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숲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알토란 같은 시간들을 놓치지 말자. 행사 소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한다.
●너와 나의 비밀의 화원
그레이스 정원
오두산치유숲에서 멀지 않은 백암산 자락에는 고성이 숨겨 놓은 보석 같은 정원이 있다. 조행연 여사가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가꿔온 그레이스 정원은 수많은 꽃과 나무들이 자라는 비밀의 화원이다. 푸른 숲에 오롯하게 안긴 동화 같은 정원은 부지만 50만㎡가 넘을 만큼 크고 넓다. 워낙에 수국이 많아 수국 정원이라 불리기도 하며 경상남도 민간정원 6호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
정원에 발을 들이면 메타세쿼이아 길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쭉쭉 뻗어 난 길 끝에선 또 다른 오솔길이 이어진다. 여러 갈래로 이어진 관람로는 숲이 만든 미로나 다름없다. 이 길 저 길을 느릿느릿 산책하다 보면 발걸음은 잔디 마당으로 이어진다. 높은 산을 병풍처럼 두른 잔디밭은 유럽 정원에라도 온 듯 이국적인 분위기가 배어 나온다. 바람결에 나뭇잎이 사각대는 소리와 졸졸 물 흐르는 소리, 새들의 지저귐이 하모니를 이루며 일상에 여유를 선사하는 시간, 카페에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정원 구석구석 관람하려면 넉넉히 2시간은 잡아야 한다.
▶tip. 함께 다녀오면 좋은 여행지
바위 절벽에 세워진 암자
문수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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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의 3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문수암은 바위 절벽에 세워진 오래된 고찰이다. 신라 선덕여왕 시대에 의상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중턱에 놓인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의상조사도 감탄했다는 수려한 절경이 펼쳐진다. 절벽 틈새마다 세워진 전각들이 부처님의 계시인 것처럼 경이롭다. 바위 사이에 끼여 있는 독성각을 보면 이런 곳에 어찌 사찰을 건립할 생각을 했는지 놀랍다. 문수암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가히 장관이다.
●설립자의 철학이 깃든 수목원
만화방초
고성에는 그레이스 정원과 더불어 경상남도 민간정원(8호)이 하나 더 있다. 통영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벽방산에 자리한 만화방초가 주인공이다. 정종조 대표가 30여 년간 손수 가꿔온 만화방초는 산비탈을 그대로 살려 만든 자연 수목원이다. 40대 시절부터 주말마다 내려와 하나, 둘 꽃과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약 6만 평에 달하는 수목원에는 전망대도 있고 편백숲과 녹차밭도 있다. 자연이 좋아 시작한 일이기에 인위적인 시설들은 최소한만 갖췄다.
비탈진 지형이지만 대규모 농원처럼 일부러 땅을 다지거나 편편하게 만든 곳은 관람객들을 위한 쉼터인 카페 하나뿐이다. 경사진 길이 걷기에 좀 불편하지만 산림 훼손을 줄이기 위한 설립자의 철학에 공감한다면 자연 안에서 온전한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오솔길 사이로 소박한 야생화와 꽃나무들이 불쑥 얼굴을 내밀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SNS 사진을 위한 멋진 포토존도, 화려한 장식도 없지만 대신 마음의 평안과 위안이 가득 차오른다.
▶tip. 함께 다녀오면 좋은 여행지
고분군 아래 역사의 발자취
고성 박물관
고성박물관은 송학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과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송학동 고분군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발굴 조사가 이뤄졌는데 소가야 시대의 토기와 장신구들이 상당수 발견되었다. 박물관에는 발굴 당시 사진을 비롯해 고분의 내부 구조를 본떠 만든 전시물과 구체적인 도면도 전시되어 있다. 소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미디어아트로 꾸민 영상실은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고성 지역에 살았던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글·사진 정은주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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