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일미 : 바다의 맛
완도가 선사하는 바다의 맛. 완도일미 전복을 시작으로 완도 해산물의 모든 것을 탐했다.
완도 제일의 맛 ‘전복’
전복은 예로부터 귀한 식재료였다. 지금처럼 양식이 없던 시절에는 서민 밥상에 오르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1990년대 초부터 완도에서 전복 상업양식이 태동하고, 2000년대 들어 지역 전역에서 전복 양식이 시작됐다. 이를 바탕으로 완도는 국내 전복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지역이 됐고, ‘완도 전복’이라는 브랜드도 확립했다.
완도 아침 항구 |
완도 전복 양식장들은 11~3월에는 미역을, 4~10월에는 다시마를 먹이며 전복을 키운다. 자연산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게 잘 관리한 양식 전복은 균일한 품질을 자랑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사시사철 맛있는 전복을 적당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1년 내내 맛있는 완도 전복 |
여행자들은 완도전복거리에서 전복의 모든 것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현재 완도회타운, 수산시장55호, 완도새벽항구, 동서지간, 남강전복, 흥남식당 등 전복 전문점을 비롯해 수협 위판장, 전복 도매점, 수산시장이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전국 우수 외식거리로 선정된 이력도 있다.
어촌의 일상 |
완도전복거리가 특별해진 이유는 완도 사람들의 만만찮은 입맛도 한몫한다. 완도는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가 풍부하고, 대대로 어업에 종사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많다. 음식을 까다롭게 평가하는 현지인들이 많다 보니 오죽하면 ‘완도인은 청와대 입맛’, ‘완도 사람을 속이면 그 식당은 1년을 못 간다’라는 말도 있다. 식당들이 방심할 겨를이 없고, 새로운 전복 요리를 꾸준히 개발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전복덮밥, 깐풍전복, 전복해물편백찜, 전복제육 등을 선보이며 전복 요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오전 7시40분경에 시작하는 아침 경매 |
완도의 해산물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완도 금일수협 활선어 위판장의 아침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계절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오전 7시30분~8시 사이에 경매가 시작된다. 광어, 도미, 돌돔, 장어, 쏨뱅이, 낙지, 가리비, 복어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생선을 볼 수 있다.
2020년 우수 외식거리로 선정된 ‘완도전복거리’ |
●완도에 제대로 정착한 부산댁
흥남식당
전복거리는 아침부터 맛있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땐 고민 없이 흥남식당으로 향하자. 완도의 맛을 옹골차게 담아낸 백반과 쓰린 속을 달래 줄 해장국이 식탁에 올라와 있다. 완도로 시집온 부산댁이 18년간 갈고닦은 손맛인데, 이제는 완도 토박이보다 더 완도스러운 맛을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복거리에 있는 식당들이 으레 그렇듯 흥남식당에서도 전복코스와 여러 해산물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건 전복백반과 전복북어해장국이다.
10여 가지의 밑반찬과 전복구이, 생선구이로 구성된 전복백반은 완도, 아니 흥남식당이라서 가능하다. 평양냉면 한 그릇 가격에 계절감을 살린 반찬들이 쫙 깔린다. 감태지, 꼴뚜기 젓갈, 해초무침, 묵은지 등 하나하나 맛이 좋아 반찬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비운다. 참기름을 살짝 뿌린 전복구이(1인 2개)와 담백한 생선구이가 나오면 추가 공깃밥도 순식간에 해치운다.
최근에 선보인 전복북어해장국은 그야말로 호화롭다. 익히 알던 북어해장국에 완도 전복이 올라간 것만으로도 특별하다. 4인분을 주문하면 큰 뚝배기에 한가득 담아 주는데, 콩나물과 무, 북어가 수북하다.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여기에 말캉한 전복이 씹는 맛을 더한다. 해장국 밥상에는 4~5개의 반찬이 준비되는데 아침밥으로 부족함이 없다. 흥남식당의 손맛이 더 궁금하다면 해초비빔밥, 전복물회, 도미구이, 매운탕 등도 경험할 만하다.
●장인의 진심
남강전복
완도 전복이 장인을 만났다. 젊은 시절 서울 식당에서 일식을 배운 주인장은 완도읍에서 1991년부터 가게를 운영했다. 이후 2005년부터 지금까지 완도전복거리를 지키며 수준 높은 전복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전국 해조류 음식개발 경연대회 최우수상, 제2회 전국 전복-삼복 요리 경연대회 최우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들도 그의 내공을 입증해 준다.
이곳의 진가를 확인하려면 회, 구이, 물회, 죽으로 구성된 전복코스 요리가 제격이다. 전복회는 오도독오도독 씹는 맛이 좋은 큰 전복(7미)을 활용한다. 전복을 세는 단위는 미(尾)인데, 1kg에 몇 마리의 전복이 들어가는지를 보면 그 크기를 알 수 있다. 과일과 숙성을 통해 새콤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물회, 진한 풍미의 전복죽과 전복구이도 일품이다. 식당의 시그니처인 동백꽃 장식에서 세심함도 엿보인다. 주인장은 음식 수를 늘리기보다 요리별로 기억할 만한 맛을 내는 것에 집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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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개발한 전복덮밥도 마찬가지. 간결한 모양새지만, 맛은 직관적이다. 재료가 적을수록 맛을 내기가 어려운데 전복과 채소만으로 맛깔난 한 그릇의 덮밥을 만들었다. 또 해조류를 사용한 물회와 회덮밥도 남강의 자랑이다. 식사를 뒷받침하는 미역 장아찌, 김치 등의 반찬도 모두 직접 만든다. 특히, 재료 본연의 맛을 위해 간은 천일염과 간장만으로 한다. 식사하는 내내 주인장의 확고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전복계의 올라운더
동서지간
깊은 손맛, 깔끔한 공간, 호탕한 주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곳이다. 식사 전부터 식당에 믿음이 가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청결함. 횟집에 가면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맡게 되는데 동서지간에선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반들반들하게 닦인 바닥과 쾌적한 공간 덕분에 신뢰도가 상승한다. 완도 토박이인 사장은 “가게는 주인이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 티가 난다면서 음식도 자신 없는 건 내놓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메뉴 섭렵에 나선다. 대표 메뉴는 전복코스 요리. 전복회를 필두로 구이, 찜, 죽이 나오고 곁들임 음식과 반찬도 푸짐하게 차려진다. 조금 과장 보태서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여도 30~40분은 족히 필요할 것 같은 상차림이다. 기본적으로 재료가 훌륭하니 맛도 보장되는데, 유독 전복죽이 기억에 남는다. 전복이 대중화된 만큼 전복죽으로 유명한 집도 많지만, 이만한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조리법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질 좋은 완도 전복을 듬뿍 넣어 만든 건 확실하다. 전복코스는 1인 5만원부터 7만원까지 있는데 이왕 완도까지 왔다면 물회와 전복채소볶음이 포함된 풀코스를 추천한다.
큼지막한 낙지 두 마리(2인분 기준)가 들어간 연포탕도 빠트릴 수 없다. 전라도에서 광주, 목포가 연포탕으로 유명한데, 동서지간 덕분에 완도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오동통한 낙지 대가리, 야들야들한 다리를 두루 먹고 시원한 국물로 마무리하면 좋다.
●완도 유일의 ‘전복해물편백찜’
완도새벽항구
30년간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주인장이 완도 전복 요리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완도에서 유일하게 전복과 해산물을 활용한 편백찜을 선보이고 있다. 1인 3만원에 바다와 육지의 맛을 두루 즐길 수 있다. 편백나무의 은은한 향은 덤이다.
전복해물편백찜은 보물 상자 같다. 계절별로 조금씩 다른데, 찜기 안에는 전복과 주꾸미, 굴, 홍가리비, 뿔소라, 소고기, 표고 & 느타리 버섯, 숙주, 배추, 청경채 등이 가득 담긴다. 맛을 더해 줄 들깨와 스리라차, 유자폰즈 소스 3종도 준비했다. 전복의 몰캉몰캉한 식감을 시작으로 다채로운 질감과 향이 입 안을 감싼다. 재료가 머금고 있던 수분은 찜통 맨 아래로 스며들어 진한 육수가 된다. 여기에 어묵과 만두, 면을 넣어 즐기고, 마지막으로 죽까지 맛보면 편백찜의 모든 것을 경험하게 된다.
새벽항구의 자연산 회 코스(생선회·조림·구이·튀김·지리 구성)도 빠트릴 수 없다. 주인장이 중매 일을 겸하고 있어 위판장에서 직접 활어를 구매한다. 유통업자를 거치지 않은 만큼 싱싱한 재료를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하고, 혜택은 손님에게 돌아간다. 완도산 양식 광어를 제외하고 자연산 감성돔, 참돔, 농어, 줄돔 등이 준비된다. 4월에는 감성돔을, 4~6월에는 참돔, 농어를 맛보길 추천한다. 또 여름에는 줄돔, 가을에는 삼치와 전어 등이 좋다. 즉, 완도 그리고 새벽항구에서는 1년 내내 맛깔난 해산물을 경험할 수 있다.
●‘전복제육’의 화끈한 유혹
수산시장55호
순한 전복에 매콤함과 돼지고기를 더했다. 10년째 완도전복거리를 지키고 있는 수산시장55호의 ‘전복제육’이 주인공이다. 부드러운 전복과 고소한 삼겹살, 감칠맛 좋은 양념장, 아삭한 숙주, 향긋한 깻잎이 조화를 이뤄 한국인의 취향을 저격할 맛이 완성됐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대중적인 맛이면서 동시에 중독적이다. 분명 배가 부른데 숟가락을 놓지 못할 정도다. 간이 딱 맞아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복회, 생선회 등 날것을 먼저 맛보고 전복제육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완도산 광어다. 빛깔이 고운 광어회가 단정하게 접시에 올라와 있다. 활어회인데 마치 숙성한 것처럼 진한 맛을 낸다. 거기에 활어 특유의 쫄깃함도 있다. 완도 광어의 진가를 확인했다. 양식의 장점인 ‘균일성’을 또 한 번 느꼈다. 언제 먹어도 일정 수준의 맛이 보장되니 아무 때나 방문해도 된다.
이 밖에 55호 주인장의 추천 메뉴는 생선, 갑오징어, 전복 등 취향에 맞춰 재료를 준비해 만드는 물회와 전복코스다. 물회는 날이 무더워질수록 인기가 많아지고, 전복코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곁들임 음식을 줄이고 비용도 낮췄다. 특히 식당 옆 도매 가게에서 전복을 구매하면, 손님은 조리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3인부터 1인당 만원에 회, 찜, 죽 등 전복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만원만 추가하면 물회도 따라온다.
●완도의 자랑 ‘해양치유밥상’
완도회타운
완도가 자랑하는 해양치유밥상을 제대로 경험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요리사가 선보이는 해양치유밥상은 해산물 잔칫상이다. 맛은 물론 눈을 사로잡는 색감과 풍성함이 특징이다. 완도에서는 인당 3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게 참 많은데, 이곳도 그렇다. 4인 12만원이면 수도권에서는 볼 수 없는 구성의 음식이 준비된다.
해양치유밥상에는 어전쟁반, 생선회, 해물 모둠, 전복 해초 물회, 생선튀김 채소 샐러드, 장어 철판구이, 생선가스, 해초 황금반, 전복죽, 셔벗 총 10가지 음식이 포함된다. 완도의 특산물인 전복과 생선, 해조류, 비파 등을 골고루 담은 완도 바다 맛의 결정체다. 단체관광 맛집으로 알려지면서 인근 지역을 여행하는 그룹도 이 식당을 위해 완도에 들를 정도라고.
하나하나 빠지지 않는 맛이지만, 어전쟁반과 생선회, 해물 모둠이 가장 눈에 띈다. 어복쟁반을 완도식으로 해석한 어전쟁반은 생선 뼈를 곤 진한 육수와 전복, 생선전, 채소가 어우러진 전골 요리다. 바다의 맛이 응축된 국물과 갖가지 부재료를 먹는 재미가 있다. 해물 모둠은 완도 비파로 초록색을 낸 냉채 소스와 소라, 가리비, 해초가 어우러진 음식인데,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두 번 즐기는 요리다.
신메뉴로 선보인 깐풍전복과 전복탕수, 자연산 생선회(참돔·돌돔 등)도 기억해야 한다. 특히, 16미 전복 10마리를 넣은 깐풍전복은 담백한 전복에 중식의 화력과 튀김의 고소함을 더한 걸작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완도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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