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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를 먹포로 만든 곳, 식욕이 머무는 항구 '목포 '

목포(木浦). ‘목’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호남에서 가장 목이 좋은 도시다. 바다에선 서해와 남해가 만나고 신안 등 수많은 섬의 모항을 품었다. 육상에서도 마찬가지.  ‘비 내리는 호남선’의 종착역이며 남해안을 가로로 긋는 경전선의 시발역이다. 자동차 도로도 좋다. 국토를 종횡으로 나누는 국도 1~2호선이 모두 목포에서 출발한다. 

먹포대교, 아니 목포대교

●목포가 먹포 되다

목포의 역사는 짧다. 원래 신라 때 무안군에 속했다. 조선 태종 때 목포진이 생겼고, 대한제국 말 일제의 개항 강요에 따라 결국 외국 자본으로 계획도시 목포항(목포부)이 생겨난다. 1897년 10월1일의 일이다. 갑자기 근대 항만과 더불어 철도, 도로가 놓였다. 이를 활용할 산업체와 학교도 들어섰다. 일본인, 자본가, 노동자, 학생들 등 많은 이들이 목포로 몰려왔다. 드넓은 호남평야와 바다를 잇는 목포는 일본으로 쌀과 물자를 송출하기에도, 외국으로부터 사람과 화물이 오가기에도 유리했다. 1944년 인구(6만9,000명)는 당시 남북한을 합쳐 한반도 10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대도시였다. 무려 부산과 인천, 원산과 더불어 조선 4대 항구도시였다. 그때부터 지금껏 ‘목포는 항구’였다.

목포는 항구다. 참 목이 좋은 도시다

목포는 항구다. 참 목이 좋은 도시다

요즘은 먹는 항구다. ‘먹포’라 불러도 무방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땅이 좁은 대신 교통이 좋다. 섬과 평야 등 많은 지역과 바로 연결되어 실제 목포 땅은 생각보다 넓다. 돈과 일이 넘쳐나니 음식문화도 발달했다. 시장과 식당 등 소비산업도 발달했다. 목포 여행에서 볼거리는 역시 유달산이 중심이다.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유달산에 올라 멀리 대양을 바라볼 수 있고 바다에선 요트를 즐길 수 있다. 지난 2019년 9월 개통한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총연장 3.23km의 어마어마한 탑승 구간과 중간중간 달리 펼쳐지는 전망으로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유달산은 해발고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근육질 암봉과 강한 기세로 시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영산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바닷가 카페에서 망망대해를 조망할 수 있다. 유달산 아래로 이어진 삼학도에는 목포자연사박물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등 박물관이 모여있는 문화의 거리가 있다. 역사관 인근 거리에는 올망졸망 키 작은 일본식 목조가옥 골목 안쪽으로 맛있는 식당이나 떡집, 빵집, 카페가 많아 이곳저곳 둘러보기 좋다.

●목포 먹거리 트렌드에 대하여

요즘 목포에서 가장 핫한 곳은 대반동이다. 해양대학교 인근 언덕배기 대반동은 유달산 중턱이다. 옛날부터 그림 같은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요즘은 여기저기 밝힌 불빛 덕에 ‘백만불 야경’이 생겨났다. 유달유원지에 들어선 카페 ‘대반동 201’은 근사한 전망과 함께 다과와 달다구리 디저트, 술 한잔도 즐길 수 있는 ‘낭만 일번지’다. 테라스와 전면 통유리에 투영되는 야경은 화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서정적이다. 이곳은 다양한 음료와 함께 곁들이는 무화과 케이크 등이 유명하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음식을 맛보며 휴식을 즐길 수 있어 목포 여행 중 나이트라이프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1층에는 ‘선셋101’이 있다. 해물과 고기를 한데 구워 먹는 철판모둠을 먹다 보면 붉은 노을이 저무는 이벤트가 열린다. 요즘 이곳에 다시 해변을 복원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가을이 되면 여느 휴양 섬에 놀러 온 듯 해변의 낭만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야경이 아름답다. 그리고 배가 고파 온다

야경이 아름답다. 그리고 배가 고파 온다

목포 신도심은 갓바위와 바다분수로 유명한 ‘하당 평화광장’이 중심이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조명으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인기 높은 바다분수는 당분간 운영되지는 않지만, 상업지구는 여전히 불야성을 이룬다. 구도심을 지키던 많은 가게들이 ‘하당’으로 옮기거나 분점을 뒀다. ‘미식도시’의 중심가답게 맛난 먹거리들로 빽빽하다.

목포 갓바위, 목포 8경 중 하나다

목포 갓바위, 목포 8경 중 하나다

이름난 노포도 많고 새로 인기를 주도하는 신흥 점포도 많다. 프랜차이즈 체인점도 많이 보이지만 남도 목포 특유의 로컬 음식을 내는 곳도 많다. 생닭발을 뼈째 두드려 다짐회로 내는 ‘유달먹거리’도 이곳에 있다.


입맛 까다로운 목포 시민들이 찾는 맛집도 수두룩하다. 진짜 금가루를 뿌려 나오는 푸짐한 족발에 화려한 반찬을 자랑하는 ‘목포황금족발’과 깔끔한 초밥과 싱싱한 참치회 맛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몰이 중인 초밥집 ‘해태초밥’, 한우낙지탕탕이를 전국적으로 히트시킨 ‘하당먹거리’, LA갈비와 갈빗살을 파는 ‘립서비스’, 서울에선 귀한 덕자 병어와 삼치회를 맛볼 수 있는 ‘별스넥’ 등이 신도시 하당의 먹거리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민어와 준치, 홍어 등 전통 향토음식은 물론, 면발 가느다란 짜장면집 ‘중깐’이나 달콤한 디저트 카페 ‘쑥꿀레’, ‘코롬방 제과’의 새우바케트 등 전통과 트렌드가 결합된 음식들이 더해지며 오늘의 미식도시 먹포, 아니 목포를 만들었다. 

●목포를 먹포로 만든 곳
중깐 맛집, 중화루 

목포역 앞 중화루는 한자리에서 60년 이상 영업해 온 중식 노포다. 대를 이어 옛날 방식 짜장면과 짬뽕을 한다. 직접 제면기를 두고 면을 뽑는데 메뉴에 따라 굵기가 다르게 낸다. 대표메뉴 ‘중깐’은 채소와 돼지고기를 곱게 다져 춘장에 들들 볶아 얇은 면 위에 얹은 메뉴다.

장터식당

장터식당

밥도둑 게살, 장터식당 

장터식당는 게살을 매콤하게 무쳐 놓은 대접에 밥을 비벼 먹는 꽃게무침 비빔밥을 내는 집이다. 맛은 좋지만 까기 귀찮은 생꽃게살을 죄다 발라 담아내니 고맙다. 밥 한 그릇 뚝딱이다. 

해태초밥

해태초밥

일식의 정수, 해태초밥  

해태초밥은 가볍게 정통 일식 초밥을 즐길 수 있는 집이다. 신선한 해물 재료를 사용해 초밥과 참다랑어 회, 각종 일식 요리를 낸다. 초밥을 주문하면 일식풍 라면을 준다.

황금족발

황금족발

남도식 족발, 황금족발 

일명 ‘목포족발’로 소문난 황금족발은 한돈 앞 뒷발을 깔끔하게 삶아 저며낸 족발이 주메뉴다. 남도 상차림답게 주먹밥과 순두부 등 다양한 곁들임을 제공해 푸짐하고 든든하다.

Rib, 립서비스 

LA갈비와 갈빗살을 전문으로 파는 립서비스. 입술(Lip)이 아니라 갈비(Rib)인데 입이 즐겁다. 마치 외국의 한식당을 찾은 듯 젊은 분위기 속에서 갈비구이를 하이볼, 생맥주 등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해장 전문, 조선쫄복탕 

목포 국제여객터미널 부근 ‘조선쫄복탕’은 지역 술꾼들에 든든한 해장집이다. 이른 아침부터 갖은 채소를 넣고 졸복을 어죽처럼 푹 고아 낸다. 뜨겁고 걸쭉하지만 후룩 마시면 가슴이 탁 트이며 숙취를 대번에 날린다.

대반동201

대반동201

야경 맛집, 대반동201 

대반동201은 일몰 즈음과 목포대교 야경이 끝내주는 집이다. 이때는 디저트와 차뿐만 아니라 바다를 바라보며 낭만적인 술자리를 가질 수 있어 더욱 근사하다. 시내와 그리 멀지 않아 택시로 이동하는 편이 낫다.


*‘저세상’ 유머 코드와 황당한 상황극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우석 소장은 오랜 신문사 기자 생활을 마치고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를 열었다. 신나게 연구 중이다.


글·사진 이우석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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