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첫 섬은 어디입니까? 승봉도에서의 첫 백패킹
거칠지만 순수한 자연, 섬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백패킹의 자발적 불편함과도 잘 어울렸다. 섬에서의 첫 백패킹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콩콩 뛴다. 텐트와 장비를 욱여넣은 배낭을 메고 설렘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간 승봉도, 그러고 보니 15년이나 흘렀다.
자갈 모래 조개껍데기로 이뤄진 부두치 해변 |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오랜만이다. 문득 떠오른 첫사랑처럼, 승봉도가 그랬다. 부랴부랴 배편을 예약하고 배낭을 꾸렸다. 장비는 많이 단출해졌다.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하니 버너와 코펠, 연료가 불필요해졌다.
한때 80L 배낭으로도 모자라던 장비들이 이젠 50L에 쏙 담긴다. 따지고 보면 15년 전에는, 승봉도의 모든 것을 볼 수 없었다. 내 오래된 하드디스크 속에는 그 유명한 남대문바위, 촛대바위 사진이 없다. 그땐 정보도 없었을뿐더러, 마침 밀물 때라 모든 해안 경관이 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승봉도는 여전했다. 선착장에 아치가 섰고 섬길이 반듯해진 것을 제외하면 오래전 기억과 큰 다름이 없었다. 승봉도는 여의도 크기의 1/4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차량을 동반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만큼 걸어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섬이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는 불과 10분 거리다. 산이라고 해봐야 해발 93m의 신황봉이 고작이다. 섬 한 바퀴를 다 돌아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일명 코끼리 바위로도 불리는 버끈내 해변의 남대문바위 |
여행객들이 승봉도를 찾는 목적의 반은 섬의 북쪽 해안에 있다. 여느 섬이라면 하나라도 드물었을 절경의 기암들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으니 말이다. 부채바위, 남대문바위, 촛대바위 등의 이름을 가진 바위들은 자연의 솜씨라 여겨지지 않을 만큼 정교하며 규모도 대단하다. 특히 남대문바위는 전형적인 해안침식지형인 씨 아치(Sea Arch)로, 흑산면 영산도의 석주대문과 아주 흡사하다. 썰물과 밀물, 그리고 날씨에 따라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며 거친 표면을 뚫고 생명을 유지해 온 소나무들도 바위를 돋보이게 한다.
승봉도의 해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물때를 잘 확인해야 하는데, 아침 여객선이 섬에 도착한 후 바로 트레킹을 시작하면 얼추 시간이 맞다.
● 가장 높은 전망대 신황정
승봉도의 북쪽 해안, 그 아름다운 경관의 피날레는 절벽 밑동을 따라 놓인 데크로드 구간과 촛대바위 담당이다. 촛대바위는 본디 ‘신황봉’이란 커다란 몸통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 정자 하나가 세워져 있으니, 바로 ‘신황정’이다. 신황정은 드론 없이도 북쪽 해안과 남대문바위가 있는 버끈내 해변의 모습까지 오롯하게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스폿이다. 또 동쪽으로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막힘없는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승봉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해발 93m의 신황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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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황봉이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승봉도에는 신씨와 황씨에 대한 입도 전설이 전해진다. 고기잡이하다 풍랑을 만나 떠밀려 온 신씨와 황씨가 경관과 땅의 비옥함에 반해 섬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섬의 옛 이름도 신황도였단다. 신황봉은 두 사람이 꼭대기에 올라 자손 번창을 기원했던 곳이라는데, 현재 80가구 160명의 주민 중에 신, 황씨가 많은 것을 보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신황봉에서 바라본 승봉도 북쪽 해안 절경 |
신황봉의 남쪽에는 목섬 그리고 부두치 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목섬은 꽤 많은 섬에서 만나게 되는 흔한 이름이다. 본 섬과 마치 목처럼 좁은 사주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물때에 따라 독립적인 섬이 되고 또 본 섬과 연결되는 점도 목섬의 특징이다. 부두치 해변은 파도가 세게 부딪친다는 뜻을 가졌다. 강한 파도에 의해 부서진 갯돌의 잔해와 조개껍데기 그리고 모래가 뒤섞여 해안을 채웠다. 섬사람들은 부두치 해변을 승봉도 최고의 비경으로 꼽기도 한다.
촛대바위로 이어지는 신황봉 밑동의 해안데크길 |
이일레 해변은 승봉도의 대표적인 관광스폿이다. 여름 휴가철에는 많은 피서객이 몰려들어 번잡하지만, 그 밖의 계절에는 드넓은 모래사장과 맑은 바다가 텅 하니 비워진다. 이일레 해변의 정서는 평화로움이다. 그러다 보니 털썩 주저앉아 사색하기에 그만이다. 단출한 형식의 캠핑도 좋다. 승봉도의 하루는 대이작도 너머로 저문다. 이일레 해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해변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시간의 흐름을 담을 수 있다.
노을빛에 잠겨 가는 이일레 해변의 저녁 |
이일레 해변 뒤편으로는 산이 하나 버티고 서 있다. 최고점이 68m에 지나지 않을 만큼 나지막하지만, 이래 봬도 당산이다. 당산은 삼림욕장을 품고 있다. 산림욕장에서 당산 줄기, 해안 산책로 그리고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길을 ‘승봉도 바다둘레길’이라 부른다. 별다른 노고 없이 산림욕과 해안풍경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산책코스다.
이일레 해변에 앉아 도시락을 먹은 후 슈퍼에서 사 온 얼음으로 냉커피를 만들었다. 한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키다 문득 15년 전 승봉도를 소환했다. 아내와 함께 텐트에 누워 바라보던 하늘, 햇살, 바다. 어쩌면 그때 그 순간이 너무도 좋아 지금껏 섬을 찾아 여행을 이어갔었는지도 모른다. 싱그러운 첫 섬의 기억, 당신의 첫 섬은 어디입니까?
▶승봉도에서 주목해야 할 BEST Spot 3
사승봉도 |
사승봉도
사승봉도는 승봉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2km 떨어진 무인도로, 개인 소유의 섬이다. 섬 전체가 모래로 뒤덮여 사도로도 불리며 그 면적은 썰물 때면 더욱 드러난다. 북서쪽의 백사장과 풀밭이 만나는 지점이 가장 캠핑하기 좋으며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무인도의 원시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저녁 무렵의 환상적인 낙조 그리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을 볼 수 있다.
상경공도 |
상경공도
승봉도 남쪽으로 2.2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과거 텅스텐 광산이 있던 무인도다. 백사장으로 이뤄진 해변이 아름답고 폐광의 흔적이 남아 있어 최근 카약을 타고 들어가거나 승봉도나 대이작도에서 고깃배를 빌려 입도하는 사람들이 늘어 가는 추세다.
승봉힐링캠핑장 |
CAMPING
‘승봉힐링캠핑장’은 섬 자치단체인 ‘승봉개발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공식 캠핑장이다. 데크사이트 16면과 4대의 캐러밴이 설치돼 있다. 샤워장에 온수가 제공되며 사이트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단 해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일레 해변은 백패커들이 주로 캠핑을 즐기는 장소다. 개수대, 화장실 등의 제반 시설에 퍼걸러 뒤로는 솔숲이 펼쳐져 있어 캠핑환경이 좋은 편이다. 성수기에는 승봉개발위원회에서 야영비를 징수하고 해변을 관리한다. 비수기에는 캠핑이 제한될 수 있다.
▶여객선
▷인천항 연안여객선터미널 ↔ 승봉선착장 차도선
(1일 1회 운항), 쾌속선(1일 2회 운항)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 ↔ 승봉선착장
(차도선 1일 1회 운항)
*공휴일, 성수기 증편 운항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 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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