뺀질이 아니에요! ′상큼 발랄 20살′ 김윤우의 행복 가득한 라이프스타일
IBK기업은행 김윤우는 세터로서 매력적인 176cm의 신장과 좋은 기본기를 인정받아 1라운드 5순위로 IBK기업은행 옷을 입었다. 갓 스무 살이 된 그에게 2023년은 새로운 게 많았다. 생각보다 이른 2022년 9월 5일 처음 V-리그 경기에 투입되며 프로 무대를 밟았다. 분명 우여곡절도 있었을 첫 시즌이지만, IBK기업은행의 막내로서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22-2023 시상식에는 시즌 이슈 총정리 MC로 나서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깨발랄+상큼한 이미지와 달리, 매사에 신중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K-장녀로서 성숙한 모습을 뽐내는 김윤우를 <더스파이크>가 만나보았다.
Q. 더스파이크와 첫 인터뷰에요.
학생 때부터 <더스파이크>를 알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애들하고 “나도 우승해서 <더스파이크>랑 인터뷰하고 싶다”라고 많이 말했거든요. 그래서 오늘 인터뷰하는 게 더 떨리고 기분 좋습니다.
Q. 사진 촬영에 능숙하던데, 평소 사진을 자주 찍나요?
프로 입단하고 나서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어요. 알토스 TV에 자주 나오면서 익숙해진 것 같아요. 사실 찍히는 것 보다 찍는 것을 더 좋아해요. 제가 사진 포인트를 잘 알거든요(웃음).
#1년 차 프로 #20대도 1년 차
Q. 프로 입단 이후 첫 휴가 어떻게 보냈나요?
중, 고등학교 때는 이렇게 길게 휴가를 안 받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쉬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떨어질 볼 감각이 제일 걱정이었죠. 그래도 여행도 다녀오고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Q. 이제 법적으로 성인이 됐는데 20살 되자마자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친구들이랑 술집에 가보고 싶었어요. (가봤는지.) 아니요(웃음). 1월 1일에 현대건설과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1월 1일에 술집 다녀온 거를 SNS에 올리더라고요. 당시에는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그래도 나는 ‘돈 버니까… 직장인이니까’라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Q. 그럼 20살을 실감한 일이 있었나요?
시즌 끝나고 팀 언니들이 “윤우야 우리만 따라와. 언니들이 소개해 줄게”라고 해서 졸졸 따라다녔어요. 요즘은 술집이 아니어도 주민등록증 필요한 곳이 많더라고요. 그런 곳을 갈 수 있는 게 신기했어요.
Q. 고등학생 김윤우와 20살 직장인 김윤우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을까요?
작년에는 3학년이었잖아요. 그래서 내가 무언가를 주도하는 일이 많았어요. 이제는 언니들이 많으니까 따라가는 게 많은 것 같아요.
Q. 첫 월급은 어디에 썼나요?
후배들(강릉여고) 바비큐 파티하라고 돈을 보냈습니다(웃음). 그리고 부모님께 보냈습니다. (자신을 위한 선물은 없었는지.) 어렸을 때부터 저축을 좋아했어요. 저축했다가 필요한 것만 사요. 쓸데없는 물건을 거의 안 삽니다.
Q. 20살이 반절 정도 지났는데, 올해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운전면허를 따고 싶었는데, 올해는 못 딸 것 같아요. 휴가가 끝나서 시간이 조금 애매해졌습니다(웃음). 그리고 돈 1천만 원 모으기가 있었는데, 그건 모아서 부모님 드렸습니다.
#재치도 유머도 만 점이랍니다
Q. 유튜버가 된다면, 어떤 유튜버가 되고 싶나요?
일상 v-log 유튜브 해보고 싶어요. 내 일상도 재밌거든요. 채널명은 ‘유누유누’로 하고 싶어요(웃음).
Q. 운동을 안 했다면, 가보고 싶은 대학 학과는?
배구선수를 안 했어도 체육대학에 갔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워낙 움직이는 걸 좋아했어요. (반대로 절대 안 갔을 것 같은 학과는.) 음… 수학 관련 과요. 물론 내가 머리는 좋아요(웃음). 한다면 하는데, 굳이 머리를 쓰고 싶지 않다~ 이런 느낌이에요(웃음). 다시 말하지만, 해야 한다면 할 수 있습니다(웃음).
Q. 가장 위로받았던 무언가가 있다면요?
책이요. ‘바보 빅터’라는 책입니다. (내용을 소개해줄 수 있는지.) 주인공이 자폐성 장애가 있는 줄 알고 살았어요. 실수를 많이 하는데 엄마가 옆에서 계속 “괜찮다”라고 하면서 끝까지 아이를 믿어주는 그런 내용이에요. 알고 보니 천재였지만요(웃음). 사실 책을 읽으면 흐름이 끊길 때가 있고, 그럼 여러 번에 나눠서 책을 읽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었어요. 이유 없는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Q. 최근 꽂힌 한 가지가 있나요?
옛날 노래를 많이 들어요. 최근에 집에서 이 노래를 들으니까, 엄마가 “이거 내 플레이리스트 아니야?”라고 하셨어요(웃음). 엄마가 자주 듣던 노래래요. 나랑 취향이 비슷한가 봐요(웃음). (노래 추천을 한다면.) 이승철의 ‘말리꽃’이랑 윤미래의 ‘검은 행복’이요. 정말 좋아요. 꼭 들어보세요!
Q. 고등학교에서 바로 프로 입단했잖아요. 대학에 대한 로망은 없었나요?
누구나 한 번쯤 대학 캠퍼스 커플을 꿈꾸지 않나요(웃음). 제가 여중, 여고를 나왔어요. 캠퍼스를 거닐다가 딱 눈 맞는 그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어요(웃음). 하지만 로망은 로망이니까 괜찮아요.
Q. 김윤우는 어떤 사람인가요?
겉으로는 생각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속은 깊고, 생각도 많은 사람이요. 내가 바보같은 이미지예요. 그래도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는 사람입니다.
Q. 팀원들이 부르는 별명이 있나요?
(박)민지 언니가 ‘윤’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언니 이름 다 부르기 귀찮아서 그러는 거죠?”라고 물어보니까 맞대요. 그리고 내가 몸이 약하니까 언니들이 종이 인간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내가 모두 재밌게 해주려고 몸치인 척을 계속했더니 진짜 몸치가 됐어요(웃음). 그래서 몸치라고도 불려요.
#이제는 돌려드릴게요!
한 명의 선수이기 전에, 가족들의 사랑을 온전히 받고 자란 김윤우. 그는 이제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자 한다. 가족을 향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양해 구하고 어머니께 통화 연결) 어머니께 김윤우는 어떤 딸인가요?
내가 잔소리는 많이 하지만, 항상 본인의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현명한 딸이에요(웃음). (어머님 말에 동의하는지.) 네 동의해요. 잔소리를 정말 많이 하세요. 그중에서도 예의를 정말 강조하세요.
Q. 자신은 어떤 딸이라고 생각하나요?
츤데레 딸이요. 툴툴거릴 때도 있지만, 엄마가 갖고 싶다고 하면 다 사드려요. 월급도 엄마 통장으로 일부 자동이체 해놨습니다(웃음).
Q. 부모님과 기억에 남는 최근 에피소드가 있나요?
엄마가 최근에 “집에 오는 길에 소주 좀 사다 줘”라고 하셔서 가는 길에 사 갔어요. 엄마가 “네가 술을 살 수 있으니까 진짜 편하다”라고 하셨어요. 제가 그런 심부름을 할 수 있는 게 신기했는데, 한편으로는 앞으로 자주 시킬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웃음).
Q.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학교 다닐 때는 가족들이랑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시간이 안 맞아서요. 이번 휴가 때 외할머니랑 엄마랑 고기도 먹고, 카페도 가고 그랬어요. 할머니를 오랜만에 뵀는데, 흰머리가 많아진 모습을 보면서 되게 뭉클했어요.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내가 직장을 구해서 할머니께 뭐라도 해드릴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집 소파도 바꿔드리고, 운동화도 사 드렸어요. 그때 할머니랑 손잡고 걸었는데, 되게 여유롭고 행복했어요.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랑 있는 시간이 많아서 더 그런가 봐요(웃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좋아요(웃음).
#배구를 빼놓을 수 없는 김윤우의 Lifestyle
Q. 가장 기억에 남는 응원 문구가 있었는지?
다 기억에 남는데, 하나만 뽑자면 ‘김호철, 김윤우 귀여워’ 이거요(웃음). 되게 생각지 못한 조합의 플래카드여서 기억에 남습니다.
Q. 김호철 감독 관련 질문을 빼놓을 수가 없어요. 유독 경기 시작 전 하이파이브를 세게 하던데, 이유가 있었나요?
사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었어요. 갑자기 한 번 세게 쳐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세게 쳤는데, 감독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막 찡그리시면서 아프다고 하시는데 너무 재밌길래 계속하게 됐어요(웃음).
Q. 김호철 감독이 자주 하는 말이 있나요?
‘뺀질아’라고 많이 하세요. (이유가 있는지.) 감독님이 계속 ‘뺀질아’라고 부르시길래 뜻을 찾아봤어요. (뺀질거리다-몸을 요리조리 빼면서 계속 일을 열심히 하지 아니하다_출처 국어사전) 그런데 나는 정말 열심히 운동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 저는 운동 열심히 하잖아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감독님께서 엄청 웃으시면서 “맞아 너는 열심히 하는 뺀질이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진짜 열심히 하는데 뺀질이라고 하면 속상하다고 하니까 좀 전에(인터뷰 당일 5월 3일) 손가락 걸고 약속했어요. 뺀질이라고 안 부르기로요(웃음).
Q. 김윤우에게 김호철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요?
할아버지 같은 분이요. 나한테 가끔 감독님도 “손녀야, 막내딸아”라고 하세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운동할 때는 정말 감독님 그 자체인데, 끝나면 가족같이 친근하세요.
Q. 프로 데뷔 후 인기를 실감한 경우가 있었나요.
사실 처음에는 플래카드가 많이 없었어요. 시즌 후반이 될수록 내 플래카드가 많아지는 게 보여서 좋았어요. (밖에서 알아보는 경우가 있는지.) 아직은 없어요(웃음). 에피소드가 하나 있긴 해요. 할아버지가 가족 여행 준비하시면서 여행사에 이름을 적었대요. 그 직원분이 김윤우가 혹시 IBK기업은행 김윤우 선수 맞냐고 물어보셨대요. 그래서 할아버지 어깨가 이만큼 올라가면서 좋아하셨다고 했어요(웃음).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최)정민 언니랑 인천 삼산체육관에 챔피언결정전 보러 갔거든요. 집에 왔는데 SNS로 ‘윤우 선수인 줄 몰랐다. 모델인 줄 알았다’고 연락이 왔어요(웃음).
Q. 응원가 선정 계기가 있나요?
내 기준에서 제일 신나는 노래예요. 나 좀 ‘낭만 고양이’ 같지 않나요? 그래서 하게 됐습니다(웃음).
Q. 배구 없이 진행한 인터뷰 어땠나요?
배구 얘기하면 답하기 어려울 때도 있거든요. 생활 얘기하니까 나를 돌아보게 됐어요.
Q.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첫 시즌에 잘하다가도 부족한 모습이 많았어요. 다음 시즌에는 기복 없이 잘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은 언제나 서툴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윤우는 자신의 생에 처음으로 찾아온 20대도, 프로 무대도 용감하게 잘 헤쳐나가고 있다. 그와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보다 큰 포부와 깊은 속을 알 수 있었다.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김윤우. 누구보다 밝을 그의 미래를 <더스파이크>가 응원한다.
글. 이가현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