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라는 술 자체가 왠지 공부하면서 마셔야 할 것 같은 부담과 어려움을 줍니다. 낯 설은 품종명과 법규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와인 모임이나 지인과의 술 자리를 가서도 어떤 와인을 주문해야 할지 시작부터 난관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떻게 와인을 주문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어느 정도 가격대의 와인을 주문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호스트(Host)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본인의 경제적인 사정과 초대한 손님의 기분을 고려해서 결정하면 됩니다. 단 너무 저렴하거나 비싼 와인은 손님에게 불쾌감 또는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만약에 한 병을 마신다면 레스토랑 세트 또는 코스 메뉴 가격 정도의 와인을 선택하시면 좋습니다. 여러 병을 마시는 경우엔 메인 와인을 조금 더 비싼 것으로 선택하고 나머지 와인을 저렴한 것으로 주문하는 것이 메인 와인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기 때문에 효과적입니다.
제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와인의 양을 얼만큼 주문해야 하냐는 것입니다. 필요한 와인의 양은 참석한 사람들의 숫자, 식사 시간, 분위기, 와인 종류, 주량 등을 전부 고려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저녁식사를 기준으로 보통 남자는 약 2.5잔, 여자는 1.5잔을 마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750ml 와인 한 병은 넉넉히 따랐을 때 5잔이 나오고 샴페인은 6잔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필요한 와인은 인원수 곱하기 남자의 경우 2.5, 여자의 경우 1.5에 나누기 5를 하면(샴페인의 경우 6) 답이 나옵니다. 하지만 주량이 센 경우는 예외고 이 공식은 평균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다음으로 모임에서 와인을 몇 종류를 주문해야 하는지도 의문사항이 됩니다. 이것은 파티의 성격과 분위기, 음식, 예산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는데 보통 점심에는 한 종류의 와인으로 충분하지만 저녁에 하는 만찬의 경우 두 종류 이상을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스가 긴 정찬일 때는 네 종류 이상의 와인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음식 코스 종류에 따라서 1종류라면 레드, 2종류라면 화이트-레드, 3종류라면 화이트, 레드, 디저트, 4종류라면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디저트 순으로 와인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신맛이 많이 나는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반드시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과의 조화는 물론, 분위기 상으로도 화이트나 스파클링 와인을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레드 와인을 마시면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반면 화이트 와인은 좀 더 빨리 분위기를 살리는데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가장 빨리 띄울 수 있는 술은 샴페인 입니다. 그래서 파티에는 흔히 샴페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와인을 대접받는 입장에서도 레드 와인 4종류를 마시면 단순히 ‘레드 와인을 마셨다’라고 기억하지 ‘레드 와인 4종을 마셨다’라고는 잘 기억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스파클링, 화이트, 디저트 등 다양한 구색의 와인을 제공하는 것이 대접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와인을 대접 받았다’라고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같은 돈을 썼다면 후자 쪽이 훨씬 더 효과적인 접대겠죠?
와인들은 10명 이상이 함께하는 큰 모임이라면 미리 주문을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급하게 주문할 경우 재고가 없는 경우도 있거니와 미리 주문하는 것이 온도나 디캔팅 등을 고려하여 훨씬 좋은 조건에서 서비스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참여 인원이 적어서 와인 당 한 두 병으로 충분하다면 마시면서 주문해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와인을 주문할 때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가격이 있을 때 소믈리에가 어떻게 이를 알아차리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대놓고 ‘얼마짜리 와인을 추천해 주세요’ 라고 말하기엔 함께 온 사람에게 민망합니다. 뭐 아주 친한 친구 사이라면 상관없겠지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리 도착해서 소믈리에에게 말해 놓는 것입니다. 그럴 시간이 없다면 와인 리스트를 보면서 소믈리에에게 언질을 주는 것입니다. 손가락으로 집어서 “이 와인은 어떤가요?”라거나 와인 이름을 거론하면서 “이 와인은 어떤가요?”라고 묻는다면 노련한 소믈리에는 손님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 가격대의 와인들을 추천 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와인 가격을 깎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서로가 곤란해 질 수 있거든요. 다만 업장마다 레이블이 살짝 손상된 등의 문제로 할인을 하는 와인이 있을지 모르지 평소에 소믈리에와 친하게 지낸다면 이런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죠?
WRITTEN BY 오형우(Dean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