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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쉰에 3번 쫄딱 망하고···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창업해 월매출 1억

“50살이요? 남들 다 인생에서 뭐 하나라도 이룬 나이예요. 그 나이 먹도록 저는 식당 3번 차려서 쫄딱 망한 경력밖에 없었죠. 그래도 다시 맨손으로 창업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죠.”

새마을식당 인천구월점 주석환(50) 점주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8월 매장을 열었다. 사장으로 가게를 오픈한 것은 8년 만의 일이었다. 주 점주는 2012년 이미 다른 고기 브랜드를 창업한 이력이 있다. 그땐 장사한 지 10개월도 못 돼 폐업 절차를 밟았다.

새마을식당 인천구월점 주석환 점주

“군 전역 후 중소 전기공사 회사에 입사해 일했어요. 2003년쯤 회사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졌습니다. 그 뒤로 퇴사해 닥치는 대로 일했어요. 배움이 짧아 좋은 회사에 들어가진 못했고 지인 사업체를 돌아다니면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여행사에서 영업·회계 등 여러 업무를 맡았었죠. 어떤 일을 해도 곧잘 적응했지만 제 사업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어요. 그러다 2010년 처남이 고깃집을 연 걸 보고 저도 장사에 뛰어들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10년 전 처남이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시작

처남은 새마을식당 부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처남의 식당에서 고기 발골을 담당하는 육부장으로 일을 배웠다. 다음 해 새마을식당 인천 계양구청점에서 점장을 맡아 총괄적인 식당 경영 노하우를 익혔다. 2년간 현장 실무를 쌓은 뒤, 2012년 다른 브랜드의 고깃집을 오픈했다. 그때만 해도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보증금 6,000만 원, 월세는 380만 원이었죠. 창업 비용은 전부 대출로 마련했어요. 원래 새마을식당을 열고 싶었는데 인천지역은 포화상태였어요. 그래서 다른 브랜드의 고깃집을 열었습니다. 유명 브랜드다 보니 간판만 걸어두면 손님이 알아서 올 거라 착각했습니다. 다달이 매출이 줄더군요. 보증금만 계속 까먹다 개업 10개월 후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싶어 문을 닫았습니다. 식당 하면 다 큰돈 버는 줄 알았습니다. 준비가 부족하고 조급했던 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

망한 이유? 장사 안될 짓만 골라서 해

주 점주는 10년간 식당에서 근무하면서 고깃집 운영에 필요한 모든 실무적 기술을 쌓았다.

“첫 가게를 그렇게 말아먹은 이유에 대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면 안 될 짓만 골라서 했기 때문’이죠. 당시엔 억울하고 분해서 다른 핑계를 댔지만, 모든 문제는 저한테 있었어요. 예를 들어보면 손님들과 함께 술을 왜 마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손님과 친해지면 장사에 보탬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장이 손님하고 같이 술을 마시면 세 가지 문제가 생겨요.


첫째, 일단 직원들 보기 안 좋습니다. 바쁜데 사장이 일 안 하고 앉아있으면 어떤 직원이 좋아할까요? 둘째, 다른 손님들도 싫어합니다. 사장이 매장에서 술이나 마시고 있으면 식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가게 운영에 최악이죠. 주인이 매장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해야지 술기운이 올라 있으면 식당이 제대로 돌아갈까요? 그런 안일한 정신으로 장사했기 때문에 망한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건 새롭게 창업에 뛰어드는 수많은 분들이 그때의 저와 똑같은 상태라는 사실이죠.”


주 점주는 “가게 운영에 실패했을 땐 장사를 과감하게 접고 재정비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다음 다시 도전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이 방법이야말로 빠르게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실패 원인을 찾아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뒤 다시 가게를 열어야 손해가 적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빨리 벌고 싶다는 생각에 실패 원인을 찾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 점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게를 폐업한 이유를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서’, ‘장소가 좋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면서 간판을 바꿔 새로운 장사를 시도했다. 고깃집이 망한 뒤 5년간 총 3개의 브랜드를 바꿔가면서 장사했다. 물론 수익은 전혀 나지 않고 매달 적자만 봤다고 한다.

지인의 고깃집 취업···목표 이룰 때까지 배운다는 생각

새마을식당 인천 구월점 전경

“더 이상 대출금 이자도 견디지 못할 지경이 오자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죠. 당장 생계유지가 안 됐죠. 2018년 지인이 새마을식당 발산역점을 운영하고 있어서 직원으로 들어갔어요. 지난 세월 동안 그나마 선택을 잘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고깃집에서만 일한 겁니다. 약 8년간 고기 전문점에서 일하며 육류 원가에 대한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원자재 마진율을 점주들에게 알려주지 않아요. 제 나름대로 원가와 수익률에 대한 정보를 계속 모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틈날 때마다 고기와 여타 식품 원자재 가격을 엑셀 파일로 정리를 해놓았어요. 지난 세월 동안 고깃집을 전전하면서 실무 경험과 직접 정리한 원자재 가격 자료가 쌓일 수 있었죠. 빚밖에 없었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재산이었습니다.”


1년 8개월간 지인의 가게에서 일하면서 심기일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0년 8월, 새마을식당 인천구월점을 개업했다. 주 점주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이 없었다. 인생역전을 꿈꾸며 요식업에 뛰어든 지 10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50세의 나이에 새롭게 도전하는 일이 얼마나 두렵고 끔찍한지... 제 친구들은 이미 회사에서 임원이나 중역을 맡고 은퇴할 나이예요. 하지만 제가 잘못 살아왔다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는 그동안 장사를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아온 겁니다. 친구들은 다들 회사 퇴직한 뒤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많더군요. 결국 ‘치킨집이나 할까’ 생각하는데 쉽지 않죠. 대한민국에 치킨집이 몇 개인데요. 자영업 하겠다 마음먹은 이상, 안정적인 직장 부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모두가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요. 남들과 비교 말고 나만의 영역에서 목표만 바라보며 전진해야 합니다.”

마지막 창업···죽기 살기로 매장 운영해 월 매출 1억 원 기록

5개월 전 창업한 새마을식당 인천구월점은 구월동의 메인 먹자골목에서 조금 떨어진 30평 매장이었다. 창업 비용으로 보증금 1억 원, 월세 650만 원이 들었다. 인근 중고등학교를 나온 주석환 점주는 구월동 상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시기였지만 배달 서비스가 있으니 감당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주 점주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오프라인 매출보다 배달 주문으로 매출을 더 낼 때도 많다.

“배달로 매출을 잘 내는 방법이요? 정석대로 해야죠. 오프라인 매장을 잘 운영해야 배달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그 많은 고깃집 중 저희 브랜드를 굳이 주문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식당에 한번 방문했던 손님들이 좋은 인상을 받고 재주문하는 겁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잘 관리하지도 못하면서 배달로만 매출을 내겠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잘 안되는 가게는 배달 어플에서도 티가 나요. 손님들이 얼마나 예리하게 캐치하시는데요. 사장은 매일 소비자 리뷰를 체크하면서 서비스를 꾸준히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배달 나갈 음식 포장 상태

소비자 리뷰에 주석환 점주가 직접 답글을 달고 있다

또 주석환 점주는 “가게가 잘 되는 건 직원들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아무리 힘들고 여러 번 망해봤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잘 해왔습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재산이거든요. 제 직원들은 처음 처남 식당에서 일했던 2010년부터 연을 맺어왔던 이들입니다. 제가 첫 가게를 열었을 때도 두 팔 걷어 함께해줬죠. 그 후 가게를 접고 나서도 제가 연락하고 찾아가 밥을 사주며 인연을 이어왔어요. 부족하기만 한 저이지만 한 가지 장사 철학이 있다면 직원이 정승이라는 생각입니다. 제일 싫은 게 직원들에게 ‘사장처럼 일해라’라는 말을 하는 리더예요. 직원은 직원이지 어떻게 사장입니까? 사장의 짐을 다른 이에게 나누려 하지 마세요.


이젠 여유를 가질 정도로 매출을 달성했으니 제 남은 과제는 직원들이 가게 하나씩 차릴 때까지 잘 가르쳐주는 일입니다. 모든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할 생각이에요. 직원들도 한 번에 바로 성공한 사장님보다 여러 번 망해봤던 사장님께 배울 게 훨씬 많다고 해요. 쉰 살이 넘은 나이지만, 20대처럼 일합니다. 오전 8시에 일어나 12시쯤 잠을 자는데 주 7일을 쉬지 않고 일해요. 건강 관리를 잘해야겠죠.


지금 매장을 3개월 정도 지켜보며 안정화가 되면 현재 새롭게 런칭한 배달형 소형컨셉 매장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총 3개 매장을 오픈하려고 합니다. 다음 목표가 있으니 제 삶은 활력이 있고 긍정적일 수밖에요. 코로나19 바이러스 위기도 반드시 이겨내고 모든 게 정상화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예비 창업주 분들을 위한 주석환 점주의 조언

10년 넘도록 함께 일해왔다는 직원들

1. 손님일 때와 점주일 때, 가게를 대하는 심정은 변합니다


“손님일 땐 이 가게가 하루, 한 달 얼마 버는지 깜깜했죠. 손님이 많으면 돈 많이 벌겠네 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식당에 손님이 많다고 이익률이 높은 게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고깃집만 공략해 직원으로도 일해보고 매장도 직접 내보니 알겠더군요. 어느 고깃집에 가더라도 일 매출과 월 매출이 얼마일지 훤히 읽혀요.


점주분들이 마진율 계산에 소홀한 분들이 많은데,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제가 지난 10년간 정리해온 원자재 가격 엑셀 파일을 더본코리아 실장님께 보여드렸더니 깜짝 놀라셨어요. ‘전국에 있는 점주분들 중 이렇게 가격 데이터를 정리해놓은 분은 손에 꼽을 것’이라면서요. 가게에 돈이 얼마 들어오고 나가는지 정확하게 챙기길 바랍니다.”


2. 창업 전 ‘이것’ 미리 꼭 챙기세요


“정신력을 무장해 창업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말로 ‘멘탈’이라고 하죠. 배달 주문이 많아지면서 손님들의 적나라한 반응을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됐어요. 좋은 리뷰를 남겨주시는 소비자분들도 계시지만, 악평도 그만큼 많습니다. 사장님을 인신공격하는 댓글도 수없이 달리죠. 또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말도 안 되는 사항을 트집 잡아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도 있습니다. 장사를 하면 다양한 소비자들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이들의 의견을 수용해 더 나은 서비스로 개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창업 전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해 스스로를 잘 챙기길 바랍니다.”


3. 창업 시 마음가짐은 이렇게


“‘욕심내되 욕심내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식당을 창업할 땐 모든 사람들이 꼭 귀신에 씐 것처럼 큰돈 벌 거라 생각해요. 개업한 식당의 최대 매출이 1억 원에서 최소 매출 1000만 원 정도라고 해봅시다. 그러면 다들 최대 매출 1억 원만 생각하지 1,000만 원은 신경도 안 쓰죠. 그렇게 다들 장밋빛 환상에 젖어 현실감각을 잃고 맙니다. 하지만 현실은 월 매출 1,000만 원도 안 나와 폐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최저 매출도 달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잘 세워야 해요. 안되는 장사를 붙들고 보증금을 까먹으면서 버틴다? 황천길 행입니다. 잘 될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은 좋지만, 이 꿈이 현실과 마주해 처참히 부딪혔을 때,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으면 합니다. 자칫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해 두 번 다시 장사는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크게 망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욕심을 부려도 정도껏 내고, 망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망해라’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문의 : theborn_offici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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