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km가 이렇게 짧게 느껴질 줄이야"… 호수와 산이 동시에 펼쳐지는 트레킹 명소
힘들이지 않아도 최고의 풍경을 만나는 담양 용마루길,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힐링 코스다.
담양 용마루길인생 풍경 트레킹 코스 완벽 가이드
![]() 담양 용마루길 / 사진=담양군 공식블로그 |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연의 위로가 필요할 때, 우리는 걷기 좋은 길을 떠올린다. 하지만 어떤 길은 단순한 산책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마치 잔잔한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걷는 경험, 산의 능선과 물의 경계가 하나 되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는 곳. 바로 담양 용마루길이 그런 곳이다.
이곳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니라, 자연과 건축이 조화롭게 빚어낸 한 편의 예술작품에 가깝다. 왜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담양 최고의 풍경이라 칭송하는지, 그 숨겨진 매력과 역사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 보자.
담양호 용마루길
![]() 담양 용마루길 모습 / 사진=담양군 공식블로그 |
담양호 용마루길은 전라남도 담양군 용면 추월산로 981 일대에 자리한 담양호 국민관광지의 핵심 코스다. 총길이 3.9km, 왕복으로 약 2시간이 소요되는 이 길은 방문객에게 두 가지 매력을 차례로 선물한다.
첫 2.2km는 물 위를 따라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수변 데크길이며, 나머지 1.7km는 숲의 향기를 맡으며 걸을 수 있는 정겨운 흙길로 이어진다.
이 길의 백미는 단연 수변 데크 구간이다. 목재 데크는 직선이 아닌, 담양호의 부드러운 호안선을 따라 흐르듯 구불구불하게 설계되었다. 덕분에 걷는 내내 시선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발아래는 에메랄드빛 호수가, 눈앞에는 담양의 명산 추월산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니, 그야말로 신선이 되어 구름 위를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모든 걸음이 감탄으로 채워지는 특별한 경험이다.
담양호
![]() 담양호 / 사진=담양군 공식블로그 |
용마루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길이 품고 있는 담양호의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한다. 1976년 완공된 담양호는 단순한 호수가 아니다.
제방 높이 46m, 길이 316m에 달하며, 무려 6,670만 톤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이 거대한 인공호수는 영산강 유역 종합개발계획의 첫 결실이었다. 영산강의 발원지인 용소에서 흘러온 물을 가둬, 드넓은 담양 평야의 농토를 적시는 생명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곳이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모터보트와 같은 동력 수상 레저시설도 운영되었으나, 깨끗한 수자원 확보를 위해 모두 철거되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담양호는 오염원 없는 청정 수질을 유지하게 되었고, 방문객들은 인공적인 소음 없이 오직 바람과 물, 새소리만이 가득한 순수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용마루길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바로 이처럼 보이지 않는 노력과 희생의 결과물인 셈이다.
난이도 ‘최하’의 명품 코스
![]() 용마루길 무심정 / 사진=담양군 공식블로그 |
용마루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데크길은 경사가 거의 없어 유모차나 휠체어도 일부 구간 접근이 가능하며, 흙길 또한 가파르지 않아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도 충분하다.
길 곳곳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추월산과 금성산성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라면 가볍게 데크길만 왕복해도 좋고, 등산을 좋아하는 탐방객이라면 용마루길을 따라 추월산 등산로로 여정을 이어갈 수도 있다.
![]() 용마루길 / 사진=담양군 공식블로그 |
어떤 선택을 하든, 울창한 숲이 내뿜는 상쾌한 공기와 잔잔한 호수가 주는 평온함이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담양의 맛집과 예쁜 카페들도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트레킹 후 즐기는 미식의 즐거움까지 완벽한 하루를 계획할 수 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지금,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을 오롯이 누리고 싶다면 담양 용마루길로 떠나보길 바란다. 단순한 산책이 아닌,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 역사를 체험하는 깊이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하나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