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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냉면

음식산문 #4

1인 1닭도 대수롭지 않은 시기에 1일 3냉면이 대수냐며 삼복더위에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첫 시작은 <을지면옥>이었다. 을지면옥은 을지로 노포 투어의 시작과 끝 사이 어디에 위치해도 이상하지 않은 냉면집이다. 

 

‘을지, 필동에서는 제육이 필수인데.’

 

끓어오르는 제육의 욕망을 누르고 삼차까지 이어질 냉면을 위해 평양냉면 두 접시를 시켰다. 면수를 먹고 있으니 서울냉면의 원형을 품은 냉면이 식탁에 오른다. 평양냉면이라는 관념을 어우르는 전형적인 노포의 냉면이다.

1일 3냉면

을지면옥

이 곳에서는 냉면과 함께 분위기를 먹는다. 초로의 손님들이 제 앞에 배치된 접시에 머리를 박고 냉면을 먹는다. 숙연하게 무뚝뚝한 면을 끓어 먹고, 그릇째 맑은 육수를 마신다. 기복이 있는 짭짤한 육수가 오늘은 슴슴하다. 을지면옥에서 제육을 곁들이는 이유다. <을지면옥>에서 제육과 냉면은 하나의 몸처럼 제육의 상태에 따라, 육수의 상태에 따라 맛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또 그마저도 자연스럽다. 

1일 3냉면

평양면옥

말끔하게 그릇을 비우고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온다. ‘면스플레인’은 잠시 접어두고, 다음 행선지인 장충동 <평양면옥>으로 향한다. 장충동 <평양면옥>에는 만두가 있다. <을지면옥>계열에서 먹는 제육이 이 곳에서는 만두로 통용된다. 만두의 충동을 어렵게 누르고 간신히 냉면만 주문한다. 이미 을지면옥에서 한 그릇을 비우고 난 후라, 첫 맛만큼 육수가 인상 깊지 않다. 다만 면발은 <을지면옥>과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여름이라 메밀 향은 느끼기 어렵지만 꼿꼿한 질감이 좋다. 이 곳의 면발은 타격감보다 마찰감에 기인된다.   

 

배가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서둘러 냉면그릇을 비우고 일어난다. 종착지는 <서북면옥>이다.  어느 계열의 냉면을 떠나,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기도 헤서 종착지는 먼 곳으로 잡았다.

1일 3냉면

서북면옥

서북면옥의 힘은 오롯이 냉면에 집중된다. 다른 곳보다 저렴한만큼 사족이 없고 집약적인 냉면 맛이 난다. 투박해보이기도 하는데, 남대문 시장 안에 있는 <부원면옥>보다 시스템화가 잘 되어있다. 공산품처럼 면을 뽑기 보다는 냉면에 가정식 터치를 입힌다. 면과 육수가 풀어지지 않고 조여들어 평양냉면의 쨍한 맛보다는 끈적하게 붙는 맛이 강하다.    

 

마지막 그릇을 비우고 나니 몸이 서서히 무거워지면서 호기롭게 덤빈 1일 3냉면 여정이 희미한 기억에서 마무리된다. 세 곳은 무리였어, 당분간은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등의 말을 하면서 더위가 들어오기 힘들 정도로 위장 가득 들어찬 평양냉면의 밀도를 온전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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