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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에 강림한 동양인 히어로 '샹치'

중국어와 각종 무술, 거기에 용까지. 예고편에서 물씬 풍기는 중국 분위기로 호기심과 우려를 자아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하 [샹치])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마블의 첫 아시아인 히어로의 등장을 그린 영화 [샹치]를 살펴보자.

모습을 드러낸 은둔고수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과거를 숨기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숀’으로 살아가던 샹치. 그는 10년 지기 친구 케이티와 함께 호텔 주차 요원으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케이티의 가족이 미래에 대한 건설적인 계획 없이 놀기 바쁜 둘을 피터팬 증후군 환자라고 놀리는 등 영화는 밝고 유쾌하게 시작한다.


여느 날과 같이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일터로 향하던 샹치와 케이티. 평온하던 둘의 일상은 버스에서 정체불명의 암살자 집단을 만나면서 180도 바뀐다. 죽음의 고비를 겨우 넘긴 케이티는 희희낙락하며 지내온 친구가 알고 보니 싸움 고수란 것도 황당한데, 있는지도 몰랐던 여동생을 만나러 마카오로 향한다는 폭탄선언을 듣고 놀란다. 버스에서 케이티가 던진 질문이 관객의 심정을 대변한다. “너 뭐야?” 이렇게 샹치가 숨겨온 힘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블에 없었던 유형의 빌런

이번 영화에선 마블 최초의 아시아인 히어로와 함께 강력하고 매력적인 빌런이 눈에 띈다. 그동안 마블 영화 속 빌런은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구축한 히어로에 비해 존재감과 매력이 떨어졌고, 이는 내내 마블의 취약점으로 꼽혔다. 다행히도 마블은 [샹치]에서 그 고질병을 떨쳐낸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샹치의 아버지이자 거대한 범죄 조직 텐 링즈의 수장인 웬우는 세계관 최강의 실력자이자 고작 14살인 자식을 사지로 보내는 냉혈한이다. 그야말로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듯한 인물이지만 반전이 있다. 그가 보여주는 순애보적인 사랑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관객을 이입시킨다.


극 중 천년 동안 오직 권력만 좇았던 웬우 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여인 리. 웬우는 사랑하는 리와 함께 가정을 꾸리며 처음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죽음으로 물든 그의 과거가 리를 앗아가자 ‘피의 대가는 피로 치러야한다’는 신조를 앞세워 텐 링즈의 세력을 키워간다.

비교 불가한 힘과 권력을 가졌음에도 연인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웬우. 멜로 빌런의 면모를 드러내는 이 캐릭터는 양조위의 아련한 눈빛과 맞물려 관객을 끌어당긴다.

과유불급 전투 장면

마블 페이즈 4의 일원이 될 새로운 히어로 샹치와 스스로의 힘으로 지하세계의 일인자가 된 샤링, 생텀의 수호자 웡 등 [샹치]에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거나 흥미를 유발해 작품이 지루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과 동반되는 전투 장면이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액션 시퀀스는 작품에 긴장감을 부여하나, 반복되다 보면 감흥이 떨어질 여지가 있다. 또한 작품의 후반부를 지배하는 전투 장면이 CG로 구현된 세계 탈로에서 펼쳐지는 탓에 시각적 피로감을 준다. 분명 탈로는 극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며 실감 나는 비주얼로 시선을 압도하지만, 앞서 반복된 전투 장면으로 지친 관객에게는 과유불급으로 다가온다.

배우의 발견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무 리우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감정 연기를 오가며 132분 동안 극을 이끌었다. 반면 그의 맨몸 액션 연기는 압도적인 면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아콰피나는 사이드킥 캐릭터 케이티를 맡아 리우와 찰떡 호흡을 보여주었다. 아콰피나는 혼란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면의 성장을 일궈낸 케이티를 소화했다. 그 덕에 강력한 주연 캐릭터들 사이에서 케이티가 존재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양조위는 선과 악을 오가는 깊이 있는 연기로 영화를 지배했다. 아내를 바라볼 때는 누구보다 부드러운 눈빛을, 적을 처리할 때는 강렬한 악인의 눈빛을 담아냈다. 양조위는 갈수록 광기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여주어 분위기를 압도한다.

극복하지 못한 오리엔탈리즘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마블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영웅으로 거듭난 샹치. 영화는 과거를 마주할 용기, 영웅의 무게 등 보편적인 메시지를 앞세운다. 차별에 반기를 드는 의미있는 메시지도 담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오리엔탈리즘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무릉도원을 연상시키는 미지의 세계라던가 화살 한방에 쓰러지는 악귀는 ‘동양의 신비’라는 환상을 투영한 것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웬우의 심복이자 주인공의 무술 스승이 입은 복장이 닌자를 연상시키는 점도 아쉽다.


스토리 상 아쉬움은 있지만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들과 독보적인 세계관, 스펙터클한 비주얼이 [샹치]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끊임없이 확장해가는 MCU에서 앞으로 샹치와 케이티가 보여줄 활약이 기대된다. 참고로 쿠키 영상은 2개다. 9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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