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에서 일반적이고 편리한 방법으로 문화를 세 시기로 나누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이스터 섬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 섬이 거쳐 온 역사의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체계화 했다. 즉 정착기 - 1000년까지, 확장기 - 1000년에서 1500년까지, 쇠퇴기 - 1500년부터 1722년으로 나눈 것이다.
기단과 모아이 석상을 제작 시작한 때는 12세기 중반이라 보고 이스터섬의 문화절정기는 15세기라고 본다. 1500년경 이후부터는 더 이상 모아이 석상이 기단 위로 오르지 않았다.
그토록 각 부족마다 경쟁적으로 모아이를 만들고 기단 위에 세웠던 열정이 왜 사그라졌을까. 멀고 먼 태평양 바다에 고립된 섬에서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석상 문화를 만들어냈던 라파누이는 왜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을까.
학자들은 그 원인을 모아이를 운반하고 세우는데 필요한 재목을 얻기 위해 야자수를 계속 벌목하고 쥐의 번식으로 야자수 열매 씨를 먹어치움으로써 새 야자수가 싹을 틔울 수 없게 되었다. 나무가 고갈되자 바람이 땅의 수분을 더 증발시켜 땅의 산성화와 황폐화가 가속되었고 그 결과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게 되었다. 또한 배를 만들기 위한 목재를 얻을 수 없게 되자 어업도 쇠퇴되어 단백질 공급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인구가 늘고 더 많은 모아이를 제작, 운반하려면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게 되었고 모아이를 운반하고 배를 만들기 위한 목재가 더 필요하게 되었지만 식량은 감소하고 목재는 얻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모아이 제작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부족한 식량을 얻기 위해 부족 간 식량 약탈 전쟁이 일어나고 승리한 부족은 패배한 부족의 모아이를 기단에서 끌어내리고 파괴함으로 패배한 부족의 명예와 긍지를 짓밟은 것이었다. 만들었던 모아이마저 쓰러뜨리고 파괴하는 행위가 일어났다. 또한 패배한 부족의 사람까지 먹는 식인의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식량부족, 전쟁과 식인으로 이스터 섬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함으로써 이스터섬은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 결국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울창하던 야자나무를 베어냄으로써 연쇄적으로 자멸의 길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지금도 이스터섬에는 나무가 거의 없다.
이스터 섬의 재앙에서 얻는 교훈은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인류의 종말을 재촉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지구 곳곳에서 환경 파괴, 공해로 지구는 병들고 있다. 모두가 정신 차려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