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작가 - 운도 자기계발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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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운 또는 운명이 마음 같지 않은 데 대한 자포자기의 심정을 담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운은 한번 정해지면 바꿀 수 없는 것일까. 혹은 모든 일이 영 풀리지 않을 때 흐름을 바꾸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운의 힘>을 펴낸 작가 박성준은 단호하게 “‘운의 힘’을 단련하면 좋은 운을 불러들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건축가이자 역술가, 풍수 컨설턴트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그는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을 모아 ‘운을 좋게 만드는 법’ 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운’이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운이나 운명을 정해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될 운명’이라고 하면 가만히 있어도 성공할 것이라고 오해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운은 움직이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행동과 태도가 켜켜이 쌓여 한순간에 폭발하는 시점, 그것이 운입니다. 사람을 그릇이라고 쳐봅시다. 누군 가는 국그릇, 밥그릇일 수도 있지만 작은 반찬 그릇일 수도 있겠죠. 자신이 어떤 그릇인지를 인정하되, 그 안에 얼마나 맛있는 밥과 국, 반찬이 담기느냐는 노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하는 행동에 달려 있다는 것이죠.
앞서 펴낸 책들이 인테리어와 풍수를 다루고 있었다면, <운의 힘> 은 본격적으로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 책입니다.
<운의 힘>은 저의 첫 자기계발서입니다. 앞선 책들이 운을 좋게 만드는 인테리어 팁 등을 제공하는 실용서였다면, 이번에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체득한 원리를 담았습니다. 미래를 바꾸려고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공부할 수 있도록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또 명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운의 3가지 요소인 천(天)·지 (地)·인(人)을 파악하고 생활 속 실천으로 운의 힘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즉 어떻게 시간을 다르게 쓰고, 어떤 사람과 함께해야 하고, 공간을 어떻게 꾸며야 하며,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가 바로 그것이죠. 책을 쓰면서 느낀 점인데, 아마 이 내용을 제가 20대에 이해 했더라면 삶의 속도가 10년은 빠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떤 이가 이 책을 읽기를 바라나요.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쓴 것은 아닙니다. 살다 보면 오직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운이 좋아진다는 건 결국 내가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뜻이거든요.
건축가로서 명리학과 풍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집은 삶과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공간입니다. 단지 물리적인 공간인 ‘집(house)’을 넘어서 따뜻한 ‘가정(home)’ 이 되어야 하는 이유죠. 단지 예쁘게 치장하고 장식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 명리학만 한 것이 없어요.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툴과 같거든요. 명리학과 건축이 만나면 풍수인 것이고요.
요즘 특히 공간과 정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이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방영되고 있고요. 어떤 이유에서라고 생각합니까.
이전에도 미니멀리즘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비움’의 힘을 알게 되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우리는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합니 다. 매스컴의 영향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소유는 찰나의 기쁨을 줄 수는 있지만 만족을 줄 수는 없어요. 오히려 너무 많은 물건을 필요로 하는 것은 망가진 삶을 채우려는 보상 욕구라고 봅니다.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한 사람은 물건을 많이 소유하지 않고, 반대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물건을 버리면서 치유하는 경험을 합니다. 애착을 가진 물건이 없는 삶이 편안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운이 나쁠 때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 다. 코로나19로 사회 전체가 움츠러들어 있는 이때 가장 와 닿는 조언이 아닐까 합니다.
운의 흐름이 좋지 않다고 느낄 때는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은 어려운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사유와 가치관을 정립하고 더욱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책에도 썼지만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은 평범하고 밋밋한 삶을 사는 이가 아닌, 슬프고 가련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니까요. 그렇게 보면 행복한 시간만을 보낸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운이 없다고 할 수 있겠죠. 만약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때’를 기다리면서 인격과 성격, 품성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내면의 인격을 가꾸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운이 안 좋은 시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충만감이 쌓여야 합니다. 일상의 작은 행복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마음을 좋은 기운으로 채우는 것이 방법이겠죠. 또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세상의 기준에 따른 행복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거기서부터 출발해 공간과 시간을 달리 쓰는 연습을 해나간다면 1개월, 6개월, 1년마다 변화된 자신의 운명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상담을 하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직업의 특성상 하루도 버티기 힘든 분, 조 단위의 자산을 가진 분을 모두 만나게 됩니다. 이분들을 만나면서 저 역시 인생의 경험치가 쌓이고 삶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배우는 부분도 많습니다. 사연뿐 아니라 상담자의 태도나 성향을 통해서도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우죠. 제 일은 결국 사람을 읽고 이해하는 일이니까요.
성공한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태도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일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 다. 그보다 경험을 쌓고, 남을 용서하고 너그러워지고, 사람 과의 관계에서 성숙해지는 등 인품과 성격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봐온 성공한 분들의 중심에는 이런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경제적인 부를 이룬 분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이, 150억 원 이하 자산을 가진 이들의 삶은 결국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사고방식이나 의(衣)·식(食)이 그렇고, 주(住)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죠.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인품과 성품을 쌓아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결국 변화하고 성숙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려운 시기에서 벗어나도록 운의 흐름을 바꿔줄 습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첫째,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세요. 버리는 과정 자체가 치유입니다. 둘째, 자주 산책을 하세요. 움직이는 동안 내 안의 에너지가 순환하면서 건강해집니다. 무엇보다 걷는 동안 생각하고 명상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명상도 추천합니다. 가만히 생각하고 사유하는 순간이 주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큽니다. 셋째, 책을 읽으세요. 운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근본을 흔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멘토를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코로나19 상황에 서는 여의치 않죠. 이럴 때 독서야말로 자신의 근본을 흔들어줄, 그래서 운을 바꿔줄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떤 분야라도 좋으니 하루에 한 장이라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나 어려운 건 ‘실천’인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비움’을 강조 하셨으니 ‘2+1’ 같은 상품은 절대 사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하하, 필요에 따라서는 살 수 있지요. 남는 건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줘도 되고요. 그렇지만 매일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비우고, 정리정돈하죠. 하루 일과를 정리로 시작합니다. 한 가지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웬만하면 먼저 베풀고 잊어 버리려고 합니다. 보통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하지 않습니까. 받기 위해 주는 건 경제나 기계의 논리인 거지, 삶의 섭리와 이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브 앤 포겟(forget)’ 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려고 합니다. 그러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채워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운의 힘> 박성준 | 소미미디어 | 2020
시간의 운, 공간의 운, 나의 운등을 단련해 더 나은 앞길을 만들어나가는 9일 동안의 실천 지침. 운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시련 속에서 운을 좋게 만들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박성준 작가의 ‘내 인생의 책2’
<인생십이진법> 정다운 | 밀알 | 1985
나를 명리학의 길로 안내한첫 책. 동양의 사주학, 역학과 서양의 점성술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으며, 명리학이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도구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 | 민음사 | 1999
고등학교 때 다섯 번 이상 읽은 책. 한 사람의 사랑과 헌신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기도 하다.
글 김은아 사진 문덕관 장소 루아르 커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