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파묘’ 천만] 장재현 감독이 꼽은 흥행 비결

‘파묘’로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른 장재현 감독. / 쇼박스​

‘파묘’로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른 장재현 감독. / 쇼박스​

장재현 감독은 데뷔작 ‘검은 사제들’(2015)부터 ‘사바하’(2019), 이번 ‘파묘’까지 ‘오컬트 장르’ 한 우물을 팠다. 그리고 데뷔 9년 만에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르며 장르적 한계를 깨고 극장가 흥행 판도를 바꿨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장재현 감독은 ‘파묘’ 흥행 소감부터 인기 요인,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에 대한 생각까지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의 초심은 오락적인 영화를 만드는 거였다”며 “매 신 재밌게 만들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남다른 각오를 떠올리기도 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어떤 타깃층을 의도하거나 관객을 읽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내가 첫 번째 관객이니까 어쩔 수 없이 내가 재밌는 것 위주로 영화를 만들게 된다. 처음 이 소재를 두고 어떤 영화를 만들겠다, 어떤 종류의 영화일 것 같다고 판단하는 초심이 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고 영화를 준비하고 만들면서부터는 그 생각이 희미해졌다. 장면 장면 만들다 보면 초심을 까먹게 되는데 영화를 완성하고 개봉했을 때 다시 초심이 영화에 드러나게 된다. ‘파묘’에서 그 초심은 오락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는 거였다. 매 신 재밌게 만들자. 처음 보여주는 걸 해보겠다고 해서 안전한 길을 택하진 않았다. 체험적인 오락영화를 만들자는 판단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고 영화가 개봉하니 그 초심이 다시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배우들의 영향도 큰 것 같다. 워낙 역할을 잘 소화해 줬고 궁합이 잘 맞았다. 마케팅도 참 적절하게 해줬고 여러 요인 덕에 흥행하지 않았나 싶다.”

-오컬트라는 한 우물만 팠고 이례적으로 큰 성공도 거뒀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감독 입장에서는 기쁨과 부담이 공존한다. 앞으로 더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마음도 있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이번 영화가 이렇게 큰 스코어를 냈는데 다음 작품이 400만 관객만 했어도 성공한 것이지만 전작보다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든다.(웃음) 그렇다고 관객 수를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진 않는다. 새롭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관객 수는 여러 운때가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장재현 감독이 영화의 흥행 요인을 짚었다. / 쇼박스​

장재현 감독이 영화의 흥행 요인을 짚었다. / 쇼박스​

-장르적 한계를 딛고 흥행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감독의 생각은 어떤가. 

“대중성을 장착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마니아적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기준으로는 앞부분이 대중적이고 뒤가 마니아적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하잖나. 이질적이고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있지 않았던 것 같거든. 앞부분은 보편적이고 많이 봐왔던 거니 다들 편하게 대중적으로 생각했고 후반부 이야기를 오히려 마니아층이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반응이 의외이긴 하다. 절대 관객을 판단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 대중과 마니아를 나눠 생각했구나 싶더라. 절대 그렇게 만들면 안된다는 생각. 그냥 재밌는 이야기를 잘 만들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오컬트적 재미는 전작에 비해 다소 약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바하’ 개봉했을 때 ‘검은 사제들’ 기대하고 왔다가 이 영화 뭐냐고 혹평을 받았다.(웃음) 이번 영화도 ‘사바하’를 좋아했던 관객이 보고 ‘이건 또 뭐야’하는 반응이 있다. 그러나 나의 연출관은 했던 걸 또 해서 더 잘 만드는 게 아니다. 좁은 바운더리 안에서 새로운 걸 찾고 진보해 나가는 걸 하고 싶다. 그것을 두고 누군가는 진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퇴보라고 할 수 있지만 내 안에서 순수하게 재밌게 만들었나, 새로운 것을 만들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장르를 앞으로도 아마 계속할 것 같은데 더 깊게 더 들어가려고 하는 게 나의 속성이자 생명줄이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적 정서를 담은 이야기가 글로벌 관객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영화를 만들 때 주제, 서브 텍스트는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만들려고 한다. 그걸 목적으로 만들면 이렇게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거다. 장르적 재미를 살리려고 했다. 한국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과거, 정서를 최대한 도드라지지 않게 하려고 했다. 이 영화의 95% 정도는 장르적 재미를 끌려고 했다. 그것을 외국 관객들도 본 게 아닐까.”

-‘쇠말뚝’ 설을 소재로 가져왔는데 영화에 숨겨진 ‘항일 코드’가 통한 것이 흥행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파묘’라는 소재 자체, 코어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파고파고 땅속 과거로 들어가다 보면 결국 부딪히는 것은 우리나라의 ‘한’이다. ‘한’이라는 끝에 도달하게 된다. 쇠말뚝이라고 하지. 그런데 이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나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것이 직접적으로 나오면 안되겠다는 판단을 했고 이것을 대체할, 상징할 무언가를 만들었다. ‘험한 것’이라는 존재를 물체화해 등장시키는 것으로 장르적 재미를 만들려고 했다. 사람들이 쇠말뚝이 있다, 없다에 포커스를 두지 않길 바랐다. 있든 없든 뭔가를 꺼내 없앴다는 게 중요한 거다.”

스크린 안팎으로 활약한 배우들도 흥행 이유로 꼽힌다. / 쇼박스​

스크린 안팎으로 활약한 배우들도 흥행 이유로 꼽힌다. / 쇼박스​

-영화의 의미를 해석하고 찾아내고 파고드는 여론에 대한 생각은. 

“영화가 관심을 많이 받고 또 이 영화의 코어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니 좋다. 무속이라든가 풍수지리라든가 장례라든가 그런 소재들이 관심을 받는 것은 좋은 일 같다. 도와준 분들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고. 그런 소재들에 한국 문화가 같이 붙어있거든. 그런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의미 있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다만 해석하게 만드는 건 실패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해석하라고 보는 게 아니잖나. 재밌게 봤고 그래서 더 알고 싶어 파는 거잖나. 그런데 영화의 해석을 의도하면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관객이 영화를 보며 즐거운지 슬픈지 후련한지 느끼는 감정이다. 그 감정에 집중하고 느끼게 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해석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진 않고 ‘디깅(digging, 파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관객이 뭔가를 더 만들어 내고 파는 걸 보면 영화의 생명력이 길어지는 거니 행복하다.”

-다양한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N차 관람’을 이끌었다.

“밀도를 높이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 캐릭터 이름이라든가 차량번호뿐 아니라 차 색깔이나 신발 하나까지 디테일에 신경을 썼지만 그것이 ‘이스터에그’라고 생각하고 만들진 않았다. 이 캐릭터의 서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걸 선택하고 그걸 채우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서사와 캐릭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거다.”

-무대인사 등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도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배우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우선 ‘서울의 봄’ 흥행이 굉장히 큰 도움도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계에 큰 생명줄이 됐고 ‘파묘’도 어느 한 부분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봄’이 어떻게 보면 기존 흥행 영화의 문법을 깼다고 본다. 관객을 재단하지 않고 영화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상황적으로도 극장에 관객이 많아지니까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꽉 찬 객석을 보면서 ‘아, 이 맛에 영화하지’라는 말을 했다. 함께 보여 같이 웃고 소리 지르고 손에 땀을 쥐며 공유하는 게 참 재밌는 일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됐다. 그 열기를 다시 느낀 게 얼마 만인가 하면서 모두가 상기됐다. 그래서 나도 참 좋다. 곧 ‘댓글부대’가 개봉하는데 이 열기가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파묘2’에 대한 기대도 있다. 계획이 있나.  

“없다. 대충 만들면 만들겠지. 그렇지만 내 연출관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멋진 포장을 하더라도 결국엔 이야기다. 내실이 없다면 영화로 만들 가치가 없다. 좋은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못할 일도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욱여넣어 그냥 흥행을 위해 만드는 것은 나의 연출관이 아니다. 좋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면 또 찾아보겠다.”

-앞으로 선보이는 작품도 오컬트일까.

“원래부터 신비주의라든가 그로테스크한 것을 좋아한다. 보이지 않은 것을 만들어내는 게 흥미진진하다. 다른 장르물은 이미 많기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다작하는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만드는 거다. 보고 싶은 걸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은데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고 흥미가 없다면 만들지 않겠지.”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오늘의 실시간
BEST
sisaweek
채널명
시사위크
소개글
솔루션저널리즘의 새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