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드라이빙’] 남다른 프랑스 패밀리카 푸조 5008
3열 갖춘 7인승 수입 중형 SUV, 휠베이스 싼타페보다 길어2·3열 접으면 넓은 공간 확보 가능, 차박·캠핑 등에 제격
푸조 5008 GT는 수입 중형 SUV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7인승 모델이다. / 제갈민 기자 |
푸조 5008 모델은 국내 시장에 2017년 12월 첫 출시됐으며, 2021년 6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투입됐다. 올해 8월말까지 국내 시장 누적 판매대수는 약 4,500대 수준이다. 월 평균 약 55대, 연평균 약 660∼670대 수준이다. 푸조가 수입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저조한 ‘비주류’인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모습이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푸조 5008의 판매성적이 다소 저조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푸조 5008 모델은 푸조의 플래그십 모델임에도 합리적인 가격과 넓은 실내 공간이 강점으로 부각돼 실제로 타보면 패밀리 SUV로 손색이 없다. 특히 수입 중형 SUV 중에서 흔하지 않은 3열까지 갖춘 7인승 모델이면서 실제로 3열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2열 및 3열을 접었을 때 넓은 실내 공간을 마련할 수 있어 캠핑·차박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요소다.
푸조 5008 GT 운전석. 스티어링휠이 작고 계기판이 높게 올라온 인테리어는 푸조만의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푸조 5008은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실내 무드등(앰비언트라이트)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도 신경을 쓴 모습이다. / 제갈민 기자 |
외관 디자인과 실내 인테리어는 푸조의 패밀리룩을 잘 녹여냈다. 5008 모델 전면부 라디에이터그릴 중앙에는 사자가 앞발을 들고 있는 구형 엠블럼이 부착돼 있지만 여전히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라디에이터그릴 패턴은 가로로 촘촘하게 디자인해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또한 앞모습에서는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세로형 방향지시등이 작지만 포인트 요소다. 여기에 푸조 풀 LED 테크놀로지 헤드램프는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렸을 때 해당 방향으로 빛을 뿜어 야간에 보다 선명하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푸조 5008 GT 옆모습. 앞뒤 바퀴 사이 거리가 중형 SUV 중에서 긴 편에 속한다. / 제갈민 기자 |
차체 형상은 SUV 같으면서도 후면 테일게이트(트렁크 도어)의 경사가 직각에 가깝게 떨어져 기아 카니발이나 GM 쉐보레 올란도 같은 MPV처럼 느껴진다. 측면에서 차량을 바라보면 앞뒤 바퀴 사이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푸조 5008은 차체 길이가 기아 스포티지나 현대자동차 투싼 같은 모델과 비슷하지만, 휠베이스는 2,840㎜로 쏘렌토·싼타페보다 길다.
휠베이스가 길게 설계된 푸조 5008은 실제로 실내 공간이 널찍하다. 특이한 점은 2열 시트가 3개로 나뉘어 있는 점과 좌·우·중앙 각각의 좌석을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다. 이러한 시트는 2열에 3명이 탑승할 시 6대4로 분할한 시트에 비해 편리하다. 여기에 1열 시트 좌석 후면에는 접이식 테이블을 설치해 태블릿을 올려두거나 음식을 먹을 때 보다 편리할 것 같다.
푸조 5008 GT 2열 일반적인 시트 포지션(왼쪽 위)과 2열을 가장 앞으로 당긴 상태(오른쪽 위). 2열을 앞으로 당기면 3열 공간을 조금 확보할 수 있으며, 신장 180㎝ 성인이 탑승할 수도 있다. / 제갈민 기자 |
3열 시트는 2인 좌석으로 구성됐다. 3열 시트를 편 후 처음 3열 공간을 봤을 때는 ‘사람이 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2열 시트를 제일 앞으로 당기면 성인 2명이 각각의 시트에 탑승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공간이 협소해 장시간 탑승은 다리가 불편할 수 있다.
3열 시트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2열 시트를 완전히 접고 3열만 사용하는 것이다. 2열을 접고 2열 시트 후면에 부착된 판을 펼치면 3열 시트부터 완전히 평평한 바닥을 만들 수 있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다. 또 3열까지 완전히 접으면 트렁크 끝부분부터 2열까지 평평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약간 경사지긴 하지만 캠핑이나 차박 또는 야외에 나가서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푸조 5008 GT 2열만 접은 모습(윗줄)과 2열 및 3열을 모두 접은 상태(아랫줄). 푸조 5008 GT에는 파노라마 선루프도 탑재돼 개방감이 뛰어나다. / 제갈민 기자 |
다만 1열 편의기능은 경쟁 모델들에 비해 다소 부족한 모습이다. 긍정적인 요소는 푸조 고유의 인테리어 아이-콕핏이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인테리어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필요 없는 계기판 구조, 작은 크기의 스티어링휠, 건반을 누르는 것 같은 센터페시아 조작부는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국인 소비자들이 원하는 편의기능인 1열 통풍시트와 스마트폰 무선 연결을 통한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오토 미러링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오토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선 USB 연결을 하면 되지만 케이블 상태에 따라 접지가 오락가락해 기능이 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푸조 5008 GT 1열 시트는 두껍게 설계돼 착좌감이 뛰어나다. 허벅지 받침은 수동으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1열 시트 조절은 운전석만 전자동이며 동승석은 레버를 당겨 수동으로 등받이 각도 및 시트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
또 후진 기어를 체결했을 때 메인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이는 후방 카메라가 비추는 화면은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 조금 아쉽다. 1열 컵홀더 공간도 작게 설계됐다. 커피전문점의 기본 사이즈 테이크아웃 컵 2개를 수납하기에는 다소 좁으며, 500㎖ 페트병 2개를 수납하는 게 최선이다.
주행 성능은 흠잡을 점은 찾기 힘들다. 푸조 5008에는 1.2ℓ 가솔린 터보엔진(1.2 퓨어테크)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중형급 SUV 모델에 1.2ℓ 엔진은 작고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푸조 5008 GT 1열 센터페시아 및 기어노브 주변. 컵홀더가 다소 작게 설계됐다. 또한 공조기 조작은 터치로 조작해야 해 약간 불편한 요소다. / 제갈민 기자 |
실제로 주행에 나서면 가속이 굼뜨거나 출력이 부족한 느낌은 크지 않다. 에코나 노말 모드에서는 70∼80㎞/h 속도까지 부드럽게 가속을 이어나가고, 고속도로에서 100㎞/h 이상으로 주행할 때도 무난하다. 100㎞/h 이하 속도에서는 풍절음의 실내 유입도 크지 않고 느끼기 힘들다.
정지 상태에서 주행모드를 에코·노멀·스포츠로 바꿔보면 에코와 노말 모드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의 떨림과 소리부터 다른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에코나 노말 모드 대비 가속력도 조금 개선된 것처럼 느껴진다.
푸조 5008 GT 후면. 푸조 5008 GT는 트렁크 하부에 킥모션을 감지하는 센서가 설치돼 차키를 소지한 채로 트렁크 아래 공간에 발을 휘저으면 자동으로 트렁크 도어를 열고 닫을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
주행 간 아쉬운 요소는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탑재하고 정차 시 공회전을 멈추는 아이들링스톱 기능까지 지원하면서 오토홀드 기능을 빼먹은 점이다. 물론 해당 기능이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 기능을 활성화하고 선행 차량이 적색 신호에 맞춰 정차했을 때는 스스로 정차와 오토홀드 기능까지 작동한다.
이렇게 기능을 탑재하고도 ACC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 오토홀드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푸조 전 모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푸조의 차량 개발팀이 무슨 생각으로 차량을 만드는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요소다.
연비는 수원신갈톨게이트부터 명동 인근까지 약 36㎞ 거리를 고속도로 및 고속화도로 주행 시 16.1㎞/ℓ를 기록했고, 총 280㎞를 주행한 연비는 11.3㎞/ℓ다. 최근 푸조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 차량 라인업을 차례로 완전변경(풀 모델 체인지)을 거치고 있다. 뉴 푸조 5008을 비롯해 신차에서는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느끼던 점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푸조 5008 GT 3열을 접은 상태에서는 적재함 공간이 널찍하고, 3열을 세웠을 때는 적재함 공간이 다소 협소하다. / 제갈민 기자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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