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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할 수 있을까”… 김영옥, 그래서 더 특별한 ‘소풍’

관록의 배우 김영옥이 영화 ‘소풍’으로 관객을 찾았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관록의 배우 김영옥이 영화 ‘소풍’으로 관객을 찾았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영옥은 1957년 데뷔, 성우와 배우를 겸업하며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를 통해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얻었고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021)에도 출연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뽐냈다. 연기뿐 아니라 ‘진격의 할매’ ‘뜨거운 씽어즈’ 등 예능에서도 활약하며 국내 최고령 여성 배우로서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소풍’(감독 김용균)에서도 김영옥의 열정과 노력, 진심을 확인할 수 있다.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로,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노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워 노년의 순수한 우정과 희로애락을 깊이 있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극 중 김영옥은 끝을 알 수 없는 속 깊은 투덜이 금순을 연기했다. 금순은 친구와 자식에 대한 속 깊은 사랑을 간직하지만 겉으로는 유쾌하고 강한 인물이다. 김영옥은 단단한 연기 내공으로 현실 속 엄마이자 친구의 모습을 친근감 있게 그려내 공감을 안기는 것은 물론, 나문희와의 맛깔 나는 연기 호흡으로 관객을 울리고 웃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영옥은 영화 개봉 소감부터 작품을 택한 이유, 촬영 과정, 나문희‧박근형과의 호흡 등 ‘소풍’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이런 작품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싶다”고 애정을 드러내며 “남녀노소 공감할 이야기”라고 관람을 독려했다. 

‘소풍’으로 노배우의 저력을 보여준 (왼쪽부터) 김영옥과 나문희, 박근형. / 롯데엔터테인먼트

‘소풍’으로 노배우의 저력을 보여준 (왼쪽부터) 김영옥과 나문희, 박근형. / 롯데엔터테인먼트

-극장가 보기 드문 노년의 삶을 다룬 영화고 노배우들이 주인공을 활약한 작품이었다. 배우에게도 각별한 의미일 것 같은데.

“나는 영화를 많이 안했다. TV에서도 주인공을 한 건 전무하다 싶을 정도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참 이야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60년 넘은 우정과 관계, 내재된 모든 감정이 바탕이라 내 마음대로 풀어내도 되는 좋은 조건이었다. 또 오래도록 같이 호흡한 배우와 함께 할 수 있었다. 나문희와 외화 더빙할 때부터 세월을 보냈다. 처음 만나도 가족 같은 사람이 있잖나. 눈빛만 봐도 알게 되는 그런 사이다. 박근형도 그렇고 생각과 이야기를 교류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참 좋았다. 함께 밥 먹는 시간을 많이 가진 것도 행복했다. 벌써 추억이 됐다. 이런 작품을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 싶다. 마지막일 것 같다. TV 드라마도 어떤 인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욕심이 있어서 들어온다. 그러니까 하긴 해야지. 그런데 영화는 내가 많이 하지도 않았고 이렇게 큰 역할은 행운이면서 보기 드문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아쉽다면 내가 조금 젊어서 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결말이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자신이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그나마 행운이 아닌가.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별안간 건강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살면서 움직여서 해먹고 산다면 다행인데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되면 내 의지로 마감할 수도 없게 되잖나.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나의 의지로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게 오히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다쳐봤다. 영화 촬영을 끝마치고 그해 여름에 샤워를 하다가 미끄러져서 다쳤다. 꼼짝 못하게 됐는데 그때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 건강을 잃으면 끝이다. 지금 조금이라도 젊다면 이때부터 건강을 생각하면서 생활을 잘 가꿔나가라고 하고 싶다. 건강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지켜야 하는 건 지켜라. 더 건강하게 늙으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렇다고 그렇게 해서 소풍을 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메시지를 줬다면 큰일 난다. 그럴까봐 우려도 했다. 그런데 절대로 그러지 말라는 의미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즐거움을 찾기 위해 건강하라는 이야기를 메시지로 남기고 싶다. 또 나를 너무 희생하지 말고 위해주면서 살길 바란다. 그것이 오히려 자식을 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절대로 소풍은 가지 말라.”

노년의 희로애락을 깊이 있게 그려낸 김영옥. / 롯데엔터테인먼트

노년의 희로애락을 깊이 있게 그려낸 김영옥. / 롯데엔터테인먼트

-몸을 가누지 못해 겪는 여러 고충을 표현해야 했고 쉽지 않은 장면이 많았다. 어렵진 않았나.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그냥 표현만 얼굴로 잘해주면 되니까. 이 나이 먹도록 느낀 경험도 많이 내비쳐서 한 거다. 연기도 있지만 연기는 역시 모방이다. 창작으로 다 나오는 것은 없다. 천재 할아버지도 모방이 없으면 연기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이런 건 어떻게 표현하는지 늘 생각하고 사는 것 같다. 가짜로 하면 시청자가 공감을 못한다. 그냥 대사만 외워서 전달하면 소용이 없다. 기술적인 부분도 필요하지만 리얼하게 잘 전달하면서도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연기를) 쉽게는 했지. 감독님이 비교적 물 흐르듯 내버려둔 게 있다. 우리한테 많이 맡겼다. 그래서 진행이 순조롭고 빠른 부분이 있었다. 감독이 참 많이 보고 또 보고 미리 꼼꼼하게 해놔서 배우들은 그 자리에 쉽게 투입했다고 보면 된다. 감독의 감성이 맑고 예쁘고 그런 게 영화에 잘 담긴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나도 사치품을 향유하고 그러면 자식에게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 영화 속 그 어머니들이 자식을 위해 얼마나 희생했나. 그런데 자식들이 단면만 보고 판단을 한다. 얼마나 분한가.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거다. 대개 부모들이 그랬을 거다. 절대 자식이 그렇게 부모를 평가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 장면이 참 마음이 아팠다.” 

여전히 뜨거운 김영옥. / 롯데엔터테인먼트

여전히 뜨거운 김영옥. / 롯데엔터테인먼트

-현역 최고령 배우다. 오래도록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최고령 소리 듣기 싫어 죽겠다.(웃음) 늙어보면 알겠지만 늙어도 늙었다는 생각이 늘 드는 게 아니다. 철이 없는 건가 내가. 유난히 늙었다는 게 의식이 안 될 때가 많다. 좋게 이야기하면 소녀가 내재된? 생활 태도가 그런 것 같다. 뇌가 살아있는 한 영원히 안 늙는다. 무슨 비결이 있겠나. 살다 보니 이렇게 산 거다. 다만 뭔가 넘치진 않았다. 술, 담배 안하고 평생 조심한 거다. 담배 피우는 역할을 맡아서 배울 수도 있는데 그것은 충실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피는 척만 했다. 넘치지 않게 했다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지. 또 조금이라도 건강을 위해 움직였다. 계단은 꼭 걸어 올라간다든지 그런 노력을 젊었을 때부터 조금씩은 했다.”

-최근 윤여정이 롤모델로 꼽았다. 기사를 접했나. 기분이 어땠나. 

“글쎄, 왜 그렇게 떠들었어.(웃음) 기분 좋지.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더군다나 월드스타잖나. 고맙다. 참 친했다. 한동네 살았다. 연기자로 롤모델은 아니고 나이 많은 걸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김혜자가 어디 방송에서 김영옥이라는 사람은 연기할 때 자기가 볼 때마다 다 다르더라는 표현을 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라. 물론 나는 하나지. 아무리 해도 나문희는 나문희 바탕, 나는 나 바탕인데 거기서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려고 다른 인물을 어떻게 해서 창조해날까 하는데 조금씩이라도 달랐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 같아 참 좋더라. 큰 찬사였다. 연기자들끼리 칭찬해 주는 것처럼 좋은 게 어딨나. 하나 고백하자면 아무리 나이가 먹었어도 칭찬이 너무 좋다. 칭찬은 곰도 춤을 추게 한다는 말이 있잖나. 아직도 칭찬이 좋다.(웃음)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해놓고 나도 (영화를 보고) 울컥했다. 자식들도 생각하게 되고 여러 가지 여러 가지 느낌이 들더라. 남달랐다. 내 영화를 보고 내가 우는 일은 별로 없는데 이 영화는 뭉클하더라. 가슴을 후벼 파는 말들도 많았다. 늙은이만, 젊은이만 봐야 하는 영화가 아니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젊은 사람부터 노인까지 이 영화를 보면서 다 자기 이야기 같다고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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