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타닥 볏짚이 타올라 만든 절정의 훈연향! 짚불구이 맛집 베스트5
매년 가을이면 고개를 숙인 벼이삭들이 넓은 들판을 황금으로 물들인다. 영글대로 영근 벼들은 추수를 거쳐 우리들이 먹는 맛있는 쌀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추수가 끝난 볏짚은 어떻게 되는 걸까? 농경시대부터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매년 추수 후에는 상당한 양의 볏짚이 남게되는데, 이 볏짚은 아주 요긴한 아이템으로 변신한다. 예전엔 짚풀을 꼬아 모자나 망태기 등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을 실 대신 만들었고 지금도 공예를 다루는 곳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곧 겨울을 맞는 가축들의 보온재로도 활용하고, 집에서는 메주나 청국장을 띄울 때 쓴다.
그중에서도 볏짚에 불을 놓아 강한 화력에서 음식을 구워내는 ‘짚불구이’는 꼭 한 번 맛봐야 하는 음식이다. 예전에는 추수 직후의 별미였다면, 요즘은 한달가량 버석하게 잘 말려 유통하니 짚불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잘마른 볏짚은 불이 붙으면 순간 화력이 정말로 대단하다. 천장까지 치솟는 불길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얼굴이 익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 이 불길에 돼지고기나 장어, 생선을 올려 구우면 식재료의 기름방울과 만나 볏짚향이 음식에 스며든다.
여기에 전문가의 손놀림이 더해져 불길 위에서 맛있게 구워지는 음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요즘 핫플들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마치 장난 같이 느껴질 정도다. 시골스러운 러스틱 감성, 화려한 불쇼 퍼포먼스, 타닥타닥 볏짚이 타올라 만드는 절정의 훈연향까지. 이번 주는 이맘 때 방문하기 딱 좋은 짚불구이로 유명한 맛집을 소개한다.
1. 전국에서 손님 몰려오는 불맛의 고향, 무안 ‘두암식당’
dooam_food84님 인스타그램 |
lahamkitchen님 인스타그램 이미지 |
전남 무안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두암식당’. 1950년 들녘의 볏짚을 이용하여 고기를 구워 먹던 걸 시작으로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짚불 돼지 구이 요리를 내놓고 있다. 가게 밖 작은 공간에서는 쉴새 없이 고기를 구워내는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대표 메뉴는 삼겹살을 구워내는 ‘짚불구이’로 약 1,000도씨에 가까운 높은 화력으로 고기를 순식간에 구워낸다. 육즙이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익는 셈이라 야들야들한 식감에 속은 촉촉한 육즙으로 가득한 것이 특징. 여기에 짚불만이 주는 특별한 불향이 더해진다. 소스처럼 내어주는 ‘칠게장’에 고기를 살짝 찍어 먹는 것이 별미다. 고기와 어울리는 반찬이 여럿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양파김치는 톡 쏘는 맛과 함께 깔끔한 매운맛으로 고기의 기름기를 개운하게 씻어준다.
▲위치: 전남 무안군 몽탄면 우명길 52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B·T 15:00-16:00), 매주 목요일 휴무
▲가격: 짚불구이 1만6000원, 짚불목살(한정) 1만5000원, 칠게장비빔밥 5000원
2. 씹는맛이 살아있어 불향이 더 파워풀한, 무안 ‘사창짚불구이’
bijoumint님의 인스타그램 |
bijoumint님의 인스타그램 |
볏짚으로 고기굽는 연기가 마을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무안 몽탄면에서도 인기가 많은 식당 중 하나. 칠게를 갈아 만드는 칠게장, 양파 김치 등 인기 구성은 유지하되 반찬의 가짓수를 더 늘리고, 막창전골, 김치찌개, 국밥 등 식사류를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차별화했다. 국내산 1등급 생삼겹살로 굽는 짚불구이는 부드러우면서도 불향이 가득 배인 고기가 중독적이다. 살짝 두껍게 썰려있어 씹는 맛이 더 있는 편이지만, 역시나 고온에 구워낸 고기라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사라지는 것 같은 맛이 1인분으로는 부족할 정도. 기교나 멋없이도 정갈하게 내어주는 반찬은 장아찌 외에도 나물과 멸치볶음 등 그때그때 다양하게 차려내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짚불구이와 따끈한 국물을 곁들여 소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현지인들이 많다.
▲위치: 전남 무안군 몽탄면 우명길 99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B·T 14:00-17:00), 매주 일요일 휴무
▲가격: 짚불구이 1만6000원, 아나고탕(대) 6만원, 곱창국밥 9000원
3. 잊지 못할 맛을 선사할, 기장 ‘원조짚불곰장어 기장외가집’
식신 542609님의 리뷰 |
식신 542609님의 리뷰 |
부산의 대표음식을 나열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곰장어’. 부산에서 곰장어로 이름을 날리는 곳은 자갈치 골목과 기장 곰장어가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원조짚불곰장어 기장외가집’은 기장 짚불곰장어 집성촌의 시초가 된 집. 추수 이후 남은 볏단에 불을 놓아 곰장어를 익혀 먹던 부산 서민들의 옛 방식 그대로를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실외 한켠 볏짚화덕에서 엄청난 화력으로 익혀낸 곰장어는 껍질이 새카맣게 타 있는데, 이걸 슬슬 벗겨내면 뽀얗게 익은 속살이 나온다. 한입 크기로 자른뒤 손님상에 배달되어 불향 그윽한 곰장어를 바로 맛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첫 점은 소금장만 살짝 찍어 짚불향이 배어든 곰장어의 맛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탱글탱글 오도독 독특한 식감과 고소한 맛의 곰장어에 자꾸만 손이 간다. 기장에서 나는 미역으로 진하게 끓여내는 미역국도 맛있다.
▲위치: 부산 기장군 기장읍 공수2길 5-1
▲영업시간: 매일 10:30-21:00
▲가격: 짚불곰장어 3만원, 양념곰장어 3만원, 성게미역국 1만2000원
4.신비로운 공간에서 맛보는 몽탄만의 향, 제주 ‘몽탄’
seoghetto님 인스타그램 |
식신 유저 cmcm0115님의 리뷰. |
많은 사람들이 인생 고기집으로 손꼽는 맛집인 삼각지의 ‘몽탄’. 소갈비 중 최상급 부위인 우대갈비에 짚불로 훈연향을 입히는데, 전라남도 몽탄면의 짚불구이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최근 제주 구좌읍의 바다 향기가 솔솔 불어오는 공간에 제주를 닮은 거뭇한 돌집을 마련했다. 실내에 들어서면 마치 선사시대 박물관을 온 듯 구조부터 오브제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태가 난다.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화덕에서 연신 짚불로 초벌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역시 ‘우대갈비’. 고기 자체에도 육향이 풍부한데 짚불의 향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향의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보리된장, 톳 와사비 등 제주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 소스들이 갈비의 맛을 더욱 배가시켜준다. 제주 묵은지 볶음밥도 식사 마무리로 인기가 많다.
▲위치: 제주 제주시 구좌읍 동복로 83
▲영업시간: 매일 12:00-21:00
▲가격: 우대갈비 3만4000원, 오겹살 1만8000원, 짚불생선구이 1만6000원
5. 참치의 맛을 한단계 올려주는 타타키, 가로수길 ‘와라야키 쿠이신보’
shiny_envy님 인스타그램 |
우리와 비슷하게 쌀을 주식으로 하는 옆나라 일본도 짚불구이 문화가 있다. ‘와라야키’라고 부르는데 주로 어업이 발달한 고치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당연히 짚불구이의 대상은 생선, 특히 참치다. 가로수길에 ‘와라야키 쿠이신보’에서도 일본 스타일의 짚불구이 참치 타타키를 맛볼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참치 겉면을 짚불에 살짝 익혀 훈연향을 입히는 ‘볏짚 타타키’. 참치뱃살 또는 등살, 연어, 시메사바를 통으로 구워낸 뒤 슬라이스 해 손님상에 내놓는다. 살짝 익은 겉면이 부드러운 속살과 다른 식감을 주어 씹는 재미가 있고, 여기에 훈연향이 가미되니 참치맛이 더 살아나는 느낌이다. 타타키를 좋아한다면 꼭 방문해야 할 곳.
▲위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5길 6
▲영업시간: 매일 17:30-01:00 (금~토 2시종료). 매주 일요일 휴무
▲가격: 참치뱃살 5만2000원, 참치등살 3만2000원, 가리비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