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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소비뇽블랑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이 나파밸리라고?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나파밸리 ‘컬트와인’ 퀸테사 와인메이커 레베카 와인버그 현지 연결 화상 인터뷰

뉴질랜드 말보로·프랑스 루아르·보르도·미국 나파밸리 매력 한잔에 담은 소비뇽블랑 일루미네이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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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네이션. 최현태 기자

뉴질랜드 말보로의 신선한 산도·풀향·허브향. 프랑스 루아르 푸이 퓌메의 스모키한 미네랄. 프랑스 보르도의 볼륨감. 여기에 강렬한 햇살을 받고 자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잘 익은 강렬한 과일향까지. 전 세계 유명 소비뇽블랑의 산지의 매력을 한 잔에 모두 담았다면 한모금만 마셔도 단숨에 매력에 푹 빠지고 말 겁니다. 나파밸리는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카베르네 소비뇽 산지입니다.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나파밸리에서 이처럼 전 세계 유명 소비뇽 블랑 산지의 매력만 모은 와인이 탄생했습니다. 이름처럼 마법같이 반짝이는 소비뇽블랑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을 만나러 나파밸리의 심장, 루더포드로 달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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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와인산지.

◆ 나파밸리 소비뇽블랑

나파밸리는 워낙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가 유명하다 보니 소비뇽 블랑이 생산되는지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구대륙 카베르네 소비뇽을 대표하는 보르도에서 유명한 소비뇽블랑이 생산되는 것처럼 나파밸리에서도 소비뇽블랑이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답니다. 그것도 ‘나파밸리의 심장’ 오크빌(Oakville)을 비롯해 루더포드(Rutherford), 욘트빌(Yountville), 세인트헬레나(St. Helena) 등 나파밸리 중심 산지에서 대부분 소비뇽블랑을 재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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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소비뇽블랑 주요 산지별 면적. 캘리포니아와인협회

실제 캘리포니아와인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포도재배 비중은 샤르도네(15.5%)와 카베르네소비뇽(14%)이 쌍벽을 이루고 진판델(8.4%), 피노누아(6.4%), 피노그리(6%), 메를로 (5.3%), 무스캇 오브 알렉산드리아(4.7%), 소비뇽블랑(2.9%), 쁘띠시라(2.4%), 시라(2%) 순으로 재배됩니다. 이처럼 소비뇽블랑은 캘리포니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화이트 품종입니다. 소노마 카운티(2828ac)와 나파 카운티(2798ac)가 1, 2위를 다투며 나파밸리는 캘리포니아 소비뇽블랑의 생산의 18%를 담당할 정도로 꽤 많은 소비뇽블랑이 생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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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코스트 주요 산지.

◆ 나파밸리 소비뇽블랑 특징

나파밸리 소비뇽블랑은 뉴질랜드와 스타일이 완전히 다릅니다. 뉴질랜드 소비뇽블랑은 레몬, 라임, 구즈베리, 엘더베리, 풀향이 특징이며 조금 더 익으면 패션푸루트 느낌도 더해집니다. 피망, 아스파라거스 등 포도 자체가 풋풋한 아로마와 강렬한 산도를 지녀 와인메이커가 이것저것 손을 댈 필요가 없습니다.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고 사과산을 젖산으로 바꾸는 말로라틱 퍼먼테이션, 효모 앙금과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 오크 숙성을 거의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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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네이션 2023. 최현태 기자

캘리포니아 소비뇽블랑은 피망, 구스베리, 풀, 허브, 라임까지는 뉴질랜드와 비슷하지만 여기에 자몽, 백도, 청사과, 무화과와 허니듀, 멜론 등 열대과일향이 더해집니다. 또 뉴질랜드는 소비뇽블랑 100% 와인이 많지만 캘리포니아는 보르도처럼 종종 세미용을 많이 블렌딩합니다. 뉴질랜드와 가장 다른 점은 오크숙성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미국 와인의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가 창조한 ‘퓌메 블랑(Fume Blanc)’ 스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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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뇽블랑.

뉴질랜드는 높은 산도와 강렬한 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틸 탱크에서 맑고 깨끗하고 순수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소비뇽블랑은 풀향, 야채향이 적기 때문에 오크숙성해 스모키한 오크풍미가 살짝 나는 스타일로 만듭니다. 그런데 이게 ‘신의 한수’가 돼 캘리포니아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소비뇽블랑이 탄생했습니다. 몬다비는 초기에 스모키한 향을 강조하기 위해 투명한 보틀이 아닌, 약간 뿌옇게 보이는 보틀을 사용해 이를 적극 마케팅합니다. 더구나 이름도 루아르의 푸이퓌메(Pouilly Fume)와 비슷하게 퓌메블랑(Fume Blanc)으로 지어 루아르 소비뇽블랑을 연상케 합니다. 퓌메는 ‘연기’란 뜻입니다. 루아르 푸이퓌메는 미네랄 캐릭터가 연기, 화약냄새 등 스모키한 부싯돌처럼 느껴집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세기에 리버모어 밸리에서 처음 소비뇽 블랑을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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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밸리 주요 AVA.

◆ 기타 소비뇽블랑 산지

나파밸리 서쪽 산지 소노마(Sonoma)의 알렉산더 밸리(Alexsander Valley) , 드라이 크릭 밸리(Dry Creek Valley), 러시안 리버 밸리(Russian River Valley)도 소비뇽블랑 산지입니다. 알렉산더 밸리 중부와 남부는 자갈 토양이며 오크 숙성을 많이 해 맛이 진하고 풍부합니다. 드라이 크릭 밸리는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소비뇽블랑 스타일입니다. 초록색 멜론, 적당히 익은 파인애플, 청사과, 골덴사과, 전형적인 풀향기와 소노마 카운티 특유의 핑크 자몽 풍미를 지닙니다. 러시안 리버 밸리는 중부에서 동쪽 힐즈버그(Healdsburg)쪽으로 갈수록 풀바디에 진하고 풍부한 맛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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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코스트.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의 몬테레이(Monterrey)에서도 샤르도네와 함께 소비뇽블랑이 많이 생산됩니다. 굉장히 건조한 곳으로 산자락을 약간 끼고 있고 한류 영향도 어느 정도 들어가서 온도가 높지 않은 기후를 띱니다. 가장 유명한 지역은 아요로 세코(Arroyo Seco)로 향이 아주 강렬한 소비뇽블랑 클론 ‘소비뇽 블랑 무스케(Sauvignon Blanc Musque)’를 재배하면서 요즘 유명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센트럴 코스트 산타바바라(Santa Barbara)의 해피 캐년(Happy Canyon)도 요즘 주목받는 소비뇽블랑 사진입니다. 특히 해피 캐넌은 큰 일교차가 나타나는 내륙으로 좀 들어간 곳으로 풍부한 열대과일 풍미가 돋보이고 산뜻한 산도와 미네랄이 잘 나타납니다. 센트럴 코스트의 로다이(Lodi), 새크라멘토(Sacramento), 샌호아킨(San Joaquin)에서도 요즘 소비뇽블랑 식재 면적이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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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와 일루미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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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루아를 표현한 일루미네이션 레이블.

◆ 컬트 와인 퀸테사가 빚는 소비뇽블랑

후니우스 빈트너스(Huneeus Vintners) 그룹의 와이너리 퀸테사(Quintessa)는 러더포드에서 단 한종의 카베르네 소비뇽 베이스 레드 와인만 생산하는 유명한 컬트와인 생산자입니다. 화이트 와인도 단 한종만 선보이는데 바로 일루미네이션 소비뇽블랑입니다. 루더포드에 있는 퀸테사의 와인메이커 레베카 와인버그(Rebekah Wineburg)를 화상 인터뷰로 만나 일루미네이션 2023과 퀸테사 2021 빈티지의 매력을 들여다봅니다. 퀸테사 와인은 동원와인플러스가 수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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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와인버그. 인스타그램

UC 데이비스에서 포도재배와 카베르네 소비뇽 페놀 조성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레베카는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이탈리아,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또 이탈리아 수퍼투스칸의 대명사 오르넬라이아(Ornellaia) 어시스턴트 와인메이커, 러더포드의 스태글린 패밀리 빈야드(Staglin Family Vineyard)의 양조학자(Enologist), 부켈라 와인즈(Buccella Wines) 와인메이커를 거쳐 2015년 퀸테사에 합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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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네이션 2023. 최현태 기자

일루미네이션 2023은 소비뇽블랑 58%, 소비뇽블랑 뮈스케 32%, 세미용 10%을 섞었습니다. 자몽 껍질, 흰복숭아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레몬 커드에 금귤과 구아바 등 열대과일향이 더해지고 생강차, 야생 타임, 클로버꽃, 엘더플라워 등 시원한 빈티지의 특징에서 잘 드러나는 꽃향이 더해집니다. 구조감은 전반적으로 둥근 느낌이지만 생기발랄한 산도가 잘 뒷받침돼 밸런스가 좋고 미네랄도 잘 느껴집니다. 소비뇽블랑은 생동감 있는 산도와 레몬, 자몽의 시트러스향을 주고 소비뇽블랑 뮈스케는 꽃향과 복숭아, 구아바 등 열대과일향을 부여합니다. 세미용은 적지만 블렌딩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무게와 질감을 줘 매우 유니크한 소비뇽블랑을 만들어 줍니다. 침이 고일 정도로 높은 산도, 둥굴둥글한 질감과 적당히 크리미한 질감이 잘 어우러져 계속 마시고 싶은 느낌이 들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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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네이션.

일루미네이션은 소비뇽블랑의 대표 산지인 나파카운티 60%, 소노마카운티 40% 포도를 섞었습니다. 야생효모만 고집하고 발효통도 다섯가지나 사용해 밸런스와 복합미를 극대화합니다. 콘크리트 에그는 미네랄을 잘 보여주고 꽃향을 강조합니다. 새 프렌치 오크는 바디감에 깊이를 더하고 은은한 오크향과 향신료를 부여합니다. 아카시아 배럴은 복합적인 꽃과 향신료, 스파이스 노트, 무게감을 더합니다. 스틸 탱크는 신선한 산도와 과일향을 주고 뚜껑을 열고 양조하는 뉴트럴 오크는 산화 캐릭터를 아주 살짝 부여하면서 풍미를 풍성하게 발현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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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스틸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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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콘크리트 탱크.

레베카는 일루미네이션은 2023 빈티지부터 블렌딩 비율에 눈에 띄는 변화를 줍니다. 첫 빈티지인 2018부터 소비뇽블랑 뮈스케가 항상 50% 이상 가장 많이 들어갔는데 2023에선 처음으로 순수 소비뇽블랑 비율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레베카는 새로 생산되기 시작한 소비뇽블랑 포도밭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각 포도밭의 수확량에 따라 블렌딩 비율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씩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일루미네이션의 블렌딩 비율은 상큼한 산도와 시트러스 향을 주는 순수 소비뇽 블랑과 화이트 과실, 꽃, 열대 과실향을 담당하는 소비뇽블랑 뮈스케의 비율을 비슷하게 맞추고 세미용을 블렌딩해 복합미를 높인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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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와인버그.

“일루미네이션은 기존 소비뇽블랑과 아주 다른 유니크한 스타일이에요. 세미용을 블렌딩해 보르도 블랑처럼 바디감과 무게감을 보여줍니다. 루아르의 미네랄도 잘 느껴집니다. 캘리포니아는 강한 햇살 덕분에 화사하면서 잘 익은 포도가 탄생합니다. 포도밭이 안개가 많이 끼는 서늘한 곳이라 산도가 좋고 미네랄도 잘 살아 있습니다. 전 세계 주요 와인 산지의 매력을 모두 담아낸 특별한 와인이라고 생각해요. 2023은 매우 뛰어난 빈티지에요. 겨울에 비가 많이 와 포도나무의 캐노피가 잘 자랐어요. 특히 기후가 시원해 생동감 있는 산도를 만드는데 아주 좋은 역할을 했답니다. 영할때도 좋지만 숙성도 잘 됩니다. 어제 친구와 일루미네이션을 마셨어요. 첫번째 코스 세비치에 2023 빈티지를 페어링했고 새우 파스트타에 2016 빈티지를 페어링했는데 유사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요. 특히 숙성 잠재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여러면에서 퀸테사와 비슷하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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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밸리 주요 산지. 캘리포니아와인협회

◆ 억겁의 세월이 쌓은 루더포드 미네랄 떼루아

나파밸리는 나파강이 서쪽 마야카마스(Mayacamas) 산맥과 동쪽 바카(Vaca) 산맥 사이를 침식시켜 만든 계곡이랍니다. 아주 오래전 아틀라스 피크와 비더 마운틴의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다양한 광물질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을 만듭니다. 전 세계 토양 종류의 약 절반 정도가 발견될 정도로 나파밸리는 다양한 토양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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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루더포드 드레곤스 레이크 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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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루더포드 드레곤스 레이크 포도밭.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고품질 카베르네 소비뇽이 재배되는 곳중 하나가 루더포드(Rutherford) AVA랍니다. 북쪽 세인트 헬레나(St. Helena) AVA, 남쪽 오크빌(Oakville) AVA 사이에 있는 나파밸리 핵심 산지죠. 러더포드는 화산 퇴적물과 해양 퇴적물이 섞인 자갈과 모래로 구성됐습니다. 포도가 늦게 익는 만생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자갈토양에 가장 잘 자랍니다. 자갈은 낮에 태양의 열기를 품었다가 해가 진 뒤에도 포도나무에 온기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프랑스 보르도 좌안의 유명 와인산지들은 대부분 카베르네 소비뇽을 베이스로 만드는데 지롱드 강이 전달한 자갈 토양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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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드레곤스 레이크 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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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드레곤스 레이크 포도밭 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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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드레곤스 레이크 포도밭 토양.

퀸테사는 루더포드의 호수, 드레곤스 레이크를 둘러싼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데 네가지 다른 토양으로 구성돼 와인에 복합미를 더합니다. 진흙, 양토, 모래, 자갈로 이뤄진 벤치(Bench) 블록은 와인에 파워와 과일향을 선사합니다. 호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언덕 위 드레곤스 테라스(Dragon’s Terrace)는 자갈 토양으로 검은 과실과 부드러운 탄닌, 피니시의 과일향을 주고 코로나 노르테(Corona Norte)를 포함한 맞은편 블록은 철 등 미네랄이 많아 와인에 탄탄하면서도 촘촘한 질감을 줍니다. 언덕 위 가장 높은 이스턴 힐(Eastern Hills)은 백색 화산재인 응회암(tuff) 토양으로 퀸테사 와인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섬세한 쵸크향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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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2021. 최현태 기자

◆ 암포라 숙성으로 더 진화한 퀸테사

퀸테사 2021은 카베르네소비뇽 91%, 카베르네 프랑 4%, 카르미네르 3%, 메를로 1%, 쁘띠베르도 1%입니다. 블랙체리, 카시스로 시작해 제비꽃, 라일락 등 보라색 꽃향과 말린꽃향, 아니스, 월계수와 세이지의 달콤한 허브향, 담배잎향이 더해집니다. 온도가 오르면 숲의 흙내음이 잔잔하게 코끝을 스쳐갑니다. 골격은 탄탄하며 풍만한 질감을 지녔고 흑연과 철분 느낌의 미네랄 드러나며 겹겹이 쌓인 복합미를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퀸테사를 상징하는 복합적인 과일향, 정교한 구조감, 신선한 산도가 잘 표현됩니다. 새 프렌치 오크 65%, 재사용 오크 32%에 테라코타 암포라 3%를 섞은 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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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와인버그.

“2021 빈티지는 암포라 숙성을 도입한 첫 빈티지랍니다.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더워지고 있어 신선한 과일향과 산도를 잘 뽑아내기 위해 테라코타를 조금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테라코타는 산소가 미세하게 드나들면서 숨을 쉰답니다. 하지만 오크 배럴과 달리 다른 풍미가 전혀 더해지지 않죠. 신선한 산도와 과일 풍미를 잘 유지하면서 숙성하기 좋답니다. 암포라를 사용하는 포도밭 구획은 따로 정합니다. 암포라 사용 결과에 굉장히 만족해 매년 조금씩 더 늘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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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2021. 최현태 기자

퀸테사 2021은 풍미가 겹겹이 쌓여 굉장한 밀도와 복합미를 보여주고 파워가 있으면서도 우아한 풍미가 돋보입니다. "지난해 공급된 2020 빈티지는 탄닌이 많고 구조감도 단단해 근육질의 남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2021도 검은 과실향이 많지만 보다 날씬한 발레리나 느낌이죠. 가벼우면서 우아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잔 근육이 많은 여성의 느낌입니다. 이처럼 퀸테사는 단순한 와인이 아니라 떼루아를 보여주는 와인이랍니다. 2021은 강수량이 아주 적은 해로 캐노피가 잘 자라지 않아 가지치기로 균형감을 만들었습니다. 퀸테사는 ‘떼루아 헌터’로 불리는 유명한 떼루아 전문가 페드로 파라(Pedro Parra)를 비롯해 가지치기 마스터, 지질학자와 손을 잡고 포도밭을 30년동안 연구해 테루아를 잘 이해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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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유기농 재배 양떼 방목.

◆ 야생화와 벌이 빚는 컬트와인

가장 흥미로운 점은 퀸테사 와인 발효과정입니다. “퀸테사는 효모를 인위적으로 추가하지 않고 야생효모만 사용해요. 수확때 포도밭에서 효모를 배양하죠. 항아리에서 발효하는 한국의 김치랑 비슷하다고 할까요. 세라믹 용기에 포도와 야생화를 조금 넣으면 벌이 달려들어 양조에 필요한 자연효모가 만들어진답니다. 5일 정도도 걸리는데 그 효모를 조금 떠서 발효 탱크에 넣으면 포도의 발효가 시작됩니다.”


퀸테사는 와인을 유기농으로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이미 1996년부터 일체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바이오 다이나믹으로 포도를 재재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을 존중하면서 떼루아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양조방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생태계를 보화하기 위해 양, 소 등 다양한 동물도 포도밭에서 키웁니다. 동물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양떼가 겨울에 포도밭 사이의 커버 크롭을 먹으면서 토양의 건강이 더욱 좋아집니다. 소의 분뇨는 토양의 영양성분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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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테사 2021. 최현태 기자

“빈야드 안에 양조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콘크리트 탱크 등을 사용하는데 포도의 특징에 따라 어떤 탱크를 사용할지 결정해요. 콘크리트 탱크는 온도가 천천히 변하고 숨을 쉬기 때문에 화산재가 풍부한 떼루아에서 자라는 포도와 매칭이 잘된답니다. 매력적인 피니시와 쵸크(chalk) 풍미도 더해지죠. 떼루아 특징을 다채롭게 반영하기 위해 포도밭도 세밀하게 나눠 관리한답니다. 퀸테사는 밀도가 촘촘한 과일과 미네랄 풍미, 더스티한 풍미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나파밸리 루더포드 떼루아의 독특한 특징입니다. 바카 마운틴의 화산토와 300만년전 드레곤스 레이크가 만들어낸 자갈과 점토로 이뤄진 충적토 덕분에 이런 독창적인 퀸테사의 스타일이 만들어집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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