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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끌려들어간 주방… “요리로 즐겁게 소통하죠”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도멘청담 박진우 셰프

대학 졸업 후 남아공 레스토랑서 견습

요리 테크닉부터 직원 매니징까지 배워

현재 도멘청담서는 주방 총괄 역할 맡아

풍미의 ‘태운 감자 아이스크림’ 시그니처

엄격히 관리된 숙성 비프 요리도 일품

“다양한 손님과 소통, 마음까지 풍성해져”


도멘청담의 박진우 셰프를 만났다. 박 셰프는 군 전역 후 매형의 국수 가게에서 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주방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주방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때 본격적으로 주방에서 일하는 것이 재밌고 즐겁다고 느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스스로와 가장 어울리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열 살 때 어머니 생신 선물로 김치볶음밥을 해드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요리를 하는 것이 즐겁기도 했지만 요리를 드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이러한 기억들로 인해서 본인과 가장 잘 맞는 일이 요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계일보

박진우 셰프

지방에 있는 호텔에서 2년 경력을 쌓아 요리 대학에 진학 후, 파인다이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남아공 더 테스트 키친(the test kitchen)으로 견습을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박무현 셰프를 만나 서울에서 무오키 오픈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다. 무오키에서 시니어 수셰프까지 근무하고 현재는 도멘청담에서 주방을 총괄하고 있다. 박무현 셰프는 지금까지 박진우 셰프의 멘토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유학은 정해진 사람만 갈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그걸 깨 주었고 박무현 셰프를 따라서 남아공부터 서울까지 4년간 같이 근무하면서 요리 테크닉은 물론 인내와 끈기, 더불어 직원 매니징까지 다양한 부분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현재 박진우 셰프가 도멘청담에서 주방을 총괄하는 데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도멘청담은 모던 프렌치 기반의 음식을 하고 있고 와인과의 마리아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메뉴 안에 모든 맛을 다 넣으려 하지 않고 와인으로 부족한 맛을 채울 수 있게 10% 정도는 비워 두고 메뉴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소믈리에들이 다양하게 와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와인과 음식을 매칭함으로서 각각 느끼는 맛과 향이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서 음식을 맛보는 재미가 있게 메뉴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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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운 감자 아이스크림

도멘청담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태운 감자 아이스크림이다. 박 셰프는 음식에서 처음, 중간, 끝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 태운 감자 디저트가 이러한 단계의 맛을 잘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예시라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 입에 넣었을 때는 아이스크림에서 느껴지는 바닐라 맛, 중간에는 스모키한 감자 껍질 맛, 마지막엔 은은한 감자 맛이 나기 때문에 한 가지 디저트에서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디저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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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 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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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비프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비프라고 할 수 있다. 비프라고만 이야기하면 너무 광범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원물을 굉장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고기는 정말 특별하게 공급받고 관리하고 있다. 사육, 도축, 가공,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관리되는 업체에서 공급받아 자체적으로 21일 이상 숙성 후 사용하고 있다. 조리할 때도 도멘청담만의 방식으로 신경 써서 조리하고 있어 타 업장 대비 스테이크 퀄리티는 정말 좋다고 박 셰프 스스로 자부한다. 곁들이는 소스와 가니시는 각 계절에 맞는 채소들을 사용하여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박 셰프가 요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꾸준함이다. 요리사가 겉으로 화려한 직업처럼 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보니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복된 업무를 꾸준히 끈기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공을 쌓아야 비로소 매체나 업장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요리사가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박 셰프에게 요리는 소통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직원들과의 소통, 와인을 매칭하면서 나누는 소믈리에들과의 소통, 음식을 제공하고 먹는 과정에서 생기는 손님들과의 소통 등 음식 한 가지로 여러 방면의 소통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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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 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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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메뉴를 짤 때 박 셰프가 의도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셰프의 의도가 손님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손님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기교가 좋고 화려해도 위생적이지 않고 맛이 없으면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방에서의 위생에 매우 까다롭고 예민하게 신경을 쓰고 있으며 동시에 음식의 맛도 변하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면서 그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업무적으로 도멘청담 외에도 다양한 외식 사업을 경험하고 도전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손님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평범하지만 마음은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 박 셰프의 바람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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