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요리는 피시앤칩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피시앤칩스 외에는 영국 대표 음식을 떠올리기 어렵다면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과 같다. 일찍이 산업혁명을 거치며 인도, 홍콩, 이란 등 대륙을 막론하고 음식 문화가 유입되면서 세계 각국 요리의 장점만 골라 집약돼있다는 평을 받는다. 런던에만 6000여 개의 레스토랑이 위치해 영국 전통 요리 외에 인도에서 유래된 치킨 티카 마살라 커리, 스시, 불고기, 스파게티, 애프터눈티까지 매 끼니 식사 메뉴와 레스토랑 선정에 고민일 정도다.
그 중에서도 영국 현지인들이 피시앤칩스보다 더 추천하는 영국 음식에는 썬데이 로스트가 있다. 영국 여행 중 일요일을 맞이한다면 반드시 아침 느즈막히 펍을 방문해 맛보는 것은 관광코스처럼 필수다. 오븐에서 오랜시간 구운 고기를 얇게 썰어 그레이비 소스와 감자, 당근 등 각종 야채 그리고 요크셔푸딩과 함께 먹는데 고기는 소고기 외에도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 다양하게 선택가능하다.
영국 내 웬만한 펍에 가면 즐길 수 있는 대표 음식이기에 일요일이면 가족, 친구, 연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한가로이 썬데이 로스트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썬데이 로스트에 곁들여지는 요크셔푸딩도 영국 음식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우리에게 푸딩은 젤리와 비슷한 느낌의 디저트로 인식되지만 영국 음식에서 가리키는 푸딩의 의미는 음식의 한 종류다.
요크셔푸딩은 북부 잉글랜드에서 기원했는데 썬데이 로스트와 더불어 영국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다. 밀가루, 달걀, 우유 등을 섞은 반죽으로 구워내고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들로 만들 수 있어서 국내 누리꾼들이 직접 요크셔 푸딩을 만든 후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국인들은 요크셔푸딩을 오븐에서 바로 꺼낸 즉시 먹기를 권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먹음직스럽게 부풀었던 반죽이 가라앉으며 바삭한 식감이 사라져 눅눅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영국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집에서 현지 음식을 만드는 붐이 일었는데 요크셔푸딩만큼 많이 회자된 음식으로 스카치 에그가 있다.
반숙 또는 완숙 달걀 전체를 빵가루로 싼 후 튀겨 만든 스카치 에그는 식빵, 버터, 달걀, 다진 돼지고기, 소금, 후추, 참기름, 파프리카 가루 등 국내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영국 내에서 대중적인 음식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종류가 다양한 소시지도 빼놓을 수 없다. 아침부터 식사 때마다 주식으로 먹을 만큼 소시지 수요가 많아 자연스럽게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조리된 소시지가 발달한 것이다.
영국 소시지의 특징은 갈은 고기에 다양한 향신료, 채소 등으로 맛을 내는데 곱게 갈은 고기보다 굷게 혹은 다진 고기를 사용해 마치 햄버거 패티와 같은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굵기도 성인 여자 엄지손가락 사이즈부터 다양해 통통한 사이즈의 소시지는 한 개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식사 대용으로 그만이다. 영국 소시지는 생 소시지에 껍질을 바싹하게 익혀야 제맛이기 때문에 조리법이 까다롭다는 평을 듣지만 그만큼 푸드 마니아들의 도전 정신을 일으킨다. 제대로 익힐 때까지 도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세계 최고의 치즈로 꼽히는 블루치즈의 대명사 스틸턴 치즈도 영국이 자랑하는 음식이다. 여름철에 짜놓은 우유로 만들어 9월부터 생산돼 치즈 마니아들은 9월만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 독특한 풍미에 강한 맛으로 크래커나 와인, 생호두 등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치즈의 왕’이라고 불리며 최고급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틸턴 치즈를 보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 밖에도 영국관광청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영국 각 지역마다 특산물 및 전통 음식들을 소개한 미식 로드맵이 제공되고 있어 지역별 다양한 영국 요리들을 확인 가능하다.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