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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 통풍을 어찌할꼬

세계일보

만성통풍 환자의 손.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모(51·회사원)씨는 최근 엄지발가락이 벌겋게 퉁퉁 부어올랐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점점 발목과 무릎도 부어오르고 찌릿한 통증은 심해졌다. 우연히 술자리에서 직장 동료에게 증상을 얘기했더니 ‘통풍’(痛風) 같다고 해서 병원을 찾았더니 그의 말이 맞았다. 동료도 오래전부터 통풍치료를 받고 있다. 흔히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하는 통풍으로 고생하는 이가 주변에 의외로 많다. 통풍은 요산이란 물질이 몸 안에 지나치게 많이 쌓여 극심한 통증과 함께 열, 부기가 생기는 질환이다. 대체로 회식과 술을 즐기는 중년 남성들이 주된 타깃이었으나 최근에는 식습관이 서구화한 탓으로 젊은 환자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흔히 고기와 술을 즐기는, 운동량이 적은 이들이 많이 걸린다고 해서 ‘황제병’으로도 불린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뿐 아니라 심해지면 신장질환 등 합병증을 초래하는 만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체내 요산 증가가 원인. 극심한 통증뿐 아니라 방치하면 합병증 초래

통풍을 일으키는 요산 결정체는 관절뿐만 아니라 신체 내부 어느 곳에든 침착해 각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바늘같이 뾰족한 결정이 관절 연골이나 그 주위에 쌓이면 통증, 열, 부기가 나타난다. 통증이 생기는 부위는 대체로 엄지발가락, 발등, 발목, 발뒤꿈치, 무릎, 팔목, 손가락, 팔꿈치 관절이다. 갑자기 붉게 부어오르며 손을 살짝 대기만 해도 심한 고통이 밀려온다. 열과 오한도 동반된다. 특히 밤에는 통증이 심해져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힘들다는 환자도 있다. 증세가 심한 경우에는 극심한 통증과 관절의 변형뿐만 아니라 신장질환, 동맥경화, 만성 대사성 질환 등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정상보다 체내에 요산이 많아지게 되는 것을 고요산혈증으로 부른다. 요산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만들어진다. 하나는 음식물 중 단백질에 포함된 푸린이 분해되어 만들어진다. 다른 하나는 우리 몸에서 파괴되는 세포에서 생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산은 대부분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하게 된다. 기준은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7mg/dl보다 요산 수치가 높을 때 고요산혈증이라고 말한다. 고요산혈증이 있다고 해서 바로 통풍에 걸리거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증상이 오랜 기간 지속한다면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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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환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통풍의 주된 원인인 요산은 단백질의 일종인 푸린이란 물질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생긴다. 요산의 농도가 증가하면 바늘과 같이 뾰족한 결정이 관절 연골이나 그 주위에 쌓이면서 통증, 열, 부기가 나타나 환자를 괴롭힌다. 대전선병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풍 환자는 2012년 약 26만명에서 2017년 약 39만명으로 5년간 50%가량 증가했다. 흔히 중년 남성이 주된 대상이긴 하나 젊은 남성과 중년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김재훈 교수는 “요즘은 중년 남성뿐 아니라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남성에게서도 나타나는 등 발생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여성의 경우는 콩팥에서의 요산 제거 능력이 감소하는 폐경기 이후 통풍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꾸준한 약물치료와 함께 절주 절식 등 식습관 개선해야

통풍환자는 요산 생성을 억제하고 배출을 촉진하는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음식 조절도 병행해야 한다. 요산이 들어가 있는 음식을 삼가거나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충분한 수분섭취를 통해 요산 배출을 쉽게 하여 혈액 내 요산 수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알코올 섭취가 통풍 발생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사례의 하나로 ‘맥주를 많이 마시면 통풍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이와 관련, 대전선병원 내과 송주경 전문의는 “모든 흡연자가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모두 통풍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요산을 생성하는 푸린은 맥주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술에 다량 함유돼 있어 이미 통풍인 사람들, 가족 중에 통풍환자가 있으면 모든 종류의 술을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푸린은 술 외에도 붉은 고기류, 해산물, 튀긴 음식, 내장 부위, 과당 음료 등에도 함유량이 많아 가급적 자주 섭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비만한 사람에게서 통풍이 발생할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으므로 예방을 위해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요산을 충분히 배설시키기 위해 하루 약 2L씩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통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 병원에서 통풍환자에게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로 통증을 조절한다. 증상이 호전된 뒤에는 재발을 막기 위해 요산배설제 등을 이용해 치료한다. 통풍치료는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대처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주경 전문의는 “증상이 저절로 수일 후에 사라지면 완전히 회복됐다고 여기기 쉽다. 하나 이때 병원을 찾아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면 수개월~몇 년 후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때 치료되지 못하면 관절이 손상되고 신장 기능이 떨어져 몸에 이상이 생기는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의심 증상을 발견하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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