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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결국 ‘정면승부’ 조국 “되돌릴 수 없는 檢개혁”

조국 임명 배경·의미

‘임명·낙마’ 두개 안 놓고 밤새 장고

“원칙·일관성 지키는 게 중요” 강조

지명 한 달 만에 ‘리틀 문재인’ 선택

‘권력기관 개혁’ 국정과제 실현 의지

지명 철회 땐 지지층 분열 고려도

임명식 배우자 불참… 曺 배려 분석

세계일보

10여분 만에 끝난 취임식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취임식은 10여분 만에 끝났다. 취임식에 김영대 서울고검장 등은 참석했지만 상당수 다른 검찰 고위직은 불참했다. 하상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 동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를 놓고 고심하던 끝에 결국 ‘정면승부’를 택했다. 9일 ‘리틀 문재인’이라고도 불리는 조 장관이 임명되면서 8·9개각은 발표 한 달 만에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을 검찰개혁 마침표를 찍을 적임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고, 조 장관은 “사법개혁을 확실하게 실시하겠다”고 다짐했다.

“조국 지명 철회도 고민했다”

문 대통령은 한때 조 장관에 대한 지명 철회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3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6일, 오후 9시부터 4시간 동안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등 청와대 핵심참모들과 조 장관 관련 보고와 ‘마라톤 토론’을 벌였다. 주로 듣기만 했던 문 대통령은 토요일인 7일에는 긴 시간 동안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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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 참모를 부른 것은 8일 오후 4시쯤이었다. 윤건영 청와대 상황실장을 불러 “대국민 메시지 형식으로 두 가지 버전(임명과 지명 철회)을 다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철회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었던 것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메시지는 초안으로 작성돼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문 대통령은 이를 두고 밤새 고민을 거듭하며 원고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을 굳힌 문 대통령은 9일 오전 9시에 열린 차담회에서 임명을 결심한 상황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원칙과 일관성 지키는 게 중요”

문 대통령이 지명 철회까지 고민했던 주된 원인으로는 조 장관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기소 때문으로 보인다. 선택에 따라선 검찰과의 정면 대결로 비칠 수 있는 점도 적잖은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찬반여론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수시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틀 동안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본인에 대한 직접적인 의혹이 없는 상황에서 그의 가족에 대한 의혹만으로 임명을 철회할 경우 오히려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소신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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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여론을 의식한 듯 “가족이 수사대상이 되고 일부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엄정한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장관으로서 직무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염려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조 장관 배우자를 청문회 도중에 기소한 것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검찰 나름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조 장관은 권력기관 개혁에 매진해 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조 장관과 관련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대목에서는 향후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한 달 동안 100만건에 달하는 언론보도나 청문회에서 야당의 공격에도 조 장관에 대한 개인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게 없다는 의미”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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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권력기관 개혁 적임자”

지명 철회까지 고민했던 문 대통령의 마음을 굳힌 것은 결국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자신의 국정과제 실현을 중도에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조 장관 카드를 접을 경우 예상되는 후폭풍이 임명 강행카드 못지않게 만만치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 관계자는 “조 장관을 물러서게 할 경우 결국은 검찰에 백기 투항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 경우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의 분열과 혼란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지층의 분열은 곧 집권 3년차로 접어든 문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으로 이끌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을 포기할 경우 국정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야권의 치열한 공세도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지명 강행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향후 짊어져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칼자루를 쥔 검찰이 조 장관으로 수사를 좁혀올 경우 정권의 도덕성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국정과제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접어야 할 수 있다. 이 같은 안팎의 위기를 당분간 고강도 검찰개혁 이슈로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 장관을 임명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강도 높은 개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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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국 신임 장관이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자 참석 생략… 마지막까지 조국 배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는 장관 및 장관급 위원장 배우자들이 불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배우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자가 참석하지 않은 과거 사례도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검찰에 기소된 조 장관의 아내 정 교수를 배려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통상 청와대에서 진행되는 고위공직자 임명장 수여식에는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한 배우자들에게 일일이 꽃다발을 건네주고 기념촬영도 해왔다.


이날 수여식 역시 전례없이 경직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기념촬영 때도 거의 웃지 않았다. 조 장관 역시 참석하는 내내 어두운 표정이었다.

曺 “되돌릴 수 없는 檢개혁” 강공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논란 끝에 취임하며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하게 됐지만 만만찮은 가시밭길이 놓여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장관은 차기 대권후보로도 거론됐지만 인사검증과정에서 본인과 가족이 상처를 많이 입어 향후 행보에 제약을 당할 소지가 다분하다. 조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과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를 약속하며 강공을 예고했다.


조 장관은 9일 임명장 수여식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표정도 굳어 있었다. 하지만 취임사는 달랐다.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제 허물과 책임, 짊어지고 가겠다. 젊은 세대들이 저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먼저 밝혀둔다”며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앞서 임명식 직후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환담에서 “임명이 된 취지를 늘 마음에 새기겠다”며 “학자로서, 민정수석으로서 고민해 왔던 사법개혁 과제들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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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특히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시민들, 전문가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완수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검찰 권력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검찰에 대한 인사권 행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실상 ‘인사권’을 통해 검찰에 대한 ‘통제’를 경고한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인사권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라며 “청와대는 더 이상 ‘윤석열 검찰’을 좌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앞으로 검찰 개혁을 위해 검찰의 수사관행과 인사체계 등을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하지만 우려가 앞서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욕을 많이 먹는 조직이지만, 공무원이기 때문에 조 장관처럼 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의 개혁안을 보면 ‘형사소송법’과 ‘형법’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며 “비전문가가 전문가에게 ‘이래라저래라’하면 영이 서겠느냐”고 반문했다.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되면 장관으로서 거취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마저 검찰에선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관 본인마저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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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은 국민의 지지가 필수적인데 조 장관으로는 추동력을 얻기가 힘들어 중간에 개혁이 좌초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조 장관은 한때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권후보 4위에 오르고 ‘문재인의 남자’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대중적 인기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들이 조 장관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조 장관 자체에 반감이 쌓였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조 장관의 ‘뒤끝’을 두고 뒷말이 돈다. 조 장관은 8일 밤 11시30분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내일 어떤 결정이 내려지건, 부족하고 흠결이 많은 사람임을 알면서도 저를 성원 지지해 주셨던 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으며 살겠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 인사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조 장관을 비판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인사권자는 인사를 하고, 수사기관은 수사를 열심히 해서 범죄 혐의를 소명하면 될 일”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옳고 그름이 밝혀질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김달중·박현준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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