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승 한장상부터 '낚시꾼' 최호성까지···64년 역사 빛낸 별들
'한국 오픈'이 낳은 스타 이야기
최호성 독특한 스윙에 세계 열광
김대섭, 만 17세 최연소 타이틀
최다승 한장상은 4연패 영예도
'국내 43승' 최상호는 우승 1번뿐
1958년 첫 티샷을 날려 올해 64회째를 맞은 한국 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는 그동안 숱한 세계적인 스타들이 거쳐 갔다.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을 비롯해 ‘남아공 듀오’ 어니 엘스와 레티프 구센(남아공), ‘풍운아’ 존 댈리(미국), 이안 폴터(잉글랜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찾았다.
이미 스타였던 이들과 달리 한국 오픈을 통해 ‘별’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 선수도 있었다. 가장 밝게 빛난 선수는 최호성(49)일 듯싶다. 그는 2018년 대회 때 ‘낚시꾼 스윙’으로 전 세계 언론과 팬의 주목을 받았다. 운도 따랐다. 그해부터 한국 오픈이 아시안 투어와 공동 주관이 되면서 대회 영상이 전 세계에 송출된 것이다. 최호성이 피니시 동작에서 몸을 돌리면서 낚싯대를 낚아채듯 클럽을 들어 올리는 독특한 모습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자고 일어나니 ‘벼락 스타’가 돼 있었다는 말이 딱 맞았다. 동네 아저씨 스윙과 닮은 그에게 ‘아마추어에게는 희망을, 프로에게는 절망을 준다’는 평이 따랐다.
최호성이 뜬 데는 그의 굴곡진 인생 스토리도 한몫했다. 수산고에 다닐 때 참치 해체 실습 중 사고로 오른손 엄지손가락 한 마디를 잃은 데다 건설 현장 잡부, 배달 등 일용직을 전전하다 26세에 뒤늦게 골프 잡지를 보며 골프에 입문한 과정 등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2018년 대회에서 최호성은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 초청 선수로 출전하면서 난생 처음 미국 땅을 밟았다. 유명세는 아프리카에도 알려져 유럽 투어 케냐 오픈에도 나섰다. 최호성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고 했다.
한국 오픈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 중 하나는 김대섭(41)이다. 아마추어와 프로 신분으로 한국 오픈을 제패한 유일한 선수다. 고교생이던 1998년 역대 최연소(17세 2개월 20일)로 우승했고 대학생이던 2001년과 군 전역 후인 2012년에도 정상에 섰다. 그의 통산 10승 중 첫 우승과 마지막 우승도 한국 오픈이었으니 이래저래 ‘한국 오픈의 사나이’였다. 한장상(82)의 한국 오픈 통산 7승과 4연패(1964~1967년)는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오픈을 통해 성장한 해외 선수도 있었다. ‘오렌지 보이’ 리키 파울러(미국)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1년 한국 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후 “이번 우승을 발판으로 PGA 투어에서도 정상에 오르겠다”고 했는데 이후 미국에서 5승을 쌓으며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불운의 아이콘들도 있다. 2010년 당시 19세이던 노승열(31)이 그랬다. 그는 3라운드까지 5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최종일 8오버파 79타로 무너졌다. 이에 반해 노승열에 10타 뒤져 있던 양용은(50)은 5언더파를 몰아치며 우승했다. 노승열은 이후 2011년 5위, 2012년 6위, 2014년 준우승 등 상위권을 줄곧 맴돌았지만 아직 정상을 밟지 못했다.
한국 오픈 최다 준우승이라는 다소 달갑지 않은 기록의 주인공은 ‘전설’ 최상호(67)다. KPGA 투어 최다승(43승)을 달성한 그는 한국 오픈에서 5회 준우승을 했다. 그가 우승한 것은 1983년뿐이다. 그의 경력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편 23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올해 한국 오픈 1라운드에서는 이정환(31)과 한승수(36), 황재민(36)이 3언더파를 쳐 1타 차 공동 선두에 나섰다. 대회 2연패와 2연승에 도전하는 이준석(34)은 1오버파로 출발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