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 사건 변호에 수원지검 출신 전관 ‘영입’
“떳떳하다면 전관까지 필요했나” vs “법적권리로 왈가왈부 부적절”
이태형 변호사 “수사과정 대응 위주 법률조언···전관이라고 특혜없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사건 변호인단에 수원지검 공안부장 출신 이태형 변호사를 영입한 것으로 22일 뒤늦게 확인됐다. 김씨를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송치받아 수사에 착수한 곳이 수원지검인데, 그곳을 한때 ‘친정’으로 뒀던 변호사를 방패 삼고 나선 셈이다.
통상 전관 변호사는 현직 법조인 시절 이런저런 조직내 인연의 고리를 활용해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통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이 변호사는 2010년 수원지검 공안부장 시절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을 기소했던 공안통으로, 올해 7월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를 끝으로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했다. 김씨측이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를 기소한 전력이 있는, 전관 변호사까지 영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혜경씨는 지난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2차 출석이 있기 전 나승철 변호사 외에 이태형 변호사를 영입했다. 이 변호사는 2010년 12월 수원지검 공안부장 시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학금 지급 등 기부행위 제한조항을 위반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상곤(당시 경기도교육감) 전 부총리를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이 김 전 교육감을 기소하자 민주당 경기도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전임 교육감 당시부터 지급한 장학금 문제를 두고 기부행위로 치죄하는 것은 과도한 법 적용”이라며 검찰 기소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과정에서 김 전 교육감측은 전임 교육감 때부터 설립한 경기장학재단에서 경기교육사랑카드를 운영해 발생한 수익금으로 매년 중고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이듬해 2월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측이 수원지검 공안부장 출신 전관 변호사를 영입한 것에 검찰 안팎에서는 곱지 않게 보기도 한다. 사정당국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주장대로 떳떳하다면 굳이 전관 변호사까지 영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며 “더구나 그 변호사가 과거 같은 당 주요 인사를 기소했다가 무죄까지 선고받게 한 전력이 있다면 오히려 기피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기관 출신이니 수사과정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을 테니 피의자 입장에선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변호사 선임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니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검사 시절 공안 사건을 주로 맡았으니 어떻게 보면 걸어온 길이 (민주당과) 다른 입장인 것은 맞다”며 “변호사 개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변호인단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호인단에서 주로 수사기관 출석이나 조사 시 대응 등에 대한 자문에 응하고 있다”며 “현재 이 지사 주변 변호사들은 통상적인 수사기관의 활동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그걸 설명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요즘엔 전관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고 하진 않는다”며 “오히려 오해를 받을까 봐 검찰 측과 휴대전화로 통화도 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면담 신청해 만나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서영 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