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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덕분에 기적의 도쿄올림픽 출전

[취재파일]

SBS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 스포츠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습니다. 천문학적인 금전적 피해는 물론 숱한 대회가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되면서 큰 손해를 보게 된 선수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덕분에 기적적으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선수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수영스타 이케에 리카코입니다. 이케에는 18살의 나이로 출전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자유형 50m와 100m, 계영 400m, 혼계영 400m, 접영 50m와 1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6관왕에 올라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습니다.


아시안게임 사상 여자 선수 최다관왕이 나오자 일본 스포츠계는 흥분했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유망주로 미디어의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케에 자신도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반드시 따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6개월 뒤인 2019년 2월 이케에는 청천벽력 같은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무려 10개월 동안 입원했고 그해 12월 퇴원한 뒤에도 매일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6주에 한 번씩 통원 치료를 받아 한때 체중이 최대 15㎏이나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케에 본인은 물론 일본 스포츠계도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백혈병 치료를 받는 몸으로는 그토록 원했던 도쿄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케에는 2024년 파리올림픽을 향해 준비하겠다고 목표를 밝혔지만 도쿄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된 아쉬움은 달랠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극적인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지난해 3월 하순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전격 결정되자 이케에는 5월부터 새 희망을 갖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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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첫 복귀전을 치른 이케에는 대회를 치를 때마다 놀랄 만큼 기록을 줄여왔습니다. 백혈병 치료를 받은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회복을 보였습니다. 지난 2월 21일 열린 일본수영오픈 여자 접영 50m에서는 25초77의 기록으로 복귀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여자 접영 50m는 올림픽 종목은 아니지만 그녀의 기록은 올해 세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습니다.


자신감을 갖게 된 이케에는 마침내 지난 4일 도쿄올림픽 수영 경기장인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일본수영선수권 여자 접영 100m 결승에서 57초77로 1위로 터치 패드를 찍었습니다. 이 기록은 일본수영연맹이 정한 이 종목의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57초10)에 미치지 못했지만 혼계영 400m 선발 기준(57초92)을 넘어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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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에는 우승 직후 "매우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느꼈다"며 "지금 매우 행복하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2년 전만 해도 항암제로 머리칼이 빠지는 것을 겪은 이케에는 도쿄올림픽에 나가게 된 소감으로 "빠르게 (다시) 수영할 수 있게 되고 싶었고, 강해지고도 싶다는 생각에 점점 면역력이 올라 여기까지 일찍 올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케에는 오는 1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일본 수영선수권에서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자유형 50m와 100m, 그리고 올림픽 종목이 아닌 접영 50m에도 출전할 예정입니다.


이케에의 도쿄올림픽 출전은 한마디로 기적입니다. 전성기 때 기록과는 아직 거리가 있어 오는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렇게 빨리 올림픽 티켓을 따낼 정도의 실력을 되찾은 것은 백혈병을 최단 기간에 극복하겠다는 그녀의 초인적인 의지가 결정적인 힘이 됐습니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된 것은 그녀에게는 분명 행운이었습니다. 진정한 행운은 미리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진=시나스포츠)

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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