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74차례 설악 올라…위안과 건강 얻었어요”
설악산 마니아 홍세미씨
극한 산행은 단순히 체력만 좋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산을 대하는 올곧은 태도와 이념, 탄탄한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춰야만 안전히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넷플릭스 인기 예능 <피지컬100>에서 피지컬이 뛰어난 이를 탐구했듯, 월간<山>은 ‘산지컬’이 뛰어난 이들을 만나본다. _ 편집자
“혹시 이 사람 알아요?”
산행 중 우연히 만난 한 독자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화면을 보니 인스타그램에 오로지 설악산 사진만 가득했다. 설악산을 꽤 좋아하는 사람인가 싶어서 그냥 넘기려는데 각각의 글이 올라온 시점이 심상치 않다. 정확하게는 시점이 아니라 간격이다. 3일, 심지어는 하루 만에 다른 옷을 입고 설악산 대청봉에 선 경우도 있었다. 워킹 등산만 아니라 등반까지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대는 전부 설악이다.
생각해 보면 설악산과 어깨를 겨루는 지리산의 경우 등정 횟수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꽤 있다. 천왕봉만 500번, 1,000번 올랐다는 사람의 이름이 산악전설처럼 들려오곤 한다. 실제로 GPS기록과 인증 사진으로 기록을 쌓아가는 사람도 있다. 정동호씨(8월 14일 현재 천왕봉 695회 등정)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설악산은 등정 횟수를 기록하고 이를 목표로 두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진다. 지리산에 비해 수도권에서 훨씬 접근이 쉬운 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유를 짐작하자면 여럿 들 수 있겠지만 뭉뚱그려서 하나로 말해도 얘기는 된다. 힘들다는 것.
트랭글에 기록된 홍씨의 올해 설악산 대청봉 등정 기록. 43번이다. |
100대 명산 다 오르고 내린 결론, 설악
그렇게 힘든 설악산 산행을 최대 1년에 74번이나 한 사람이 있다. ‘꽃치타미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세미씨다.
“고향은 전라북도 군산이에요. 고등학교를 마치고 20세 때 서울로 올라왔어요. 원래는 호텔경영학과 공부를 하다가 적성에 안 맞아서 일반 사무직으로 취직했다가 지금은 프리랜서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고 있죠.”
어릴 적에 남다른 체력이 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근력도 없고, 유연성도 좋지 않았다. 아웃도어는커녕 딱히 자연을 좋아하는 축도 아니었다. 오히려 성인이 되고 건강관리차 요가부터 시작해서 헬스, 필라테스 등을 섭렵하며 조금 체력이 좋아질 수 있었다.
홍씨는 설악산 태극종주를 3번 했다. 그중 한 번은 태극기를 들고 했다. |
“등산을 처음 시작한 건 2017년입니다. 필라테스 자격증을 취득하던 중 만난 친구가 산에 한 번 같이 가자고 했어요. 그냥 한 번 따라가 봤는데 그게 도봉산이었죠. 사실 산이라고 하면 한참 멀리 지방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하철만 잠깐 타도 이렇게 경치 좋은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첫 등산을 맛 본 뒤에는 잠깐 세계여행을 다녀오려고 했다.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받은 퇴직금으로 한 달 정도 여행하려고 했는데 이것이 그만 1년 반으로 길어졌다. 현지에서 만난 다양한 인연이 그를 새로운 여행지로 이끌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아프리카. 이집트부터 시작해서 동아프리카 국가들을 여행했는데 여기서 자연의 웅대함에 반했다. 아프리카에서 자신이 아웃도어 체질이란 것을 발견한 셈이다.
잠깐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다시 세계여행을 나갈 셈으로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코로나가 발생했다. 한국에 발을 묶이자 깊은 오지와 웅대한 자연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한국에서도 그런 곳을 찾고자 눈길을 돌리고 발길을 옮겼다. 그렇게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그러고도 더 산줄기를 타고 싶어 크루를 찾았다. ‘종주꿈나무’란 곳이었다.
도시에선 무표정으로 살지만 설악산에만 오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
“딱 200명 제한을 둔 오픈 채팅방입니다. 여기서 동행도 구하고 정보도 공유하고 그랬어요. 여기서 12대 종주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불수사도북을 포함해서 설악태극, 지리태극, 영남알프스 환종주, 충북알프스 등 무박 2일로 걷는 수십km 거리의 장거리 길이죠. 이것도 다 완주했어요.”
그리고 내린 결론은 설악이었다. 첫 설악의 계절은 가을이었다. 겁도 없이 공룡능선을 탔다. 혼이 쏙 빠질 정도로 하루 종일 걸었는데, 그래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설악에 빠졌다. 공룡능선을 걸은 뒤 그 다음 주에는 서북능선을 바로 탔다. 아직 몸이 산행에 덜 적응했을 때라 무척 힘들었지만 그래도 경치를 보면 그 모든 힘듦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의 첫 지리산 산행 얘기를 들어보면 그가 경치에서 얼마나 힘을 얻는지 알 수 있다.
“첫 지리는 화대종주로 만났어요. 사실 그 전날 대둔산을 갔다가 바로 화대종주하러 간 거라 몸도 엄청 힘들었죠. 잠도 제대로 못 잤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산행 내내 곰탕이라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첫 만남이 그렇게 어그러지니까 딱히 지리산에 매력을 못 느껴서 자주 안 찾게 되더라고요. 그나마 차후에 다시 가면서 조금씩 다른 면모를 보게 되면서 좋은 산이라 생각하게 됐죠.”
지리산 태극종주 중. |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1시간 40분 주파
“설악이 왜 그렇게 좋았던 건가요?”
그는 한동안 우물거렸다. 그냥 ‘경치가 좋다’는 말만으로는 하염없는 설악행을 완전히 설명하기 부족하다. 그는 혼자 감춰놨던 기억 하나를 꺼냈다.
“여름이었어요. 코로나가 창궐해서 대피소들이 운영을 안 할 때였죠. 대피소도 없고, 더우니 설악이 정말 텅텅 비어 있었어요. 저 말고 1~2명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새벽에 통제가 풀리자마자 바로 오색코스를 달려 올라갔어요. 1시간 40분 정도 걸려서 대청봉에 섰죠. 힘들게 올라와서 일출 빛을 딱 보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주룩 흘렀어요. 그 모습이 너무 감동적인 것도 있는데 그 감동이 저를 위로해 주는 느낌이었거든요.”
그 이후로도 종종 설악에서 울었다. 그는 “도시에선 눈물이 많지 않은 편인데, 설악에선 이상하게 눈물짓게 된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직장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과 힘듦, 지침, 피로가 눈물샘에 쌓여 있다가 빠져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한 가지 놓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오색에서 대청봉 까지 오른 속도다. 2시간이면 준족인데 1시간 40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GPS 기록과 사진, 영상 기록을 확인하니 정말이다. 더 놀라운 건, 순수하게 설악만으로 다진 체력이라는 점이다.
경기도 광명시 도덕산에서 만난 홍세미씨. |
“선천적으로 체력이 좋은 건 아니고, 산행에 입문하고 초반에는 체력이 아니라 오로지 산에 대한 중독성으로 올라갔어요. 지금도 본업인 필라테스를 제외하곤 다른 운동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도 꾸준히 설악을 오르내리니까 점점 속도가 빨라졌죠.”
동행도 딱히 구하지 않았다. 그는 “혼자 산행했을 때 더 뿌듯함을 느껴서 단독행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렇게 설악산을 혼자 누비자 자연히 설악 마니아들의 눈에 들게 됐다. 페이스가 빠른 편이라 이들과 보조도 맞았다. 그렇게 인연이 닿은 사람 중 한 명이 대청봉을 500번 넘게 올랐다고 알려졌던 고故한상철씨. 단조롭게 설악산을 산행하던 그에게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여러 코스를 알려주고 같이 걷기도 했다.
또 워킹만으로 설악의 매력을 다 알 수 없다고 생각해 등반을 배우기도 했다. 정승권등산학교에서 기초를 배운 뒤 산빛산악회에 가입해 ‘솜다리의 추억’, ‘별을 따는 소년들’ 등의 루트를 등반했다. 그는 “사실 등반은 너무 어렵고 워킹 산행이 훨씬 더 재밌다”면서도 “그럼에도 설악산의 구석구석을 조금 더 보고 싶어서 억지로라도 바위를 잡고 기어올랐다”고 했다. 그래서 소득도 있었다. 일출에 물든 천화대란 비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설악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그에게 남았다.
설악산 천화대. 홍씨가 설악산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곳이다. |
공룡능선 걷다가 낮잠 자기도
2023년 설악산을 74번 갔고, 올해는 8월 초 기준 43번 찾았다. 질릴 만도 한데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매일 보던 풍경이더라도 그날의 날씨와 계절에 따라 항상 다르다고 한다. 또 “곰탕은 싫지만 비가 오는 날 산행을 시작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도 했다. 이유는 비가 그친 직후 날이 맑게 갤 때, 그 때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좋기 때문이다. 산행 내내 사진은 잘 안 나오더라도 딱 그 순간만 있으면 모든 것이 보상된다.
거의 매주 설악에 가면 이번엔 어느 코스로 갈지 결정하는 것도 일이다. 그래서 결정하지 않는단다. 어차피 혼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단 오색에서 내려 대청봉으로 내달려 오른다. 그리고 정상석을 껴안고 다음엔 어디로 갈지 정한다. 만약 날씨가 좋지 않다면 도로 오색으로 내려가거나 소공원으로 빨리 내려간다. 또 좋다면 서북능선이나 공룡능선으로 향한다.
봉정암 사리탑전망대. |
“거리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이렇게 다녀요. 왜냐면 산행할 때 물을 딱히 많이 안 먹는 스타일이라 짐이나 식량에 대한 부담이 없거든요. 또 걷는 속도도 빠른 편이고요. 한 번은 남교리에서 대청봉까지 왕복한 적이 있는데 그때 14시간 30분 걸렸어요. 44km죠. 설악산 안에 있으면 어쨌든 반나절 안에 어디로든 다 하산할 수 있어요.”
힘들지 않아서 빠르게 걷는 것은 아니다. 빠른 산행속도를 유지하면 당연히 힘들다. 근데 그렇게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힘들어도 잠깐 한 숨만 쉴 뿐 요령 없이 버티고 가는 스타일이다. 그는 “힘들면 그걸 빨리 끝내고 싶어 하지 포기할 맘이 들지 않는 성격이다”라고 했다.
그의 ‘힘듦’의 척도는 육체에 있지 않고 정신에 있다. 가령 앞서 완주한 12대 종주를 평가할 때 난이도나 거리 등을 고려해서 객관적으로 더 어려운 코스가 있더라도 산이 예쁘면 그는 “쉬웠다”고 답했다. 몸이 아니라 정신으로 등산하는 셈이다.
흔히 산꾼들 사이에 ‘12대 종주’로 알려진 코스들을 완주하자 소속 크루에서 인증서를 만들어 줬다. |
어쩌면 이 이야기부터 했어야 할 지도 모르는데, 그의 집은 서울이다. 매번 설악에 갈 때마다 교통비가 든다. 안내산악회 버스를 이용할 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얼마나 썼냐”고 묻자 따로 계산을 해본 적은 없다면서 “지인들이 ‘그 돈이면 속초에 집을 산다’고 한다”는 말로 대답했다.
“산행을 앞두고 들머리에 섰을 때, 산을 걸을 때, 그리고 모든 코스를 완주하고 날머리에 섰을 때 셋 중 어느 순간이 가장 좋고 설레나요?”
“저는 산 속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아요. 그래서 설악산에서도 전망이 좋은 곳에서는 한참 꾸물거려요. 대청봉 정상석에서 뒹굴거릴 때도 있고, 한 번은 공룡능선 1275m봉에서 낮잠도 잔 적이 있어요. 그러고 보면 1275m봉은 항상 1시간은 넘게 머물다가 이동하는 것 같네요.”
대청봉 일출. 홍씨는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고 있다 |
진정성 없는 등산 인플루언서 되고 싶지 않다
사건사고도 많았다. 한번은 너덜지대를 지나는데 몸 바로 옆으로 큰 돌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 애초에 조심성이 많아서 스틱으로 돌을 하나씩 두들겨 보면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위에 괴어 있던 돌도 떨어진 것이었다. 그는 “아무리 조심해도 일어날 사고는 일어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겨울 설악에선 실제 저체온증이 온 등산객이 구조되는 과정을 보기도 했다. 그래서 배낭이 무거워지더라도 체온을 지키는 장비는 꼭 챙긴다. 한여름에도 바람막이와 장갑까지 넣고 다닌다.
모든 설악이 좋지만 모든 설악에 든 이들을 좋아하진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흡연자들이다. 대놓고 탐방로에서 담배 피우는 걸 몇 번이나 봤다. 눈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바로 “담배 끄세요!”라고 쏘아붙인다고 했다. 한 번은 상대방이 불쾌하게 맞받아치면서 말싸움으로 번진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그는 계속 흡연자를 볼 때면 단호하게 피우면 안 된다고 말한단다. 직접 흡연 현장을 목격하지 못했더라도 담배꽁초들이 땅에 떨어져 있는 걸 보면 속으로 ‘제발 이런 사람들은 설악에 오지 말게 해주세요’라고 빈다.
장군봉 등반. |
“그럼 플로깅 같은 것도 하세요? 요새 산에서 쓰레기 줍는 분들 많으시잖아요.”
“쓰레기가 보이면 가급적 주워가려 하지만, 대부분 산행에선 그냥 제가 가져온 것만 확실히 되가져가자는 주의입니다. 만약 의도치 않게 있어야 할 쓰레기가 주머니나 배낭에서 빠져 나간 걸 확인하면 그만큼 다른 걸 주워 채워 가는 정도로 하고 있어요. 솔직히 쓰레기 줍는 거 그냥 인스타그램 사진 찍는 용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또 협찬을 받아서 적당히 산행하는 척 사진만 찍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는 그렇게 진정성 없이 하긴 싫어요. 산행은 오롯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친한 지인들은 그를 ‘설미녀’라고 부른다. 설악산에 미친 여자란 뜻이다. 그 별명이 내심 싫지 않은 눈치다. 실제로 설악산 국립공원공단에 취직하려고 알아본 적도 있다. 그런데 결국 그만뒀다. 대피소에서 근무하고 싶은데 여성 직원을 대피소 근무로 올려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산불방지기간에도 대피소에 있을 수 있고, 첫눈도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부러운데 대피소에 근무할 수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쉽다”고 했다.
홍씨가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등산크루 ‘종주꿈나무’. |
늙어서도 계속 설악 가고파
“지금 제 취미는 모두 설악에 얽혀 있어요. 예전에는 카페 가는 것도 좋아했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지금은 싸구려라도 커피를 들고 산에 가서 마시는 걸 좋아하고, 영화처럼 멋진 산의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참. 커피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음식은 아무거나 먹고 딱히 신경 안 쓰는데 편의점 페트병 커피 라떼 500ml는 꼭 챙겨요. 그것만 마시면 어디든 걸을 수 있어요.”
하산 후 맛집도 추천해 줬다. 백담사 방면에는 번개반점의 쟁반짜장, 소공원은 반달곰 연탄구이집, 오색은 전주식당 등을 꼽았다. 맛집을 말하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데 설악을 얘기할 때의 빛보단 약하다.
홍씨는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2시간 내로 주파하는 건각이다. |
“제가 설악에서 발산하는 에너지가 도시에서보다 훨씬 높아요. 그래서 산에 가면 자연스럽게 하이텐션이 됩니다. 제가 설악에서 찍은 사진은 다 웃는 모습이에요. 꾸며낸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나와요.
많은 분들이 그런 사진을 다 좋게 봐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특히 혼자 종주산행을 해보려는 여자 분들이 인터넷에 올린 제 기록들을 많이 좋아해 주세요. 에너지를 받았다면서 감사하다고 댓글을 남기기도 하죠. 누구든 잘 준비하면 타인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짐도 다 들고 길도 찾아서 설악을 오를 수 있다는 걸 꼭 알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설악산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물었다. 가령 대청봉 등정 횟수 늘리기나 더 어려운 코스 종주, 혹은 등산 속도 기록 갱신 같은 구체적인 것들을 물었다.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딱 한 문장만 남겼다.
“지금은 그저 늙어서도 계속 설악을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네요.”
홍씨는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늙어서도 계속 설악을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했다. |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