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도 겨울 산 좀 가겠습니다”
정보 | 초보 겨울산행지
초보산꾼이 갈 만한 대표적 겨울 명산·숲길짧고 편안한 산행이지만 겨울 필수 장비는 꼭 챙겨야
겨울산은 눈과 얼음이 수정처럼 빛나는 ‘겨울왕국’이다. 초보자도 코스를 잘 선택하면 ‘겨울왕국’으로 들어설 수 있다. |
눈과 얼음이 가득한 겨울세상, 산으로 가면 더욱 환상적인 풍광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춥고 배고프고 힘든 겨울산은 ‘초보 산꾼’들에게는 ‘못 간다고 전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그렇다고 겨울산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산도 산 나름이라 잘 살펴보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산과 코스가 있다.
초보 입문용 겨울산 함백산
높이는 1,572m로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겨울 입문용으로 적합한 산이다. 적설량이 많아 겨울 내내 거의 눈을 볼 수 있는 것도 장점. 함백산이 ‘만만한’ 이유는 바로 해발 1,280m의 만항재까지 도로가 나있어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상의 고갯마루인 만항재에서 산행을 시작해 고도를 300여 m만 올리면 정상에 설 수 있다. 경사도 정상 직전 오르막을 제외하면 가파르지 않고 완만한 편이며 등산객이 많아 러셀도 잘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높은 산답게 빼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함백산. |
조금 더 코스를 짧게 잡으려면 만항재에서 올라 중함백산을 지나 나오는 사거리고개에서 적조암 방향 서쪽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된다. 단, 이 경우 적조암 입구에서 만항재까지는 도로를 따라 약 3.5km 거리이므로 택시를 이용하거나 승용차를 날머리에 미리 대두는 편이 낫다. 함백산 산행은 쉬운 편이나 바람이 세차 방한 준비를 확실히 하고 비상식량도 여유 있게 준비하는 편이 좋다.
백두대간과 동해안의 조망을 동시에 대관령 선자령
선자령은 대표적인 겨울 눈꽃 트레킹 명소다. 고도가 해발 1,157m인 백두대간의 주능선이지만 해발 860m인 대관령휴게소부터 올라 표고차가 297m밖에 나지 않아 등산이라기보다는 트레킹에 가깝다.
선자령 정상 부근에 서면 동해바다와 오대산에서 설악산을 향하는 백두대간 등의 풍광을 바라볼 수 있어 사계절 등산객이 찾으며, 특히 겨울엔 눈꽃과 함께 심설산행을 즐길 수 있어 줄 서서 걸을 만큼 사람들로 북적인다. 선자령은 바우길 제1구간(선자령 풍차길)을 이용하면 편하다.
선자령 산행의 들머리는 대관령휴게소다. 휴게소에서 오른쪽 아스팔트길을 잠시 걷다가 전봇대와 나란히 선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향하면 계곡과 숲을 거쳐 선자령 정상으로 이어진다. 이정표에서 직진하면 국사성황당 옆을 지나 곧바로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간다. 어느 곳을 택하든 상관없지만 계곡 쪽으로 가면 800m 정도 거리는 긴 대신 세찬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사성황당 갈림목을 지나면 야생화가 좋은 길이 이어진다. 봄부터 가을까지 노란 제비꽃부터 보라색 얼레지, 홀아비바람꽃과 꿩의바람꽃, 투구꽃, 제비동자꽃 등 온갖 종류의 야생화가 만발한다.
계곡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면 철조망 너머 양떼목장의 절경이 펼쳐진다. 한동안 목장길을 따라 걸으면 잣나무 군락지가 있는 삼거리를 만난다. 오른쪽은 국사성황사를 지나 강릉 방향으로 내려오는 바우길 제2코스 ‘대관령 옛길’이고, 왼쪽이 선자령으로 가는 길이다.
풍력발전소의 풍차가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선자령 전경. |
풍력발전기 밑에서 선자령으로 오르는 막판 짧은 구간이 나름 깔딱고개라면 깔딱고개다. 광장 같은 선자령 정상엔 ‘백두대간 선자령’이라 적힌 정상석이 있다. 정상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통신시설이 있는 곳 왼편에 나무데크로 만든 새봉전망대가 있다. 옹기종기 건물이 모여 있는 강릉 시내와 남김없이 펼쳐진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상행휴게소에서 국사성황당 갈림길~자작나무 숲~정상~새봉전망대~대관령상행휴게소 원점회귀까지 총 10.8km에 4시간 정도 걸린다.
곤돌라로 관광도 하고 산행도 하는 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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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1,614m)은 적설량이 많아 그 어느 산보다 눈꽃이 화려하고 아름다워 산꾼들에게 익히 알려진 겨울 눈꽃 일출 산행지다. 덕유산에는 곤돌라 시설이 있어 초보자들도 매우 쉽게 정상인 향적봉까지 다녀올 수 있다. 또한 향적봉대피소에서 하루를 묵는다면 초보로서 쉽게 보기 어려운 산정에서의 일출을 맞이할 수도 있다. 덕유산리조트 내에 곤돌라가 있기 때문에 하루는 스키를 타고 다음날엔 향적봉을 다녀와도 좋을 듯하다.
곤돌라를 타면 설천봉(1,470m)까지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곤돌라나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인 설천봉에는 팔각형 한옥 휴게소인 상제루(上帝樓)가 있다. 식당과 편의점 화장실이 잘 마련되어 있고 전망도 뛰어나다. 매점에서 아이젠과 스틱을 대여해 준다.
이곳에서 20여 분이면 향적봉에 닿을 수 있다. 데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방한복만 제대로 입으면 산책 삼아 다녀올 수 있을 정도다. 향적봉에 오르면 남으로 함양 백운산을 지나 지리산이 조망되고 동쪽으로는 오도산에서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비롯해 많은 능선이 중첩되며 조망된다.
향적봉에 올랐다가는 곤돌라를 타고 편하게 내려갈 수도 있고, 주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갈 수도 있다. 산행의 경우 중봉까지 종주해 오수자굴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봉으로 이어진 능선 길에서는 철쭉과 구상나무, 주목 등에 핀 환상적인 눈꽃을 볼 수 있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올라 향적봉으로 향하는 등산객들. |
곤돌라는 겨울철에 오전 9시부터 상행을 운행(09:00~16:00)한다. 설천봉에서는 오후 4시 30분에 마감된다. 일출을 보려면 향적봉대피소에서 1박을 해야 한다. 휴일에는 이용객이 많이 몰리므로 운행시작 한 시간 전쯤 매표소에 도착하도록 해야 한다. 요금 왕복 1만5,000원. 편도 1만1,000원. 문의 063-320-7381. 향적봉대피소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위탁해 운영하는 곳으로서 인터넷 예약이 되지 않고 전화예약(063-322-1614)만 가능하다. 요금은 비수기 1박 7,000원. 성수기 1박 8,000원.(성수기는 5.1~11.30).
늦기 전에 빨리 가야 하는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눈 쌓인 하얀 자작나무가 수채화 같은 풍광을 만들어내는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과거 KBS2 예능프로 ‘1박2일’에 방영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작나무는 활엽수 중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어 삼림욕 효과가 크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불면증과 우울증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산불조심기간(2월 1일~5월 15일, 11월 1일~12월 15일)에는 입산이 통제된다. 겨울에 가장 아름다운 이국적인 자작나무 숲을 만끽하려면 지금 바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초보산꾼, 산에 갈 때 이것만은 꼭 챙겨라
위에서 소개한 초보자가 갈 만한 산들은 겨울철 러셀이 잘되어 있고 이정표도 잘 설치되어 있고 사람도 많아 산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달랑 등산복에 배낭 하나만 메고 가면 큰코다친다. 아무리 가벼운 산행이라도 꼭 챙겨야 하는 장비가 있다.
자동차가 눈길에 스노체인을 장착하듯 눈이 내린 겨울 산에서 아이젠은 걷기 위한 가장 기본 장비다. 아이젠은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초보라면 등산화에 겹쳐 신는 방식의 체인젠이면 된다. 체인젠은 착용하는 방식도 중요하므로 처음 구입했다면 산에 가기 전에 미리 착용하는 법을 익혀 두도록 하자. 무릎부터 발목까지를 감싸는 스패츠도 산행 전 미리 착용하자. 눈이 등산화 안으로 들어갈 경우 양말이 젖어 동상에 걸릴 수도 있다. 바지 밑단이 더러워지는 것도 방지한다.
스마트폰을 조작해야 한다고 얇은 손가락 터치장갑을 끼고 가는 것은 금물이다. 눈이 장갑에 묻어 녹으면 금세 장갑이 축축해져 동상에 걸릴 수 있다. 따뜻한 기모 속장갑과 방수소재로 만든 겉장갑이 세트로 구성된 제품을 착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산행 중에는 겉장갑까지 모두 끼고 잠시 쉬며 손을 써야 할 때는 속장갑만 끼면 된다. 장갑은 자기 손에 맞는 것을 껴야 움직이는 데 편하다.
눈 쌓인 산에서는 스틱을 꼭 챙기자 아이젠을 찼다 하더라도 몸을 지지해 주는 등산스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다. 특히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는 등산스틱을 앞에 두어 몸을 지지하고 내려와야 안전하다. 발이 미끄러졌을 때도 등산스틱이 없으면 그대로 넘어가 다칠 확률이 큰 만큼 등산스틱은 내 몸이다 생각하고 꼭 가져가자.
언 몸을 녹이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보온병에 뜨거운 물 한 병 정도는 꼭 챙기자. 쉬면서 커피를 타 마실 수도 있고 컵라면을 먹을 수도 있다. 건조식 비빔밥 등은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기다리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맹물이 싫다면 꿀차나 생강차 등을 담아 와도 좋다. 추위에 찬물을 마시면 복통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뜨거운 물은 반드시 챙기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챙겨 갈 것이다. 하지만 간혹 짧은 산행이라며 출발지점에서 식사를 하고 물 한두 병만 들고 산행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겨울엔 추위 때문에 체력소모가 무척 크므로 수시로 간식을 먹어 주어야 한다. 조난을 대비한 비상식량까지는 챙기지 않더라도 쉬면서 먹을 수 있는 빵, 초콜릿, 과일 정도는 반드시 챙겨서 수시로 조금씩 먹어두자. 먹어야 힘이 난다.
낮이 짧은 겨울엔 헤드랜턴을 꼭 챙기자. 크기도 작고 무게도 별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배낭에 늘 넣어두는 습관을 기르자. 비상용 보온포도 마찬가지다. 1년에 한 번 쓸까 말까한 장비지만 비상시에 둘러쓰면 체온을 유지 해주고 빛을 반사시켜 위치를 알려 주는 용도로도 쓰인다. 비나 눈이 내릴 땐 비옷 대신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가격도 1,500원 정도로 저렴하고 접어두면 담뱃갑 정도의 작은 크기이므로 늘 배낭에 넣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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