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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윗길에 조마조마 바다 보며 휴~…작은 거인 ‘사량도 지리산’

[나홀로 우리 땅 걷기] 사량도 지리산

지리산, 달바위, 가마봉,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하늘에서 바라보니 하나의 커다란 바윗덩어리처럼 보인다. 낙타 등처럼 이어지는 길에서 맞이하는 아름다운 한려해상의 풍광은 산객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지리산, 달바위, 가마봉,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하늘에서 바라보니 하나의 커다란 바윗덩어리처럼 보인다. 낙타 등처럼 이어지는 길에서 맞이하는 아름다운 한려해상의 풍광은 산객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경남 통영의 사량도蛇梁島 지리산은 해발 397.6m에 불과하지만 바위능선을 둘러싼 숲과 기암괴석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산림청 선정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릴 만큼 매력적인 산이다. 


지리산부터 달바위, 가마봉, 옥녀봉 등 아찔한 바위구간은 리지를 즐기는 이들에겐 놀이터 같다. 직벽에 가까운 철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수고도 해야 하고 바위와 로프를 잡고 올라가야 한다.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 통영의 바다 풍경은 가슴까지 뚫리는 쾌감을 안겨준다. 낮고 짧지만 설악만큼 다양한 바위들을 오르면서 통영의 다도해를 바라보면 지리산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바위 구간에는 우회코스가 있어서 초보산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다만 무리한 산행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날카로운 바위 구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난간이나 밧줄을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발목을 잡아주면서 미끄럽지 않은 등산화와 장갑이 필요하다. 

출렁다리 바로 직전에 만나는 아찔한 계단. 아래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하늘로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출렁다리 바로 직전에 만나는 아찔한 계단. 아래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하늘로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미끄럽지 않은 등산화와 장갑 필수

사량도는 욕지도, 매물도, 한산도 등과 함께 통영을 대표하는 섬이다.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 수우도 포함 9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고 섬 전체가 해발고도 200∼300m의 구릉성 산지이다. 맑은 날에는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산이라는 뜻에서 ‘지리망산智異望山’으로 불리다가 이제는 ‘지리산’이 되었다고 한다. 진달래 피는 봄이면 사량도 지리산에는 20만 명이 넘는 등산객이 찾는다고 한다. 지리산으로 오르는 코스는 총 3개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윗섬 돈지마을을 기점으로 지리산과 불모산(400m)을 거쳐 옥녀봉(303m)으로 이어지는 종주 코스로 약 6.5km이다.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이다. 


밤에 버스로 이동해 산행지에 새벽에 도착해서 산행을 시작하는 무박산행이다. 남해, 통영, 사량도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오랜만에 버스에서 잠을 청한다. 버스가 남미에서 탄 침대버스보다 더 좋은 리무진버스이다. 밤 11시 40분에 출발한 버스는 어스름 동이 틀 무렵 가우치항에 도착했다. 아침 첫 배가 출항하기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버스에서 조금 더 달콤한 잠을 청한다. 무박산행에는 기회 될 때마다 쪽잠을 자서 수면을 보충해 두어야 피로가 쌓이지 않고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짭짜름한 바다 내음을 맡으며 준비해 온 음식으로 부둣가에서 새벽만찬을 즐긴다. 

등산객들이 사량도 지리산의 가장 위험한 칼바위 능선 구간을 조심스럽게 오르고 있다.

등산객들이 사량도 지리산의 가장 위험한 칼바위 능선 구간을 조심스럽게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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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같은 통영 바다는 윤슬까지 반짝거리며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상도와 하도를 연결하는 사량대교를 지나 사량도 금평항에 도착했다. 사량도는 벚꽃이 만발했다. 진달래가 한창이어야 할 시기인데 진달래는 이미 일찍 피었다 지고 그 자리를 벚꽃이 대신하고 있다.

남해바다 위에 뜬 연꽃

산행 들머리는 돈지마을. 마을 길가에 동백꽃이 생생하다. 청정바다 바람을 맞은 동백은 뭍의 동백과는 빛도 싱그러움도 다르다. 시작부터 오름질. 높지도 않은 산인데 왜 오르기만 하는지 궁금해진다. 


본격적으로 바위구간이 시작됐다. 제주도 아닌데 바위가 주상절리처럼 생겼다. 바위틈을 잘 보고 발을 디뎌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리지를 배우면 훨씬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달바위에 서면 가마봉과 옥녀봉, 금평항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능선 길을 조망할 수 있다.

달바위에 서면 가마봉과 옥녀봉, 금평항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능선 길을 조망할 수 있다.

갑자기 시야가 터지고 탄성이 나온다. 남해바다 위에 수우도가 떠있고 그 뒤에는 남해가 펼쳐진다. 뒤를 바라보니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품은 돈지항이다. 사량도는 섬 전체가 산이고 바닷가에 인접한 항구에만 마을이 있어서 산 위에서 보면 항구들이 연꽃송이 같다. 등산객마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남해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기느라 바쁘다. 이렇게 사진 찍다가는 오늘 안으로 산행을 마무리할 수 없을 것 같다. 걱정은 되지만 풍광이 발길을 묶어놓으니 못 이기는 척 조망이 멋진 장소를 찾는다. 


다시 봉우리를 넘고 넘는다. 산행 시작한 지 1시간 20분 지났는데 이제 1km 남짓 왔다. 등산이 아니라 유람이다. 재질도 모양도 다양한 바위. 얇게 층층이 포개진 독특한 모습이다. 이런 멋진 바위를 그냥 지나칠 산객들이 아니다. 바위마다 사람 꽃이 핀다. 리지로 이 바위 저 바위로 사뿐히 옮겨 다니는 산꾼들은 이미 사량도와 사랑에 빠졌다. 

암봉 구간에 자리 잡은 달바위는 서 있을 공간조차 마땅치 않다.

암봉 구간에 자리 잡은 달바위는 서 있을 공간조차 마땅치 않다.

등산로가 아닌 곳에 한 중년여성이 꼼짝을 하지 않고 바위만 붙잡고 서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그곳은 등산로가 아닌데요”하고 말씀드리니 “길인 줄 알고 올라왔는데 지금 꼼짝 할 수 없어요” 하신다. 


경사도도 꽤 있고 손잡을 구간도 마땅하지 않은 바위구간으로는 왜 가셨을까? 나도 내려섰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잠시 후 “제 발목을 잡고 올라오세요” 하면서 거의 눕다시피 하고 두 손은 위쪽 바위를 붙잡고 가능한 발을 힘껏 뻗었다. 그분이 내 발목을 잡는 순간 몸이 잠깐 균형을 잃을 뻔했지만 다행히 안전하게 올라오셨다. 그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다. 산이 높지 않아서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산은 아무리 낮아도 언제나 위험 요소가 있다. 무엇보다 안전한 산행이 제일로 으뜸인 것이다.

뭍의 어느 산보다 아름다운 진달래

지리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모처럼 활짝 펴 있는 진달래 군락지를 만났다. 지나가던 모든 이들이 “와”하고 환호성을 한다. 진달래를 기대하고 온 나를 위한 위로의 꽃다발 같다. 

사량도 지리산 코스의 백미 출렁다리. 향봉과 연지봉을 연결한 두 개의 현수교가 암봉들과 어우러져 그림처럼 아름답다.

사량도 지리산 코스의 백미 출렁다리. 향봉과 연지봉을 연결한 두 개의 현수교가 암봉들과 어우러져 그림처럼 아름답다.

지리산 도착. 정상인 지리산부터는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 이어진다. 달바위로 가는 길엔 바위들이 하늘을 향해 서 있고 암릉에 오르면 유난히 파란 하늘에 아름다운 통영 앞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니 눈길을 어디에 두고 걸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암릉 구간 사이에 독특하게 소사나무 군락지가 있다. 섬에서는 소새나무라고 부르는데 나무가 무척 단단해서 농기구 만드는 데 사용한다. 나무뿌리가 특이하게 생겼다. 뿌리 하나에서 여러 가지가 동시에 뻗어간다. 그늘도 넉넉하게 만들어주는 배려심 많은 나무다.


잠시 후에 위험구간과 우회구간이 나왔다. 달바위에 오르려면 위험구간으로 가야 하니 고민할 필요도 없이 위험구간으로 들어선다. 계단을 오르고 옆으론 낭떠러지인 칼바위 능선을 지나니 달바위가 나왔다. 암릉 구간에 자리잡은 달바위는 사량도를 대표하는 봉우리답게 참으로 멋진 조망을 안겨준다.  

사량도에 우뚝 선 옥녀봉에 오르는 길은 가장 멋진 포토 스팟이지만 아찔한 계단을 두 곳이나 지나야 하는 고행 길이기도 하다.

사량도에 우뚝 선 옥녀봉에 오르는 길은 가장 멋진 포토 스팟이지만 아찔한 계단을 두 곳이나 지나야 하는 고행 길이기도 하다.

달바위에서 가마봉,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온통 바위구간이지만 마치 낙타 등처럼 이어지는 길에서 맞이하는 아름다운 한려해상의 풍광은 산객의 마음을 빼앗는다. 


가마봉 직전에 요상하게 생긴 계단이 나타났다. 처음엔 계단인데 중간 부분은 계단이 없고 암벽이다. 양쪽 안전 바만 있다. 위쪽으로 오르면 다시 계단이다. 거의 직벽에 가깝다. 이 계단이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산을 올랐을까? 힘든 구간에서도 양옆으로 펼치지는 옥동항과 대항을 조망하며 조심조심 계단을 오른다. 가마봉까지 단지 500m 남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더디다. 돌고 돌아서 가는 암벽구간이어서 500m가 5km로 느껴지는 구간이다. 가마봉 바로 아래가 옥동항이다.  


마지막 봉우리 옥녀봉을 향한다. 이 구간이 사량도 지리산 산행의 하이라이트일 것이다. 통영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선 옥녀봉을 배경으로 너도나도 인생샷 건지기에 바쁘다. 옥녀봉으로 오르는 계단은 조금 전 계단보다 더 험악하다. 직각에 가까운 계단. 하늘까지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건 소방훈련용 계단이지 산에 있는 계단은 아니다. 내 발 아래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내려가야 무섭지 않다. 계단 중간에 앉아서 숨을 몰아쉬는 이도 있다. 내려와서 뒤돌아보니 더 아찔하다. 이런 구간에 계단은 또 어떻게 설치했을까? 

옥녀봉에서 진촌으로 하산하는 길에 만나는 바위 아래 만들어진 데크길은 낙석도, 머리도 조심해야만 한다.

옥녀봉에서 진촌으로 하산하는 길에 만나는 바위 아래 만들어진 데크길은 낙석도, 머리도 조심해야만 한다.

사량도 지리산 코스의 백미 출렁다리. 향봉과 연지봉을 연결한 두 개의 현수교 길이는 각각 39m, 22m. 출렁다리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 오금이 저린다. 바람 심한 날에는 위험할 것 같다. 다리 위에서 절대 뛰어서는 안 된다. 하늘에서 보니 더 짜릿하다. 내가 걸어온 구간이 저렇게 아찔한 곳이었다니!   

괴석과 바다를 함께 즐기는 호사

마지막 봉우리 옥녀봉에 도착했다. 통영8경 중의 하나이기도 한 옥녀봉은 높지는 않아도 장엄하다. 이곳에는 슬픈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버지의 그릇된 욕망을 피하기 위해 옥녀봉에서 몸을 던진 소녀의 이야기이다. 사량도 사람들은 옥녀봉이 보이는 곳에서는 신랑신부가 맞절도 하지 않고 옥녀봉 아래를 지날 때면 신부는 가마에서 내려 걸어갔다고 한다. 바위 아래 계단 길은 어느새 숲길로 바뀌었지만 그리 편한 길은 아니다. 너덜길에 계단길 끝까지 쉽지 않은 길이다. 드디어 금평항에 도착해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지리산, 달바위, 가마봉, 향봉,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사량도 능선코스를 걷는 내내 마음을 빼앗아 갔던 아름다운 쪽빛 바다가 삼삼하게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아직도 능선길에 서 있는 느낌이다. 오랜 세월 해풍에 깎인 기암괴석과 다도해는 참으로 절묘한 풍경을 연출해 주었다. 사량도는 등산하는 수고로움보다 너무 아름답고 이국적인 멋진 풍광을 선물해 주어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섬이다.

산행정보

▶사량도 지리산 등산코스

·돈지-지리산-달바위-가마봉-옥녀봉-진촌(6.5km, 약 4시간 30분 소요)

·진촌-옥녀봉-가마봉-달바위-옥동(5km, 약 2시간 30분 소요)

·진촌-옥녀봉-가마봉-대항(4km, 약 2시간 소요)


▶교통편

통영, 고성, 사천에서 여객선이 다닌다.

·통영 가우치 (055-640-3830)

통영 가우치항 07:00~17:00, 사량도 금평항 08:00~18:00  2시간 간격으로 운행. 요금 편도 평일 6,000원, 주말 6,500원, 약 40분 소요, 차량 승선 가능

·고성 용암포(055-552-0198, 1688-2043)

고성 용암포 07:00~17:00, 사량도 내지항 07:30~17:30  1시간 간격으로 운행. 요금 편도 평일 5,500원, 약 20분 소요, 차량 승선 가능

· 사천 삼천포(055-832-5033)

운항시간 1일 2회(06:00, 14:30 사천 삼천포 출발, 단 일요일 운항 안 함) 전화문의,  요금 편도 평일 5,000원. 차량 승선 불가, 사천 삼천포 출발하는 배는 사량도의 여러 항을 경유한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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