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만 먹고, 올림픽서 금메달 딴 피겨 선수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8년 전, 비건(Veganㆍ완전 채식주의자)이 되겠다고 결심한 운동선수가 있다. 치즈와 고기를 식단에서 몰아내고 전곡과 채소, 견과류 등으로 영양분을 보충했다. 그리고 매일 2~3시간씩 얼음판이 땀으로 얼룩지도록 훈련했다. 이 선수는 지난달 막을 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거머줬다.
캐나다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 미건 두하멜(Meagan Duhamel)의 이야기다. 그는 평창에서 피겨스케이팅 페어, 팀이벤트 부문에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가 8년이나 채식을 지키고 있다는 얘기는 베지뉴스(VegNews)를 비롯한 외신들에 소개됐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연기를 마친 뒤 환호하는 미건 두하엘. 왼쪽은 그의 파트너 에릭 래드포드. [사진=미건 두하엘 인스타그램] |
▶어떻게 비건이 됐나?
두하멜은 3살 때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이후 꾸준히 스케이트를 타면서 피겨에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녀는 8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인터뷰에선 “내가 엘리트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의 기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2010년 스케이트 코치들은 두하멜에게 치즈, 고기, 그래놀라바 등을 충분히 먹으라고 권유했다. 영양보충, 체력관리를 위해서였다. 그 당시에만 해도 두하멜은 비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러던 중 ‘스키니 비치’라는 책을 만났다. 몸매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건강한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특히 ‘유제품과 육식을 멀리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어서 채식주의 입문서로 통한다. 이 책은 두하멜이 신세계에 눈을 뜨게 했다. 채식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두하멜은 식생활을 바꿨다. 벤쿠버 올림픽엔 출전하지 못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당시 내 몸이 변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무게가 빠지고 피부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에너지 수준도 올라갔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날 땐 충분히 쉬었다는 느낌이 충만했다”고 회상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코치와 그녀의 파트너는 “영양부족이 걱정된다”며 식물성 식단을 고수하는 걸 반대했다.
하지만 두하멜의 식생활이 채식으로 자리잡으면서 기량이 오르고 대회에서 성적도 나아졌다. 2014년부터는 피겨 그랑프리 시리즈 페어 부문에선 1위를 거의 독식할 정도로 물이 올랐다. 대표팀 코치진은 두하멜에게 “다른 선수들의 식단 조절에도 도움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했고 스포츠 영양, 음식을 활용한 치유, 아르유베다(고대 인도의 장수법) 등의 과목을 공부하며 학위를 땄다.
미건 두하엘이 직접 만든 퀴노아 과일 샐러드. [사진=미건 두하엘 인스타그램] |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식단은?
두하멜의 에너지원은 견과류와 씨앗류, 필수 영양 보충제(오메가-3, 비타민 등) 그리고 집에서 손수 만든 음식들이다. 일요일엔 일주일간 아침에 먹을 샐러드를 미리 만들어 둔다. 여행 중에는 해피카우(HappyCow)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그 지역의 채식 식당을 찾는다.
운동선수, 그것도 채식주의자 운동선수로서 두하멜의 비장의 무기는 ‘비트 파우더’를 비롯한 슈퍼푸드 파우더다. “이런 파우더엔 산화질소가 들어있어서 산소가 근육으로 원활하게 전달되게 돕는다. 덕분에 훈련을 오랜 시간 이어갈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두하멜은 또 온갖 종류의 전곡을 매일 챙겨 먹는다. 특히 치아씨, 아마씨를 즐겨먹는데 과일이나 토스트에 곁들여 먹거나 스무디 재료로 첨가해 섭취한다. 케일, 스피룰라, 시금치 같은 녹색 채소도 빼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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