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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맛집 필동면옥 직접 가보니…

-평소보다 20~30% 가량 손님 늘어나

-“통일되면 이북서 평냉 먹자” 농담들

-‘외교공신 평냉’ 맞물려 인기절정으로


“아유, 몰러요. 하루에 얼마나가는지 나도 모르겠네. 요새는 8시면 재료 다 떨어지니까…. 이게 몇그릇이여. 밤에도 손님들 줄서고 그래요. 그날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이렇게 됐지.” 

서울 충무로 필동면옥. 점심시간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찬 손님들이 평양냉면과 수육 등을 먹고 있다.

서울 충무로 필동면옥. 점심시간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찬 손님들이 평양냉면과 수육 등을 먹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오께, ‘하루에 평양냉면이 몇그릇이나 나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필동면옥(서울 충무로) 종업원으로부터 나온 답이다. 말을 시키기도 무섭게 바쁜 모습이었다. 냉면을 실은 ‘만석’의 서빙카트는 쉴새없이 테이블 사이를 질주했고 홀 안에는 빈자리가 나자마자 다른 손님들이 엉덩이를 붙였다.


서울 3대 평양냉면 맛집으로 꼽히는 이곳은 점심 피크타임을 맞아 난리통이 따로 없었다. 암만 때되면 줄서는 맛집이라지만, 올해는 그 시작이 부쩍 빠르다. 지난 27일 남북정상이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에 이어 만찬에서 평양냉면을 메뉴로 ‘냉면 회담’을 한 이후부터다. 

평양냉면 전문점 필동면옥 앞에 늘어선 대기줄. 빠른 테이블 회전을 감안해도 30분 이상 대기해야만 먹을 수 있다.

평양냉면 전문점 필동면옥 앞에 늘어선 대기줄. 빠른 테이블 회전을 감안해도 30분 이상 대기해야만 먹을 수 있다.

필동면옥 관계자는 “남북정상 회담 이후 20~30% 정도 손님이 늘었다고 보면 된다”며 “점심 저녁 시간 외 식사시간이 아닌 때도 손님이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문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줄은 더 길어졌다. 어느새 ‘시커먼 넥타이 부대’가 형성됐고 중간중간 지긋한 60~70대 어른신들도 눈에 띄었다. 20미터는 족히 이어지는 진풍경(?)에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도 자동으로 모아졌다.


이날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줄을 섰던 직장인 김순덕 씨는 “동료들과 정상회담 이야기를 하다 평양냉면이 당겨 찾아오게 됐다”며 “점심이지만 냉면과 수육에 소주도 한 잔 곁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필동면옥의 평양 물냉면. 평양냉면은 ‘무미’(無味)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이 맑고도 진한 국물을 내기 위해 평양냉면집에서는 육수를 꼬박 하루 이상 끓이고, 집집마다 메밀 함량과 면의 탄력까지 조절한다.

필동면옥의 평양 물냉면. 평양냉면은 ‘무미’(無味)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이 맑고도 진한 국물을 내기 위해 평양냉면집에서는 육수를 꼬박 하루 이상 끓이고, 집집마다 메밀 함량과 면의 탄력까지 조절한다.

또다른 직장인 서명희 씨는 “우래옥에 갔더니 휴무날이라 택시를 타고 후닥닥 이리 왔다”며 “평양냉면이 젊은층에게 인기를 얻은 지는 꽤 됐지만,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남북정상 회담 효과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5도를 육박하는 후끈한 날씨에도 손님들은 기꺼이 30분 이상 대기했다. 이들은 “통일되면 진짜 이북에 냉면이나 먹으러 가자”는 농을 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홀 안에서는 90% 정도의 손님들이 평양식 물냉면을 먹고 있었다. 시원한 면을 한껏 베어 문 손님들의 만면에는 미소가 번졌다. 4명의 친구들과 식사를 하던 60대 김모 씨는 “1983년도 이곳이 확장하기 전부터 단골이었다”며 “평양냉면의 매력은 ‘노테이스트(no tasteㆍ무미)다. 슴슴하면서도 깊은맛이 중독적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지난 30일 점심시간에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필동면옥 앞에 늘어선 대기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곳은 20~30% 가량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

지난 30일 점심시간에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필동면옥 앞에 늘어선 대기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곳은 20~30% 가량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

이날 필동면옥 뿐 아니라, 평양냉면을 판매하는 서울 시내 주요 음식점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을지면옥(충무로)과 정인면옥(여의도), 을밀대(마포)에서 찍은 평양냉면 인증샷은 SNS를 뜨겁게 달궜다. 일부 가게에선 재료가 조기 소진돼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않았다.


한편 평양냉면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도 뜨거웠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만찬 메뉴로 직접 제면기까지 공수해 평양냉면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전했다. CNN은 미국 현지 스튜디오에 한국인 요리사이자 전직 가수인 이지연 씨를 불러 평양냉면을 시식하는 모습을 전세계 생중계하며 ‘국수 외교(Noodle Diplomacy)’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남북 관계의 교량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점에서 음식 또한 외교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폭스뉴스’ 역시 옥류관의 평양냉면을 자세히 다뤘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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