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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들이 가을 호박을 애용하는 이유

호박, 커피전문점 가을 메뉴의 단골 식재료

스타벅스 ‘펌킨스파이스라떼’, 전 세계 5억 잔 팔려

가을 닮은 부드러운 단 맛과 노란 색감

미국에선 어릴적 추억과 그리움 일으켜


[리얼푸드=육성연 기자]해마다 가을이 되면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등장하는 재료가 있다. 바로 노란색 호박이다. 다소 투박해보이는 채소와 향기나는 커피가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호박은 스타벅스를 비롯해 유명 커피전문점의 가을 시즌 단골 재료이다. 호박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커피전문점에서 새로운 식재료들을 제치고 해마다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5억 잔 팔렸다’ 스타벅스와 펌킨 라떼와의 인연

무려 5억 잔이 팔렸다. 글로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지난 2003년 출시된 ‘펌킨스파이스라떼(Pumpkin Spice Latte)’의 누적 판매량이다. 경제 전문 매체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미국 스타벅스가 ‘펌킨스파이스라떼’ 판매를 시작한 후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더욱 빠르게 늘어났다. 출시 이후 6일이 지나자 매장 방문자는 이전보다 14.9% 증가했다.


‘펌킨스파이스라떼’는 스타벅스의 대표 가을 메뉴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카페라떼에 단호박을 섞어 만드는 ‘호박라떼(펌킨라떼)’의 한 종류이다. 이외에도 스타벅스는 호박크림 콜드브루나 호박 스콘, 호박 머핀 등 호박을 이용한 메뉴를 꾸준히 시즌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2019 '단호박 라떼 위드 샷'(좌), 투썸플레이스의 2021 ‘딜라이트 펌킨슈페너’(우)

스타벅스코리아의 2019 '단호박 라떼 위드 샷'(좌), 투썸플레이스의 2021 ‘딜라이트 펌킨슈페너’(우)

던킨도너츠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펌킨 커피 음료를 선보였으며, 국내에서는 올해 스타벅스코리아의 호박 메뉴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2019년 '단호박 라떼 위드 샷'을 출시한 바 있다. 충북 옥천군 단호박을 쪄서 만든 소스와 크림을 사용했으며, 미국 ‘펌킨스파이스라떼’와 차별화한 제품으로 반응을 이끌어냈다.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최근 신제품 2종을 선보였다. ‘딜라이트 펌킨슈페너’는 에스프레소에 단호박라떼를 섞은 뒤 마스카포네 단호박 크림까지 얹으며 단호박 맛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단호박 프라페인 ‘딜라아트 펌킨 프라페’도 출시했다.





천연의 단 맛·부드러운 식감·가을 품은 노란색 풍미

스타벅스 ‘펌킨스파이스라떼’의 탄생은 지난 2003년 시애틀 본사에서 시작됐다. 호박 파이를 먹던 스타벅스의 임원이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마셨는데 그 맛이 기막히게 잘 어울렸던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커피와 호박을 조합한 음료로 구현됐다. ‘펌킨스파이스라떼’는 호박 퓌레(식재료를 갈아서 농축시킨 것)에 에스프레소, 우유, 시나몬, 휘핑크림 등이 첨가된다.


실제로 호박은 라떼와 맛이 잘 어울린다. 천연의 단 맛이 숨겨져 있으며, 부드러운 식감은 라떼에 섞이기 좋다. 특히 ‘가을’ 음료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호박의 색감은 가을하면 떠오르는 진한 노란색감과 동일하다. 이는 호박 속 카로티노이드라는 식물성 색소 때문에 나타난 색감으로, 항암작용과 피부미용 등 몸에 이로운 베타카로틴과 루테인(lutein) 등의 성분으로 구성된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단호박은 가을이 제철인 구황작물로, 무르익은 풍성한 가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식재료”라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특유의 은은한 단 맛을 지녀 음료, 디저트와도 궁합이 좋다”고 말했다.






편안함을 주는 호박, 어릴적 가족 향수를 일으킨다?

이 외에 호박은 정서적인 측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농식품전문업체 에이디엠 뉴트리션(ADM Nutrition)의 수석 플레이버리스트(flavorist, 식품의 향을 다루는 전문가)이자 글로벌 맛 트렌드 전문가인 마리 라이트(Marie Wright)는 “호박이 편안한 기분을 주며, 어릴적 추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분석했다. 그는 “음식의 맛과 향기는 뇌를 자극해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과 같은 호르몬을 만들기도 하고, 과거의 기억과 당시 감정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유독 펌킨라떼의 인기가 높은 이유 역시 이같은 흐름에서 설명된다. 호박은 추수감사절이나 핼러윈(Halloween, 10월 31일 밤에 행하는 서양의 풍속행사)에서 항상 등장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음식은 가족과 함께 보냈던 어릴적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편안한 정서적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마리 라이트는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감이 증폭된 시기에서는 이러한 추억을 더욱 그리워하고 이전보다 편안함을 찾게 만든다고 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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