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오래 씹기’가 당신에게 주는 기회
대부분의 한국인은 식사시간이 짧다. 고려대병원에서 성인 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식사 시간이 15분이 안 된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8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을 먹는가’ 못지 않게 ‘어떻게 먹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의학전문가들은 보통 한입에 최소 30번을 씹어서 넘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빨리 씹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씹어 삼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입안의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침과 섞는 행동에는 중요한 건강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단순히 소화를 돕는데 그치지 않고 칼로리 소비나 성인병 예방 등 건강에 대한 전반적인 기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흔히 들어왔던 ‘오래 씹기’를 직접 실천한다면 우리 몸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올수 있다.
▶ 소화력 증진=소화기관에서 분비되는 아밀라아제의 40%는 침샘에서 분비된다. 오래 씹을수록 음식물이 침과 잘 섞이며 아밀라아제 분비도 촉진된다. 소화가 잘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또한 아밀라아제는 위와 십이지장의 산성 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위장질환 예방에도 도움된다. 식사 시간이 15분 이내인 사람은 15분 이상인 사람보다 위염에 걸릴 확률이 1.9배 더 높다는 강북삼성병원 고병준 교수팀의 연구(2007~2009년, 1만893명 조사)도 있다.
▶ 영양소 흡수=소화기능이 나쁘면 음식물의 영양소가 제대로 흡수되지 못한다. 반면 음식물을 잘게 으깨면 영양소가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변해 흡수율도 높아진다.
▶ 비만 등 성인병 예방=오래 씹으면서 식사를 천천히 하면 과식을 피하게 되고, 식사후 혈당이 급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아 인슐린 분비의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 고려대 안산병원 김동훈 교수팀의 연구(2007~2009년, 8771명 조사)에 따르면 식사 시간이 5분 이내인 사람은 15분 이상인 사람보다 비만 위험은 3배, 당뇨병은 2배, 고지혈증 위험은 1.8배 더 높게 나타났다.
성인병 중에서도 비만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밥을 빨리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포만감은 식사후 20~30분이 지나야 느껴지므로 빠른 식사시간은 양 조절에 실패하기 쉽다. 일본 큐슈대학교 연구팀이 5만9717명을 대상으로 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천천히 먹는 사람은 빨리 먹는 사람보다 과체중이 될 확률이 42% 낮았다.
▶ 칼로리 소모=오래 씹기는 식욕조절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이다. 음식을 더 많이 씹으면 위장으로 혈류가 증가하면서 칼로리도 더 소모된다. 실제 일본의 한 대학 연구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소보다 다섯 배의 시간을 들여 최대한 천천히 씹으면 열량 소비는 25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천천히 먹는 습관은 식사에 대한 만족감을 더 크게 느낄수 있다.
▶ 아토피 치유=아토피에서 벗어나기 위한 식습관으로는 오래 씹기가 우선적으로 언급된다. 아토피피부염은 에너지 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열과 독소의 과잉으로 발생한다. 이 열과 독소의 대부분은 음식물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오래 씹기를 통해 소화기관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스트레스 해소=천천히 오래 씹으면서 식사를 하는 것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음식을 오래 씹으면 음식 고유의 진정한 맛을 느낄수 있게 되고, 조급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또 하나의 명상법이 될수 있다. 호주 스위번대학 연구팀은 씹는 행위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감소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천천히 음식을 즐기는 식사는 마음의 여유를 얻는 시간이기도 하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