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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반려동물을 기를까?

1972년 9월, 아프리카 탄자니아 국립공원. 네 마리의 침팬지가 한 마리의 영양에게 달려들며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영양에게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침팬지들…. 그런데 침팬지의 익살스럽지만 다소 거친 행동으로 영양은 그 자리에서 그만 죽게 됩니다. 그 이후로도 30분간 침팬치들은 영양의 사체를 장난스럽게 만지곤 했고요.


인간을 제외하고 동물을 키우는 동물은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 개를 산책시키는 새나 거북이를 지키는 햄스터를 보신 분은 분명 없을 텐데요.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인간은 왜 크고 동그란 눈과 촉촉한 코를 지닌 개, 고양이 등 동물에게 자신의 돈과 시간은 물론 침대와 무릎까지 내주게 되었을까요. 그러니까 인간은 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걸까요. 답은 간단치 않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2만7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늑대를 개로 사육하면서 인간 진화의 궤도를 바꿉니다. 지적인 능력과 무기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충직한 동료가 필요했는데요. 뛰어난 오감으로 먹을 것을 추격하는 개는 호모 사피엔스의 약점을 채워주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존재였습니다. 개로 진화한 늑대는 인간이 농사를 지으며 일정한 지역에 정착해 살 수 있도록 도왔죠.


그런데 과학과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은 반려동물의 털을 손질하고, 발톱을 정리해주고, 치아를 닦아주고, 정성껏 마사지를 해주는데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지불합니다. 반려견과 보호자가 교감하기 위한 요가 수업도 등장하고요.


이렇다 보니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자신의 건강을 증진시키려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아니냐, 하는 관측을 내놓습니다. 애완동물과 시간을 보내면 신체 내 ‘사랑의 호르몬’으로 여겨지는 옥시토신의 분비가 활발해지고 애완동물이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은 주인의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연구 등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지난 2014년 미국심장협회(AHA)는 애완동물이 심장병 발병 위험을 억제하고 생존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와 정반대되는 주장도 있습니다. 2009년 8월 스칸디나비안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행복감이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의 행복감보다 더 높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우울증상이 비교적 낮다고 보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인간이 건강해지려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분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먼 과거에는 인간이 동물과 삶을 공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 수의과학학교 존 브래드죠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합니다. 인간이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혜택을 얻기 위해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죠.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동물윤리 및 복지교수인 제임스 서펠도 ‘인간이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인간이 인간이 아닌 동물을 해치는 것에 대해 죄의식과 연민을 느끼는 것은 인간 본성에 기인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관계를 추구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이에 따른 정상적인 행동일 뿐이라는 건데요. 그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더 안정돼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수많은 연구의 결과들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유를 인간의 본성에 따른 ‘관계 맺기’라고 마냥 단언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각 문화권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1년 사람과 동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저널인 ‘앤스로주스’에 게재된 ‘문화비교 관점에서 본 인간-동물 역학’ 논문에 따르면, 60곳의 사회 공동체 가운데 개를 키우는 집단은 52곳이었습니다. 이들 중 개를 가족이나 친구로 여기는 집단은 단 22곳뿐이었고요.

퓰리처상을 받은 책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대학 지리학과 교수는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섬의 한 부족은 개, 고양이, 새 등 동물들을 자주 죽인다”며 “어떤 문화권에서는 동물을 반려자로 여기지만, 어떤 문화권에서는 동물을 식용으로 기르기 위해 매우 잔인하게 다룬다”고 설명합니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은 문화권도 있었고요.


이렇다 보니 인간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건 인간이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 웨스턴 캐롤라이나 대학의 해롤드 허조그 교수는 미국 켄넬 클럽(Kennel Club)에 등록된 4800만 건의 반려견 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 25년마다 특정 품종의 반려견을 선호하는 주기가 발견된다고 말합니다. 패션처럼 돌고 도는 유행이 있다는 건데요.


그는 “더 이상 선호되지 않았던 잉글리쉬 불독이 최근 다시 인기를 얻는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정 반려동물을 키우는 빈도와 형태는 지역과 그 지역의 역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환경적인 요인은 얼마든지 인간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인간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를 찾기위해 지금까지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들을 소개했는데요. 분명한 사실은 과학자도, 기자도, 이 글을 읽은 독자 여러분들도 인간이 왜 반려동물을 기르는지 이렇다 할 답을 한 가지로 꼽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나타난 양상일 수도 있고요. 자연은 하나뿐인 잘 설계된 퍼즐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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