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치한’ 냉면을 겨울에 즐긴 이유는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올 겨울에도 차가운 식품을 섭취하면서 추위를 버티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한치한(以寒治寒)이라고 하죠.
요기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냉면과 냉모밀, 빙수, 아이스크림, 아이스 커피 등 찬 음식들의 주문 수가 전년 동기대비 151% 늘었습니다.
여름 음식으로 잘 알려진 냉면은 사실 이한치한의 대표 음식입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북한에서 메밀 수확 시기에 맞춰 겨울에 즐기던 음식입니다. 평양냉면은 겨울철에 몸을 덜덜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먹어야 제맛이라 ‘평양 덜덜이’라고도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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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겨울철에 냉면을 즐겼습니다. 조선 후기 문인인 홍석모가 풍속을 설명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는 냉면을 11월 동짓날에 먹는 음식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조선 중기의 문인 장유(1587∼1638년)는 그의 시 자장냉면(紫漿冷麵)에서 냉면을 묘사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줏빛 육수는 노을빛처럼 비치고 옥색의 가루가 눈꽃처럼 흩어진다. 젓가락을 입에 넣으니 그 맛이 입속에서 살아나고 옷을 더 입어야 할 정도로 그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뚫는다.”
조선 시대의 냉면 육수에는 동치미 국물, 콩물, 꿀물, 오미자 국물 등이 있습니다. 자줏빛 육수는 오미자를 우려낸 육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왜 차가운 냉면을 겨울철에 즐겼을까요. 냉면의 역사를 담은 책 ‘냉면열전’에 따르면 냉면이 겨울 음식이었던 이유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메밀이 여름보다 겨울에 맛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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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은 과거 겨울철에 저장해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작물이었습니다. 메밀은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여름 메밀과 가을 메밀로 나뉘는데, 주로 재배되는 재래 품종은 가을 메밀이었습니다.
또 메밀을 면으로 만들면 푸석하고, 뜨거운 물에 넣으면 쉽게 풀어져 버립니다. 이에 동치미 등 차가운 국물에 메밀 면을 넣어 먹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한치한 식품의 효능은 어떨까요. 동의보감에는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과 무는 성질이 차갑지만, 위장을 튼튼히 해준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찬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거나 과민성 장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겨울철 찬 음식에 주의해야 합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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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값좀 작작 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