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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가치 소비의 시대…지속가능성, 놓치면 안 되는 식품 키워드

[상하이(중국)=고승희 기자] 전 세계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의 눈이 ‘미래’로 향하고 있다. ‘지금의 먹거리와 환경을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지속가능성’을 가장 강력한 글로벌 식품 트렌드로 올려놨다.


식품업계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미래 유지’ 가치가 대두된 것은 식품 생산과 소비로 인한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의 위험이 마지노선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5억 명. 이들이 소비할 육류는 연간 소 1000억 마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나는 인구의 육류 소비량을 감당하기 위해선 해마다 2억t씩 육류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육식 중심의 식생활은 환경 파괴의 주요 원인이다. 영국 채텀하우스의 ‘가축, 기후변화의 잊힌 부문’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에 사용되는 토지의 양은 전 세계 토지의 50%, 담수 사용량은 25%나 된다.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달한다.


‘지속가능성’은 수산업에도 화두를 던졌다. 환경오염과 남획으로 바다 자원 역시 한계를 보이며 수산업과 소비에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식품 박람회인 시알 차이나의 백미로 꼽히는 ‘시알 혁신상’

아시아 최대 식품 박람회인 시알 차이나의 백미로 꼽히는 ‘시알 혁신상’

최근 열린 아시아 최대 식품 박람회인 ‘2018 시알 차이나(SIAL CHINA)’에서도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식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시알 차이나’의 백미로 꼽히는 ‘시알 혁신상’에서 지속가능성은 빼놓을 수 없는 식품 키워드로 부각됐다.


시알 혁신상의 심사위원인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2018년 시알 차이나 혁신상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지속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며 “지난 몇 해 전부터 기존 유제품은 물론 동물성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환경을 생각한 참치 통조림…수산물 소비도 ‘친환경’ 시대


2018 시알 차이나 혁신상에는 총 164개의 제품이 출품, 10개의 파이널리스트가 추려졌다. 이 중 금메달을 받은 제품은 미국 ‘세이프 캐치(safe catch) 사의 참치 제품이다. 

시알 파리와 시알 차이나 혁신상의 심사위원인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속가능성은 시알 혁신상의 두드러진 키워드”라고 말했다.

시알 파리와 시알 차이나 혁신상의 심사위원인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속가능성은 시알 혁신상의 두드러진 키워드”라고 말했다.

문정훈 교수는 “참치는 기본적으로 육류를 대체하는 단백질 식품이지만 소비자들에겐 두 가지 우려가 있었다”며 “하나는 수은 함량, 다른 하나는 참치 포획 방식에 대한 문제였다. 이 제품은 건강에 대한 위해 요소를 해결했고 지속가능한 포획 방식으로 만든 상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세이프 캐치 사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 사람들이 참치를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자체 조사 결과, 바다 생태계에서 포식자의 위치에 있는 참치는 수은 함량이 너무 높아 임산부와 어린 아이들이 꺼린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에 업체에서는 참치를 잡는 즉시 센서를 꽂아 중금속 함량을 확인하고, 자체 기준보다 수치가 높을 경우 바다로 돌려보내고 있다. 문정훈 교수는 “이 회사에서 잡는 참치의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2018 시알 차이나 혁신상에서 금상을 수상한 세이프 캐치 사의 참치 제품

2018 시알 차이나 혁신상에서 금상을 수상한 세이프 캐치 사의 참치 제품

참치의 포획 방식도 개선했다. 문 교수는 “참치를 포획할 때 보호동물인 돌고래가 잡히는 경우가 많아 동물보호 단체나 환경단체에서 참치 포획을 반대했다”며 “이 제품의 경우 참치 포획 과정에서 잡히는 돌고래를 살려 보낸다”고 강조했다.


세이프 캐치 사의 참치 통조림은 가치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북미 시장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수산물 소비가 높아지고 있는 미국 시장에선 해양관리협의회(MSC Marine Stewardship Council) 인증마크가 부착된 수산물의 판매가 27% 늘었다. 해양관리협의회는 무분별한 수산물 남획에 대처하고 전 세계 수산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설립된 국제 비영리단체다.


니콜라스 트랭트소 시알 네트워크 대표는 “유럽과 미국에서 수산물은 과거 몸에 좋은 식품으로만 인식했으나 현재에는 양식의 문제, 어업의 문제, 환경의 문제를 더 많이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환경 등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인식이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 대체식품으로 부각된 ‘지속가능성’ 트렌드 

이번 시알 차이나 혁신상에는 기존 낙농업의 문제점을 줄이려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염소 우유, 당나귀 우유 등의 식품이 출품됐다.

이번 시알 차이나 혁신상에는 기존 낙농업의 문제점을 줄이려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염소 우유, 당나귀 우유 등의 식품이 출품됐다.

시알 차이나에서 지속가능성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대체 식품도 대거 등장했다. 혁신상에선 몇 해 전부터 대체 단백질 식품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올해에는 당나귀 우유, 낙타 우유, 염소 우유 파우더는 물론 콩이나 쌀로 만든 우유 제품이 시알 혁신상에 출품했다. 다만 수상의 쾌거를 안지는 못 했다.


문정훈 교수는 “재작년 시알 파리는 물론 지난해 시알 차이나에서도 대체 식품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젠 완전히 트렌드로 자리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결국 지속가능성과 관계된 부분이다. 기존의 낙농방식이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보고자 내놓는 식품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들이 혁신상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데에는 시장성 확장 때문이었다. 문 교수는 “당나귀나 낙타 우유가 과연 동아시아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심사위원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중동 지역에선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선 잘 모르는 식품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알 차이나에서 눈에 띈 또 하나의 식품군으로는 해조류를 들 수 있다. 해조류는 2018년 현재 미국 식음료 시장의 가장 강력한 식품 트렌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해조류는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식품군으로 부각, 채식주의자들의 새로운 대체 식품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해조류는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식품군으로 부각, 채식주의자들의 새로운 대체 식품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다시마, 해초, 스피룰리나와 같은 ’바다 채소‘는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물성 식품이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슈퍼푸드로도 주목받고 있다. 시알 차이나에서도 많은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김 제품을 선보였으며, 해산물 가공품은 시알 혁신상에서도 두드러진 키워드로 등장했다.


해조류는 빠르게 늘고 있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자,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식품군으로 부각 중이다.


니콜라스 트랭트소 대표는 “유럽에서도 베지테리언 시장이 점차 커지며 대체 단백질을 찾는 소비자 층도 늘고 있다”며 “특히 해조류로 만드는 고기 대체 식품들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유럽에선 해조류를 식품이 아닌 화장품으로만 사용했다”며 “먹는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젠 이런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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