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혁명! 푸드스타트업]⑨"미국 소비자 사로잡은 먹거리들 ‘공유주방’에서 탄생했죠"
- 美 스타트업 ‘유니온 키친’ 컬린 길크리스트 CEO 강연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우리는 푸드 비즈니스를 비약적인 속도로 성장시키고 발전시킨다.’ 미국의 스타트업인 유니온 키친(Union Kitchen)의 홈페이지에 새겨진 문구다.
유니온 키친은 ‘공유주방’을 중심으로 식음료 창업을 준비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돕는 회사다. 이를 두고 요즘엔 ‘액셀러레이터’라고 부른다. 이들의 목표는 한마디로 ‘누군가의 사업이 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식음료 분야에 특화한 공유주방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했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넥스트 키친 넥스트 푸드’ 포럼에서 키노트 강연자로 나선 컬린 길크리스트 유니온키친 CEO [사진=심플프로젝트컴퍼니] |
이제 갓 설립 6년째에 접어든 액셀러레이터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최근 한국을 찾은 유니온 키친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컬린 길크리스트가 직접 자신감의 배경을 소개했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넥스트 키친 넥스트 푸드’ 포럼의 키노트 강연자로 나선 그는 “유니온 키친이 지금껏 해온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유니온 키친의 공유주방. 회원들이 이 공간을 빌려서 식품 개발에 매진한다. [사진=유니온 키친] |
▶주방이 필요한 이유 = 지금이야 제법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 대표지만, 길크리스트 CEO는 6년 전까진 그저 작은 매장을 꾸리는 게 꿈이었던 예비 창업가였다.
“동생과 함께 2012년 팝업카페를 열었어요. 커피와 티, 쿠키를 만들어 팔았죠. 쿠기는 굉장히 맛있었는데 (사업은) 그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더군요.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자본이 부족했고 결정적으로 우리만의 주방이 없었어요.”
실패의 쓴맛을 본 길크리스트 CEO는, 워싱턴 DC에 공유주방을 열어 회원들을 모집했다. 매월 사용료만 내면 주방은 물론 다양한 키친웨어를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였다. 제품을 고민하고 싶지만 그럴 공간이 없는 예비 창업자들을 겨냥해서다. 회비를 내고 공간을 빌려쓰겠다는 사람들이 몰렸다.
“공유주방을 연 뒤로 ‘여기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비 창업가들이 초기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현재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유니온 키친은 회원들에게 ‘유통망’과 ‘판매망’까지 지원한다. 공유키친에서 개발한 식품 아이템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들은 시장에 출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인 셈이다.
지금까지 300여개 이상의 팀이 유니온 키친의 공유주방을 이용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또 미국 내 200여개의 로컬 및 전국 유통망을 확보했다. 워싱턴DC에는 두 곳의 직영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길크리스트 CEO는 “유통과 판매까지 겸비하면서 우리의 소규모 식품 생산자들이 전국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일단 유니온 키친의 공유주방에서 개발한 상품을 우리의 식료품점에서 시범적으로 판매한다. 좋은 반응을 얻으면 대형 마트로 진출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온 키친이 직접 운영하는 식료품점. 워싱턴DC에 2개 매장이 있다. [사진=유니온 키친] |
▶“공유주방, 지역 경제도 키운다” = 사업을 벌인다는 건 불확실함과의 싸움이다. 그만큼 사업의 성공을 함부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사업을 합법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 파악하고 따져볼 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길크리스트 CEO는 공유주방 비즈니스가 창업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니온 키친에 회비와 보험금만 내면 마케팅, 판매, 설비 등 온갖 비용을 모두 절약할 수 있다”며 “예비 창업자 입장에선 복잡한 요소들을 다 벗어내고 비즈니스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온 키친에서 창업을 준비한 팀 가운데 70개 이상이 현재 워싱턴DC에 식당을 열었다. 또 홀푸드마켓이나 크루거 같은 대형 마트에서 판매 중인 성공사례도 여럿이다. ‘브라이트 그린스’(스무디 큐브), ‘스와플’(냉동 와플), ‘잇 피자’(냉동피자)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길크리스트 CEO는 “우리를 통해서 지난 수년 간 워싱턴DC에만 수백개의 일자리와 신제품을 창출했다. 공유주방은 지역 공동체의 성장에도 기여하는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