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엔 왜 배를 올릴까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고기는 여러 아미노산들이 서로 결합돼 묶여있다. 이 단단한 단백질 사슬을 가위처럼 싹뚝 끊어버리는 것은 다름아닌, 달콤한 과일이다.
대표적인 과일로는 키위가 손꼽힌다. 고기 조리시 키위를 연육제로 활용하면 고기가 부드러워지며 새콤달콤한 맛도 가미된다.
키위는 ‘천연 소화제’로 불릴만큼 천연 단백질 분해효소인 액티니딘(Actinidin) 성분을 다량 가지고있다. 실제로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키위의 액티니딘 성분은 동물성 단백질(소고기)의 소화 능력을 40%, 콩 단백질의 소화 능력을 27%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위는 곱게 갈은 후 고기를 재우는 양념 등에 사용하거나 고기를 먹고 나서 후식으로 이용해도 좋다. 고기의 느끼함을 덜어줄 뿐 아니라 키위에 많은 비타민C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다.
육회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
키위에 액티니딘 성분이 있다면, 우리나라 전통 과일인 배에는 프로테아제(protease)가 있다.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는 고기를 연하게 만들며, 소화도 돕는다. 배는 특히 한식과 잘 어울리는 과일로, 육회에 배가 올라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원한 배는 쫄깃한 육회에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준다.
배의 은은한 달콤함은 불고기 양념의 짭짤한 맛과도 잘 어울린다. 간장, 다진마늘, 참기름 등을 섞은 양념 재료에 배를 갈아 넣으면 더욱 부드러운 식감으로 고기를 먹을 수 있다. 한우자조금위원회에 따르면, 배는 한우요리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식재료로,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있어 한우를 더욱 연하게 만들고, 소화도 돕는다.
서양에서는 파인애플이나 무화과 등을 연육제로 사용한다. 파인애플의 경우 브로멜라인(Bromelain) 효소가 단백질 분해를 돕는다. 다만 이 성분으로 과다 섭취시에는 입술이 부어오르거나 아린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산도 없는 과일을 선호한다면, 시지 않은 무화과가 제격이다. 무화과 역시 단백질 분해효소인 피신(ficin)을 가지고 있다. 돼지고기 요리에 무화과를 함께 넣거나 무화과잼을 곁들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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