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식품업계, 유통기한 표시방식 바꾼 까닭은?
[리얼푸드=박준규 기자]일본에서 ‘상미기한(賞味期限)’을 식품에 표기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따라 날짜가 지났다는 이유로 포장이 뜯기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상미기한은 ‘포장을 뜯지않은 상태로 보관했을 때 맛과 신선도가 유지되는 기간’을 의미하는 용어로, 우리의 유통기한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인 음료업체인 산토리식품 인터내셔날은 청량음료에 표기하는 상미기한을 기존 ‘연월일(年月日)’ 방식에서 ‘연월(年月)’표시로 순차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 방식대로면 상미기한이 ‘2018년 5월 1일’이든 ‘2018년 5월 31일’이든 모두 ‘2018년 4월’로 표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상미기한이 길게는 1개월 줄어드는 것이다. 산토리식품은 이렇게 하면 상미기한이 겨우 하루 지났다는 이유로 제품을 폐기처분하거나 반품하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
산토리식품이 자사 청량음료에 적용하는 상미기한 표시 방식을 바꾼다. 기존 ‘연월일’(왼쪽 사진)에서 ‘연월’로 표시한다. [사진=산토리식품] |
산토리식품은 일단 원재료 가운데 과즙이 들어가지 않는 청량음료 제품에만 새로운 표시 방식을 적용한다. 다만 올해 말까지 자사 제품의 90%까지 상미기한 표시를 바꿀 계획이다.
일본의 또다른 식품업체인 기린음료도 이런 식으로 상미기한 표기 기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해마다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250t 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1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상미기한 표시 방법 개선으로 기대되는 점을 다룬 기사를 실었다. 보도에서는 불필요한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조명했다. 유통업체들이 상미기한이 하루라도 더 여유있는 식품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물류비를 지출하던 관행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약 170t 감축할 수도 있게 된다고 기사는 전했다.
상미기한을 넘겼다고 해서 제품이 당장 상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상미기한을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식품업체와 소매점 사이에 ‘3분의 1 규정’이란 게 존재한다. 전체 상미기한의 3분의 2가 지나버린 상품은 소매점 매장에 진열하지 못하고 도매업자가 제조사에 반품하거나 폐기한다는 비공식 규정이다.
제조사는 관행으로 자리잡은 ‘3분의 1 규정’ 때문에 반품된 제품을 판매장려금을 얹어서 다른 소매점이나 할인점에 다시 판매한다. 이런 관행은 상미기한이 지나간 상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사례를 막고자 1990년대 등장했다.
나름대로 긍정적인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일각에선 상미기한이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내놓는다. 상미기한이 마치 ‘식품이 상하는 시점’으로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면서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본 유통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도매업자가 제조사에 반품한 가공식품 규모가 562억엔(약 562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반품된 상품의 20% 정도는 할인점 등에서 소화했지만 80%는 고스란히 폐기됐다.
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