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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채식생활] “육식 사회와의 딜레마는 여전”…황윤 감독의 삼시세끼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채식은 시작하는 것 못지 않게 지속하는 것도 어렵다. 채식에 대한 인식은 물론 인프라도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로 수많은 채식인들의 지지를 받았던 황윤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 간의 딜레마는 해결을 했지만 육식 사회와의 딜레마는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요.”


비건 지향의 채식을 하고 있는 황윤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 도영 군의 식단이 늘 걱정이다. 도영 군의 삼시세끼는 엄마보다도 엄격하다. 현재 95%의 비건 생활을 하고 있다. 엄마인 황윤 감독은 가끔 먹는다는 생선도 아들은 입에 대지 않는다.


“지금 제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학교 급식이에요. 학교 급식은 너무나 육류 중심에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 한 끼도 채식인 날이 없고, 국을 포함해 대여섯 개의 반찬엔 조금씩 고기, 달걀이 들어가 있어요. 게다가 디저트로는 유제품이 나오죠.”


도영 군의 입맛은 완전히 채식으로 기울어졌기에 학교 급식에선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 

황윤 감독과 아들 도영 군

황윤 감독과 아들 도영 군

“그런데 이건 인권의 문제가 아닐까요. 너무나 고기를 강요하는 사회인 거죠. 비육류를 먹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밥에 김치만 먹으라는 것은 소수자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거니까요. 선택 가능한 급식 형태로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결국 황 감독은 매일 아침 아들의 도시락을 싸며 자신의 삼시세끼도 겸사겸사 해결한다. 황 감독은 “반찬 두 세 개를 싸면서 조금 넉넉히 만들어 내 아침밥으로도 먹는다”고 말했다. 현미밥에 채소볶음이나 견과류 조림, 두부 조림이 주를 이룬다.


“가끔 통밀 비건빵에 콩햄, 토마토를 올리고 발사믹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려 먹기도 하는데 맛도 영양도 최고예요.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있어 매일 샐러드를 풍족하게 먹을 수 있어요. 채소를 잘게 썰어 매실청에 생들기름, 들깨 가루를 넣고 견과류도 갈아서 넣어요. 취향에 따라 배나 사과, 오디 같은 과일을 곁들이면 정말 맛있고 종일 지치지 않는 활력을 줘요.”

황윤 감독의 두부 조림

황윤 감독의 두부 조림

점심으로는 현미 채식라면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환경에도 피해를 준다는 죄책감이 늘 따른다.


“자주 먹지 않으려 노력해요. 라면의 비닐은 수 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소각하면 발암물질, 미세먼지가 돼 우리 몸으로 다시 들어오게 돼요. 게다가 라면에 사용되는 팜유는 오랑우탄의 삶터인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밀어내는 원인이 되고 있으니까요.”


라면만큼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대체식으로는 ‘쌈밥’만한 것이 없다. 황 감독은 “사실 쌈밥은 라면보다 훨씬 더 ‘인스턴트’하게 즉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가지전

가지전

“상추, 로메인, 쑥갓 같은 풀만 깨끗이 씻어서 쌈장이랑 같이 먹으면 되니 너무 간편해요. 게다가 라면을 먹은 날과 비교하면 확실히 컨디션이 달라요. 라면 먹은 날엔 왠지 금방 피곤해지고 잠도 오고, 혈당이 급히 올라갔다 떨어지니 금방 또 단 것을 찾게 되는데, 야채와 밥을 먹은 날에는 오후 내내 활력이 넘치고 간식도 덜 찾게 돼요.”


하루의 마지막 식사는 현미밥과 나물, 전 종류다. 시금치, 명이나물, 숙주, 고사리 같은 각종 나물에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 호박에 통밀 옷을 입혀 부쳐 먹는다. 가끔 별식을 준비할 때도 있다.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에 루꼴라, 시금치 같은 나물을 곁들여 먹거나 직접 기른 바질을 넣어 토마토 파스타를 요리한다.


■ 황윤 감독의 유부 우엉 덮밥


“제가 덮밥을 좋아해요. 반찬으로 넉넉히 만들어 둔 우엉조림이 있길래, 덮밥이 생각나서 만들어봤는데 참 맛있었어요.”




유부, 우엉, 양파, 당근, 버섯, 간장, 후추, 죽염, 현미밥


1. 유부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기름기를 뺀 후 꼭 짜서 채를 썬다.

2. 현미유에 양파, 당근을 볶는다. 기호에 따라 버섯이나 피망을 추가해도 좋다.

3. 재료가 반 정도 익었을 때, 미리 만들어둔 우엉조림을 추가해서 같이 볶는다.

4. 죽염과 간장, 후추를 조금 넣고 간을 한다. 매운 맛을 좋아하면 고추씨 기름 한두방울 추가한다.

5. 현미밥에 얹은 후 들깨가루나 참깨 가루를 뿌려주면 완성.


* 우엉조림 만들기 팁


“우엉은 채를 썰어서 간장과 물을 넣고 조립니다. 단맛을 내는 재료로 설탕 대신 배즙을 애용해요. 우엉을 미리 넉넉히 조려 두면 반찬으로도 먹고 덮밥 재료로 넣어 먹을 수도 있어요. 유부 대신 구운 두부로 대신해도 좋아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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