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한 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는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식품이다.
1인가구의 증가로 국내 샌드위치 시장의 성장 속도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샌드위치 시장 규모는 약 5459억 원으로 추정됐다. 그 중 편의점 샌드위치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편의점에선 샌드위치가 김밥, 햄버거를 데치고 도시락에 이어 간편식 매출 2위에 올랐다. 편의점 샌드위치는 기존의 속재료에서 벗어나 고기와 야채, 햄, 치즈는 물론 제철과일을 활용한 샌드위치까지 출시하며 다양한 세대의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간편하고 맛있는 데다 영양까지 고려한 식품으로 진화 중이지만, 샌드위치는 환경까지 생각한 음식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샌드위치의 본고장인 영국의 맨체스터대 연구진은 40종의 영국 내 시판 및 홈메이드 샌드위치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ㆍ일상생활에서 만들어 내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총량을 표기한 수치)을 분석해 유럽화학공학연맹의 학술저널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Sustainable Production and Consumption)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영국 샌드위치 산업은 해마다 860만 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것과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샌드위치 한 개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상당했다. 시판 샌드위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개당 최소 739g~최대 1441g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샌드위치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기 위해 재료 생산부터 포장, 냉장보관, 음식물 폐기에 이르는 샌드위치의 전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포함했다.
샌드위치의 탄소발자국이 높은 것은 동물성 식품이 속재료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베이컨, 햄, 소시지 등의 가공육과 치즈와 같은 유제품, 새우 등의 해산물은 탄소발자국을 높이는 주범이다.
앞서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인 미국 NRDC(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천연자원보호위원회)에선 197개 식품의 온난화 정도를 분석, 이를 토대로 생산되는 식품 1㎏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샌드위치의 속재료로 많이 쓰이는 식품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소고기는 1㎏당 무려 26.5㎏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버터는 1㎏당 12㎏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특히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빵의 양면에 바르는 버터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생성을 높였다. 버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가 되는 우유를 저지방 우유와 크림으로 분류한 뒤 저온살균, 냉각, 숙성 등의 생산 과정을 거친다. NRDC의 보고서는 에너지가 집약된 버터의 전 생산 과정이 기후변화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또한 새우와 같은 갑각류는 1㎏당 11.7㎏, 치즈는 1㎏당 9.8㎏, 돼지고기는 1㎏당 7.9㎏, 닭고기는 1㎏당 5㎏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채식 샌드위치라고 해서 탄소발자국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채식 샌드위치에 치즈와 버터가 들어가면 베이컨이나 닭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보다 탄소발자국이 컸다.
다만 집에서 만들어 먹는 샌드위치는 시판 샌드위치보다 탄소 발자국이 적었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샌드위치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399~843g에 그쳤다. 시판 샌드위치의 경우 편의점이나 카페 등 냉장 보관하는 기간 만큼의 탄소발자국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샌드위치 온실가스의 총 배출량은 샌드위치를 냉장 보관하는 과정에서 1/4이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또한 포장 단계의 탄소발자국 비중은 최대 8.5%이며, 재료의 냉장 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4%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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