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달걀의 배신’, 일주일에 세 개 이상 먹으면…
전 세계에서 가장 값싼 ‘완전식품’으로 칭송받던 달걀이 때 아닌 ‘논란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다름 아닌 ‘건강’ 논란입니다.
최근 일주일에 달걀을 서너 개씩 먹거나 식사로 콜레스테롤을 하루에 약 300㎎씩 섭취하면, 심장질환을 일으키커나 조기 사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최신호에 발표됐습니다. 이번 연구는 과거 ‘달걀 섭취가 심혈관계질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와 상반되는 데다, 국내에선 매끼니마다 달걀을 섭취하라는 캠페인과도 상충되는 결과여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 의대 연구팀은 평균 나이 52세 미국인 총 2만9615명을 평균 17년6개월 동안 추적 조사한 코호트 연구 6건의 자료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참가자들 중 심혈관계질환이 발생한 환자는 약 5400명이었습니다. 이 중 1302명이 뇌졸중이 생겼고 일부는 이 때문에 사망했습니다. 또 다른 1897명은 심부전이 생겼고,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다른 심장 질환으로는 113명이 사망했고, 이 밖의 원인으로 사망한 환자는 6132명이었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식사 시 콜레스테롤 섭취량이나 달걀 소비량과도 비교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하루에 식사로 콜레스테롤을 약 300㎎ 섭취하면 심장 질환과 관련한 발병 위험은 3.2% 높아지고 조기 사망할 가능성은 4.4%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달걀의 경우 하루 소비량이 반개 늘어날 때마다 심혈관계질환 위험은 1.1% 상승하고 조기 사망 위험은 1.9%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 의대의 빅터 종 박사(예방의학과 연구원)는 달걀에서는 특히 노른자가 콜레스테롤의 주된 공급원이라고 밝혔는데요.
종 박사와 동료들은 ‘라지 에그’(껍질 포함 중량 56~62g) 달걀 1개에는 콜레스테롤이 약 186㎎ 들어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달걀로 치면 대란(52~59g)이나 특란(60~67g)에 속하는 크기입니다.
지금까지 달걀 속 콜레스테롤은 대부분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로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요.
연구팀은 “고밀도지단백(HDL)이든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든 모든 종류의 콜레스테롤이 심혈관계질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종류에 관계없이 총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하루 평균 300㎎미만으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가 기존의 연구와는 상충되는 부분이 큰 만큼 연구팀은 “과거 연구에서는 달걀 섭취와 다른 건강에 해로운 행동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즉, 운동 부족이나 흡연,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특히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은 일반적으로 포화지방이나 동물성 단백질도 많이 포함합니다.
앞서 많은 연구들이 달걀의 이점을 밝혀왔는데요.
국내 연구에선 계란을 먹으면 도리어 성인병의 지표가 되는 ‘대사증후군’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에선 계란을 하루 한 개 이상 섭취하는 여성은 일주일에 계란을 1개 미만으로 섭취하는 여성보다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도가 23%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경우도 계란을 하루에 한 개 이상 섭취하면 일주일에 계란을 1개 미만으로 섭취하는 남성보다 혈중 고밀도콜레스테롤(HDL-Cholesterol) 비율이 낮을 위험도가 감소했습니다.
달걀 섭취와 심혈관계 질환과의 관계는 과거부터 꾸준히 논란이 됐던 사안인데요. 이번 연구의 경우 기존 연구보다 포괄성이 높다는 것이 미국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 연구팀의 지적입니다. 하지만 워낙 상충된 결과가 많아 달걀이 건강에 좋다, 나쁘다를 가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어떤 종류의 콜레스테롤이든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선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