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스플레인’은 끝? ‘평냉 힙스터’도 모르는 옥류관의 맛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지난 몇 해 사이 ‘평양 냉면’은 젊은 세대 사이의 ‘힙’한 음식의 하나로 떠올랐다.

가요계의 뮤지션들이 ‘평냉 힙스터’를 자처했고, SNS와 블로그, 인터넷 카페를 통해 ‘평냉 지도’가 만들어졌다. ‘평냉 힙스터’들은 까다롭고 꼼꼼했다. ‘슴슴한 맛’의 평양냉면 맛을 모르고선 ‘미식가 반열’에 낄 수조차 없었다. 이른바 ‘면스플레인’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면스플레인’(면+익스플레인)은 ‘평냉’ 사랑이 지극하다 못해 자부심을 느낀 사람들이 맨면에 대해 가르치려 드는 언행을 일컫는 신조어다.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옥류관의 평양냉면에 대해 “원조의 맛”이라고 말했다.

‘면스플레인’에 금이 간 역사적인 사건이 등장했다. 지난 1일, 평양에서의 공연을 마친 남측 예술단이 평양 맛집인 ‘옥류관’을 찾았다. 가수 백지영은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으며 “사실 공연이 중요하지만 저한테는 공연 못지 않게 냉면도 중요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옥류관은 북한의 4대 냉면집(고려호텔, 청류관, 민족식당, 옥류관) 중 하나로 하루 1만 그릇의 냉면을 팔아치우는 맛집이다.

이른바 ‘평평냉’(진짜 평양의 평양냉면)의 사진이 공개되자 ‘면스플레인’은 주춤했다. 옥류관의 테이블 위엔 평냉 힙스터들이 입이 닳도록 언급했던 법칙들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번 평양 공연에 다녀온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리더인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본지 기자에게 “옥류관은 평양 사람들이 즐겨찾는 맛집”이라며 “냉면도 비빔냉면과 물냉면 두 종류가 있고, 식초와 겨자, 양념장을 기호에 따라 넣어먹을 수 있게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고 설명했다.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있는 레드벨벳

현지에서 직접 경험한 예술단의 평양냉면은 ‘평냉 힙스터’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면스플레인’을 흔들었다. 특히 먹는 방식이 그렇다. 식초와 겨자를 금기시했던 것과 달리 정작 옥류관의 안내원들은 ‘맛있게 먹는 법’으로 식초와 겨자, 양념장 뿌리기를 권했다. 이는 김일성 북한 국방위원장이 즐겨먹던 방법이다. 식초를 뿌릴 때는 특별한 법칙이 있다. 육수가 아닌 면발을 젓가락으로 들어올려 식초를 뿌려 육수에 식초 맛이 섞이지 않도록 한다. 그 뒤 겨자와 양념장을 넣어 먹는다.

‘슴슴하고 담백한’ 맛, 먹을수록 깊은맛을 감별해내던 ‘평냉 힙스터’들이 먹는 방식과는 달랐다. 현지에서 공연했던 가수 백지영은 평양 안내원이 만들어준 식초와 겨자, 양념장이 들어간 평양냉면을 맛본 뒤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가수 최진희 역시 “음식 맛이 예전에 비해 양념이 강했지만 맛있었다”며 “우리에 비하면 싱겁고 깔끔하다”고 말했다. 

가수 백지영은 옥류관 안내원이 권한 식초와 겨자, 양념장을 넣은 평양냉면을 맛본 뒤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옥류관의 평양냉면이 독특한 것은 육수 재료 때문이다. 남쪽에서 파는 평양냉면의 육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사골, 닭뼈는 물론 무, 양파 등의 채소가 더해진다. 물론 가게마다 차이가 있다. 옥류관에선 꿩과 닭으로 우려낸 육수로 냉면을 만든다.

면발에도 차이가 있었다. 평냉 힙스터들이 냉면 순위를 매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면발의 메밀 함량이다. 특히 메밀 함량의 여부는 ‘평냉 힙스터’ 중 순수 메밀파가 자주 언급하는 이야기다. 이들은 ‘면이 뚝뚝 끊어지는 100% 메밀면’을 최고로 친다. 식도락가들은 보통 메밀과 전분을 8:2의 비율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옥류관은 칡냉면에 가까운 면발로 “쫄깃하다”는 것이 최희선의 평가다. 메밀 함량이 적기 때문이다.

평소 ‘비빔냉면’을 더 선호한다는 최희선은 “양념장을 섞지 않은 옥류관의 물냉면은 남쪽의 음식에 비해 간이 약하다”며 “담백하고 심심한 맛이 인상적인데 이게 바로 원조의 맛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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