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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말고 설향, 감귤 말고 레드향...요즘 인기인 과일 품종들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소비자들의 기호가 나날이 까다로워지며 식료품 구매 트렌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일이나 채소 구입시 품종을 따지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요즘 소비자들은 농식품을 품종으로 기억하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개인의 취향이 확실해지며 품종에 따른 시장의 세분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딸기 포도 등 과일을 선택할 때에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다면 더 비쌀지라도 기꺼이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자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철마다 특정 과일의 시즌이 돌아오면 소비자들은 품종에 따라 과일을 소비한다. 최근엔 다음과 같은 과일 품종들 인기를 얻고 있다. 

■ 딸기 대신 설향

딸기철을 맞은 요즘 식음료 업계에선 ‘설향’ 마케팅에 한창이다. 최근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딸기 품종이다.


해마다 딸기 시즌이 찾아오면 식품업계에선 딸기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호텔가에선 ‘딸기 뷔페’로 고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올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딸기’가 아닌 딸기 품종인 ‘설향’의 이름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커피전문기업 할리스커피는 ‘설향딸기’를 제품 네이밍과 콘셉트에 반영했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올해 할리스 딸기메뉴는 국내 순수 품종의 딸기를 강조하기 위해 메뉴명에서부터 ‘설향딸기’를 적용했다“며 “설향딸기 메뉴는 지난 딸기 시즌 대비 약 20% 매출이 상승했다. ’설향딸기’로 경쟁제품과 차별화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향은 현재 가장 생산량이 많은 딸기 품종이다. 전체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설향딸기는 풍부한 과즙과 상쾌한 단맛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설향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또 다른 품종들도 알려지고 있다. 담양군에서 2013년 육성한 죽향은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명품 딸기’로 입소문이 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담양에선 신품종 딸기 메리퀸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메리퀸은 당도 12.1브릭스의 딸기로 열매가 단단하고 형태가 좋아 장거리 수송에도 문제가 없다. 또 기존 딸기보다 50% 가량 크고, 과육도 단단한 충남 홍성의 아리향이나 킹스베리, 복숭아 향이 나는 금실 등이 설향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선수로 출격해 눈도장을 찍고 있다. 

■ 귤 대신 레드향

겨울은 전통적으로 ‘감귤의 계절’이다. 과거엔 서양의 오렌지가 귤보다 높은 인기를 모았고, 감귤류와 오렌지를 교배한 한라봉 천혜향이 명품 과일로 인정받았다. 요즘엔 달라졌다. 이젠 ‘레드향’의 시대다.


레드향은 특히 명절용 선물 과일로도 인기가 높다. 농존친흥청에 따르면 명절용 과일의 구매 품목이 확대되면서 소비 유형도 달라지고 있다. 레드향 같은 만감류 소비가 늘면서 가구당 감귤류 구입액은 2010년 3434원에서 2018년 7554원으로 약 120% 늘어난 것을 파악됐다.


레드향은 한라봉과 온주밀감류를 교배해 만든 품종이다. 다른 감귤보다 2~3배 크고, 더 진한 주황색을 띠고 있다. 먹기 편하도록 껍질이 잘 벗겨지는 것이 특징이며, 아삭한 식감과 높은 당도로 인기가 높다. 수확시기는 1~3월, 현재 본격적인 제철에 돌입한 상태다. 

■ 포도 대신 샤인머스캣

지난 몇 해동안 서서히 인기를 얻다 2018년 포도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신품종은 샤인머스캣이다. 포도에서 망고 향이 난다고 해 ‘망고 포도’라고도 불리는 포도계의 ‘슈퍼스타’다.


샤인머스캣은 1988년 일본에서 개발된 고급 청포도 품종이다. 일본이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는 사이 국내 농가에선 샤인머스캣 나무를 들여온 뒤, 한국형으로 개량해 재배 기술을 표준화했다. 이후 우리나라 국립종자원에 생산판매 신고를 마쳤다. 이로 인해 국내에선 일본에 로열티 비용을 내지 않고 샤인머스캣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2016년 278㏊, 2017년 484㏊, 2018년 963㏊(추정치)로 2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80% 이상이 경북 상주, 김천, 영천 지역에서 생산된다.


샤인머스캣은 일반 포도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은 명품 포도다. 1.5~2㎏의 포도가 최고 5만원대까지 오른다. 기존 포도와 달리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샤인머스캣의 인기 요인이다. 먹기 편하고 간편한 최근 과일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샤인머스캣은 기존 포도보다 맛이 뛰어나다. 은은한 망고 향과 아삭한 식감, 18브릭스의 높은 당도로 달콤한 과일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겐 안성맞춤이다. 또한 저장성이 뛰어나 대다수 농가에서 10월 말경 수확을 마쳤는데도 현재까지도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최근엔 수출 규모도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산 샤인머스캣은 중국, 동남아 등 현재 1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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