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은’ 그린 바나나, 왜 좋다고 하지?
미국의 식품매체 푸드네비게이터(Food Navigator)는 ‘2018년에 주목받을 식품 재료’중 하나로그린 바나나 가루(Green banana flour)를 선정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노란색 바나나가 아닌 익지 않은 상태의 녹색빛 바나나이다. 그린 바나나는 현재 유럽에서는 소화기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다양한 글루텐 프리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잘 먹지 않는 그린 바나나가 최근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나나는 수확한 후에도 숙성하는 대표적인 후숙 과일로, 익는 단계에 따라 7단계로 나눌 수 있다. 농장에서 갓 수확한 1단계가 그린 바나나이다. 그린 바나나는 다른 국가로 이동할 때 12도 전후의 온도에 맞춰 수송한다. 우리나라에 도착한 다음 18도 정도에서 다시 숙성시키면 5, 6단계의 노란 바나나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더 숙성한 바나나는 검은 반점이 생기며 당도가 가장 높아진다.
바나나는 숙성시킬수록 떫은 맛이 사라지고 당도가 높아져 맛있어진다. 하지만 익힐수록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이 대부분 당으로 변하기 때문에 노란 바나나에는 저항성 전분이 적게 들어있다. 해외에서 그린바나나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저항성 전분에 있다.
‘저항성 전분’은 다른 탄수화물의 전분과 달리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다. 즉 당질이지만 체내에서 포도당이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혈당이 빨리 올라가지 않는다. 저항성 전분은 대장까지 내려가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면서 장을 건강하게 하고 비만을 예방하는 등 식이섬유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 바나나에는 이러한 저항성 전분이 20% 정도 들어있다. 이 때문에 노란 바나나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온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리버풀 존무어스대 로드니 빌튼 교수는 “그린 바나나 속 저항성 전분은 천천히 체내로 흡수돼 오랜 기간 에너지를 제공하며,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글루카곤을 자극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린 바나나는 당도가 적고 바나나 맛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가루로 만든 그린 바나나가루가 식품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그린 바나나가루를 넣은 베이커리류나 아이스크림 등도 출시되고 있으며 향후 밀가루를 대체할 식품으로 주목하기도 한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