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식품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코로나 이후 이미지 바꾼 냉동식품
-코로나 19 확산이후 냉동식품의 수요 급증, 인식도 긍정적으로 향상
-장기보관ㆍ프리미엄화ㆍ이국음식등 분야 확대가 주요 원인
-만두ㆍ핫도그등 트렌드 겨냥한 국내 수출업체도 성장중
-냉동식품이라도 유통기한과 조리법 주의해서 섭취해야
[리얼푸드=육성연 기자]‘그렇게 맛있지는 않은 저가 인스턴트’. 한동안 냉동식품에게 달렸던 꼬리표이다. 물론 냉동식품은 바로 만든 따뜻한 요리보다 맛있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가끔씩만(?) 먹어야 하는 정크푸드 이미지도 강했다. 이런 취급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꿋꿋하게 성장해오던 냉동식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 상황과 맞물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보다 고급화되고 다양한 맛의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부정적 이미지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냉동식품을 바라보는 소비자 시선은 이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온도이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 냉동식품 수요 급증=최근 미국 온라인 식품 배달업체인 고퍼프(goPuff)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재(CPG) 기업이 주목해야 할 5가지 트렌드’중 하나로 냉동식품의 성장을 꼽았다. 고퍼프는 지난해와 올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냉동식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었다”며 “이는 신선식품 분야에 밀렸던 냉동식품 브랜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의 조사에서도 지난 4월 한 달 간 미국 소비자의 37 %가 일반 스낵과 함께 ‘냉동 스낵’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닐슨 역시 지난 2월 중순에서 4월 중순 사이 프랑스 내 냉동식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하며 신선식품(16%)보다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디저트용 냉동식품은 지난 3월에서 5월 동안 30% 증가하며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확산 초기에는 사실 식량을 비축하려는 목적이 컸다. 장기보관이 가능한 냉동식품을 사재기하거나 신선식품의 대체용으로 구입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혼자 집밥을 해결해야 하는 요리초보자는 물론, 삼시 세끼 밥을 차려야하는 주부에게는 가장 빠르고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어느새 고급스러워진 냉동식품을 맛 본 소비자 마음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냉동식품은 고도화된 ‘급속냉동’ 기술과 ‘콜드체인 시스템’의 정착이 자리잡으면서 프리미엄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영국을 비록한 유럽의 레스토랑이나 일부 식당에서는 매출 급감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을 냉동판매하는 곳이 많아졌다. 프리미엄급 제품의 등장과 고급 메뉴의 냉동판매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고를 수 있는 선택의 분야도 넓어졌다. 피자와 볶음밥뿐 아니라 튀김류, 스낵류, 디저트류, 면 등으로 다양하다. 중국에서는 냉동건조 야채·과일 상품이 시리얼·요거트와 함께 먹는 간식 트렌드로 떠올랐다. 더욱이 각국의 해외음식을 고스란히 담아낸 냉동식품들은 제한된 해외여행으로 이국음식이 그리운 이들에게 매력적인 식품으로 다가가고 있다.
▶‘한국의 맛’으로 수출 기회잡은 한국산 냉동식품들=몇년 전부터 이어진 이국적 음식 트렌드에 ‘한국의 맛’으로 기회를 잡은 한국산 냉동식품들도 많아졌다. 짭쪼름한 한국 만두와 간식용 한국식 핫도그가 대표적이다. 짭짤한 맛의 식사용과 달콤한 디저트·간식용은 전 세계 냉동식품 판매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이다. 한국 만두의 경우 만두 종주국인 중국식 ‘덤플링’이나 일본 ‘교자’ 를 밀어내고 ‘만두’라는 한국 이름이 해외에서 불려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는 지난 1~8월의 7158억 원 매출중 67.4%가 해외에서 나왔다. 올해는 냉동만두 하나로 그동안 국내 식품사가 넘지 못했던 ‘단일품목 매출 1조원’도 돌파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
풀무원 역시 ‘얇은피꽉찬속만두’뿐 아니라 최근에는 한국식 냉동 핫도그로 일본이나 중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모짜렐라 핫도그’는 한국 생산의 3분의 1 가량이 일본으로 수출되며, 한 달에 250만 개씩 판매되고 있다. 풀무원은 핫도그를 필두로 일본 냉동 가정간편식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판매중인 풀무원 냉동 ‘모짜렐라 핫도그’ |
대만 편의점에서도 한국 냉동식품의 인기가 높다. 대만패밀리마트는 떡볶이, 핫도그등의 간식과 함께 한국 잡채나 속초 대게 딱지장등 한식 냉동식품을 인기리에 판매중이다.
대만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한국 냉동 조리식품 [사진=aT] |
▶국내도 ‘프라링 스낵’ 인기등으로 수요 증가 =핫도그나 피자등의 냉동식품은 국내에서도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 핫도그 시장은 676억원이었으나 올해는 8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냉동 피자의 올해 1분기 판매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했다. 닐슨코리아는 냉동식품 인기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집밥’ 트렌드와 에어프라이어의 대중화를 들었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가 전자레인지만으로 살리기 어려웠던 냉동식품의 맛을 한층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최근에는 길어진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야채와 과일값이 오르면서 냉동야채·과일을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
▶냉동식품도 보관시 주의가 필요=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한 때 자취생들의 한 끼 해결용 혹은 빠르게 먹는 가공식품으로만 간주되던 냉동식품이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확산후 긍정적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향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있다. 냉동식품을 이전보다 자주 섭취하게 됐다면 이제는 보관법에도 더욱 신경써야한다. 식품을 얼릴 경우 균의 증식은 멈출뿐이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냉동실에서 꽁꽁 얼린 ‘벽돌식품’일지라도 유통기한은 지켜야 한다. 소시지나 햄은 한 두 달, 해산물과 익힌 소고기는 2~3개월 이상 보관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한 번 해동한 냉동식품을 ‘재냉동’ 하는 일은 위험하다. 식품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 식중독균이 활성화된다. 일단 해동한 식품은 가급적 빨리 먹으며, 요리하고 남은 냉동 식품은 냉장고에 보관후 이틀 안에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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