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영향에 섬마을로 밀려드는 북극곰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굶주린 북극곰 50여 마리가 러시아 섬마을 주택가에 출몰하면서 지역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얼음이 녹아내리자 북극곰들이 먹을 것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겁에 질린 주민들은 학교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고, 경고사격 등으로 북극곰을 쫓아내려 했지만, 소용이 없자 집 밖으로 나오는 행위 자체를 꺼리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러시아의 외딴 섬마을 노바야 제믈랴에 북극곰 50여마리가 출몰해 주택가를 배회하며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건물 안까지 들어오는 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약 10마리는 아예 마을에 눌러앉았다.
지역 행정 책임자인 비간샤 무신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1983년부터 이곳에 살면서 이렇게 대규모로 북극곰이 출몰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북극곰들은 기후변화 영향에 북극 얼음이 녹아내리자 먹을 것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기후변화 때문에 북극곰들은 정상적인 이동 경로와 사냥로에서 벗어났다”며 “북극이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두 배나 빨리 온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극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단순한 연민이 아닌 두려움”이라면서 “이런 두려움은 먼 미래의 위협인 줄만 알았던 기후변화의 위기가 갑자기 현실로 느껴지는 현 상황에서 당연한 감정”이라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인간이 없는 곳이 없고 곰들은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며 “그런데도 언론은 헤드라인에서 북극곰의 ‘침략’에 초점을 맞추고 곰들의 ‘추방’을 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북극곰이 겨울을 잃어가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인간 또한 그렇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과 북극곰을 안쓰러워하고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극곰을 쫓아내기에 앞서 기후변화와 북극곰 생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최근 50년 사이에 북극의 얼음 면적은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또 북극해 일대의 석유ㆍ천연가스 탐사, 유해 화학물질 농도의 증가, 인간과의 충돌 등으로 북극곰은 서식지를 잃어가면서 굶주리고 있다.
WWF 관계자는 “북극곰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북극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북극곰의 위기는 북극 해양 생태계의 또 다른 문제를 파악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의 곰과 지구를 지키기 위한 ‘세이브베어(#SaveBear)’ 캠페인을 진행 중인 WWF 코리아의 윤세웅 사무총장은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프리 캠페인 등에 적극 참여하며 지구를 위해 변화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세이브베어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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