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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은 탄수화물 아닌 ‘텅빈 탄수화물’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피해야 할 대상으로 흔히 언급되는 것은 탄수화물이다. ‘다이어트의 적’으로 불릴만큼 탄수화물은 체중감량 식단에서 가장 빠르게 없어지는 영양소다. 하지만 제거해야 할 대상은 엄밀히 말해 탄수화물이 아니다. 탄수화물 앞에 ‘정제된’이라는 조건이 들어가야 옳다.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건강과 적절한 체중유지를 위해서는 모든 탄수화물이 아닌, 정제된 탄수화물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대인의 식탁을 점령한 흰 빵이나, 밀가루, 설탕 등 이른바 ‘백색 식품’들이다. 이를 이용해 만든 빵과 케이크, 피자, 과자, 면류, 각종 음료수 등의 가공식품들도 해당된다.

먹을수록 더 먹는다…‘탄수화물 중독’

우리가 정제 탄수화물을 지금처럼 많이 먹게 된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통곡물을 주로 먹던 과거와 달리, 식품 생산이 산업화되고, 가공과정을 거치는 식품들이 쏟아지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로 인해 ‘탄수화물 중독’도 생겨났다. 설탕이 많은 단 음식과 음료, 흰 밀가루 음식 등의 섭취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고, 중단할 경우 마음이 불안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이는 마약이나 흡연의 금단현상과 비슷하게 뇌 영역의 변화가 나타나므로 ‘중독’이란 단어가 붙여졌다. 세계당뇨병협회(IDF)는 전 세계 많은 인구가 탄수화물 중독 증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당뇨와 심장질환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제 탄수화물은 탄수화물이 빨리 분해·흡수되기 때문에 혈당량도 급속도로 증가하며 공복감도 쉽게 느낀다”고 말했다.


정제 탄수화물은 ‘중독’ 증상이 나타날 만큼 먹을수록 더 많이 먹게 되지만, 정작 영양소는 텅 비어있다. 반면 열량은 대부분 높은 편이다. 강재헌 교수는 “흰 쌀은 여러 번 도정과정을 거치면서 영양소의 95%가 들어있는 현미 피와 쌀눈이 제거된다. 밀가루도 배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으로 정제되어 비타민·미네랄 함량이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탄수화물도 고품질로”…포만감 높은 콩·잡곡 활용

반면 콩, 통곡물처럼 가공되지 않은 탄수화물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주요 질환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각종 물질들이 가득차있다. 2019년 국제 학술지 랜싯(Lancet)에 실린 뉴질랜드 오타고 의과대학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섬유질이 풍부한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섭취한 성인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당뇨병과 암 발생의 위험이 최대 31% 낮게 나타났다.


2018년 미국 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미국 스탠포드 의과대학교 연구진의 논문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설탕을 비롯해 정제 곡물이나 가공식품을 평소보다 줄인 과체중 그룹은 지방 또는 음식의 양을 줄이거나, 칼로리를 계산하지 않고 먹었음에도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혈당이나 혈압 수치도 개선됐다. 연구진은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식단에서 탄수화물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무조건 칼로리만을 따지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으나, 건강한 탄수화물 위주로 식단을 대체하면 오히려 포만감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현미나 귀리, 잡곡밥을 먹으면서 각종 콩류를 요리에 활용하면 좋다.


강재헌 교수는 “현미나 잡곡밥은 비만·당뇨병·고혈압·대장암을 예방하는 건강식”이라며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은 분해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포도당을 혈액으로 천천히 내보내며, 위장관에 오래 머물러 포만감도 지속시켜준다”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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