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1400개…多브랜드는 상생 위한 것”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인터뷰
-점주 쥐어짜기 아냐…“가맹점 1400개 이유 있어”
-“다브랜드전략 일부 오해도…사업적안정 위한 것”
“새 브랜드 개발이 고민이죠. ‘골목상권 파괴자’라고 욕 먹으면서 한 3년은 브랜드를 못 내놨어요.”
최근 사업과 관련한 가장 큰 고민을 묻자 즉각 대답이 튀어나온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본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백종원 대표는 영락없는 외식사업가 모습이었다. TV 화면 속 ‘골목식당’ 대신 집무실을 이리저리 오가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알려진대로 그는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빽다방’ 등 20여개 브랜드를 보유한 외식전문기업 더본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그의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그는 한때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신규 브랜드를 내놓지 않았다.
올 초부터 골목상권 식당을 살리는 취지의 방송 프로그램(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며 그를 향한 오해도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최근에야 브랜드 개발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 ‘골목식당’을 누비는 사람으로 유명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그는 “돌발상황에 대비한 다브랜드 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음식을 사랑하는 것’이 요식업의 기본”이라고 했다. [제공=더본코리아] |
▶“점주 쥐어짠다고? 점포 두 세개 하는 분도 있어”=물론 더본코리아 운영과 관련해 여전히 날선 시선도 있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다.
일각에선 더본이 비현실적인 가격 정책으로 점주들을 쥐어짜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빽다방 아메리카노는 1500원, ‘홍콩반점0410’ 짬뽕은 5500원 수준이다. 동일 카테고리 다른 브랜드에 비해 500~1000원 이상 저렴하다.
백 대표는 “천원짜리 커피 팔아서 점주들한테 뭐가 돌아가느냐 하지만 점포를 두 세개씩 운영하는 점주도 있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신 더본은 점포 소형화와 식재료 장기계약 등으로 비용을 줄여 수익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취한다.
지난해 프랜차이즈별 가맹점 매출을 보면 빽다방 면적(3.3㎡)당 매출은 1980만원으로 다른 유명 커피 브랜드(700~900만원)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매장 면적을 줄여 인건비 부담 등을 최소화한 덕에 가능했다. 빽다방 평균 면적은 50㎡ 이하다.
백 대표는 빽다방 외 다른 브랜드도 소형점포 중심으로 가맹점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했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재료 단가는 협력사와 1~2년 이상 장기 계약해 낮추고 있다. 대량 매입하는 것보다 장기 계약이 식재료를 보다 저렴하게 공급받기 좋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빽다방 커피 원두도, 홍콩반점 재료도 각각 유명 커피전문점, 일반 중국집과 비교해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고 했다.
▶“돌발상황 대비해 다(多)브랜드 불가피”=백 대표의 다브랜드 전략을 두고도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그는 가맹점주와 상생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본사가 경쟁력 있는 가격의 식자재를 공급하려면 장기 계약과 함께 매장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해요. 일정 매장 수가 유지되려면 돌발 상황에서 점주가 ‘갈아 탈’ 다른 브랜드가 필요하죠. 돼지콜레라와 같은 사태가 발생해도 다른 선택지를 제공해 충격파를 줄일 수가 있는 거죠.”
백 대표는 다브랜드 전략이 앞으로도 고수해갈 부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의 사업적 판단이 유효함은 가맹점 수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식당 방송하면서 가장 듣기 싫은 얘기가 ‘니네 거나 잘하라’는 거예요. 제대로 운영 안했으면 가맹점이 1400개 넘게 생겼을까요? 상품성이 없으면 점주들이 선택 안하죠. 그래도 더본 브랜드가 나으니까 선택하시는 거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저희는 계속 메뉴를 개발하는 거죠.”
물론 전 가맹점이 균등한 맛을 내도록 하는 것은 백 대표에게도 어려운 숙제다. 라면도 끓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니 말이다. 최대한 일정하게 맛을 맞춰가는 것이 최대 과제이자 최종 목표라고 했다.
▶“우선 음식 사랑해야…잘 되는 가게만 보고 창업하면 망해”=여러 전략적 판단에 앞서 요식업 사업가로서 그가 강조하는 기본은 ‘음식을 사랑하는 것’이다. 20여년 전 사업 실패로 죽으러 간 홍콩에서도 음식만 보면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는 외식업 창업을 고민 중인 이들도 자신이 먹거리를 좋아하는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가 지금도 에너지를 갖고 일하는 건 ‘뭐 팔까’가 아니라 ‘뭐 먹을까’를 고민하기 때문이예요. 좋아할 수 있는 일인지부터 보고, 그 다음엔 충분한 경력을 쌓아야죠. 일반 직장도 1년씩 취직 준비하잖아요. 다들 장사 잘되는 곳만 보고 ‘나도 빨리 열어야지’ 하죠. 그런데 안되는 곳을 보는 사람들이 보통 성공하더라고요.”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