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즈니랜드,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100만 명. 2016년 5월 7일부터 6월 11일까지 상하이 디즈니랜드 시범운영 기간에 입장한 관람객 수입니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인구수를 자랑하는 중국이기에 새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중국인들이 얼마나 이 디즈니랜드를 기다렸는지 잘 알아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총 6조 5,000억 원이 투입된 아시아 최대 테마파크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을 맞이하여 디즈니랜드에 대해서 깔끔하게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이모저모
- 건설비용 6조 5000억 원
- 상하이 선디그룹 57%, 월트디즈니 43%의 지분 소유
- 주말 입장료 약 8만 8,832원 책정
- 홍콩 디즈니랜드 약 8만 1,520원 / 도쿄 디즈니랜드 8만 1,747원
- 세계 6번째 디즈니랜드
- 약 120만 평 규모로 조성되어 아시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 (홍콩의 3배, 일본의 2배)
- 매년 1,500만 명의 관람객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
과연 대륙 스케일입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디즈니랜드만의 수익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히지만 그에 따른 파급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은 숙박비와 선물 구입비 등을 더하여 연간 3조 5000억 원을 지출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상하이의 지역 총생산이 0.8%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
물론 이는 지나친 장밋빛 전망일 수 있습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입장료는 꽤 비싼 편이며, 이에 숙박비 등을 더하면 그 금액은 꽤 무리가 된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평범한 3인 가족이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즐기는 돈을 46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는 중국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의 거의 절반(42%)에 해당하는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다른 나라 디즈니랜드를 이용하려는 중국인들을 상하이에 묶어둘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도쿄와 홍콩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입장객의 상당수가 중국인입니다.
중국 상하이에 디즈니랜드가 들어선다는 건 홍콩과 조금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디즈니랜드는 미국의 상징이자 자본주의의 아이콘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이데올로기가 다른 중국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실제로 건설을 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월트디즈니, 상하이 디즈니랜드 유치의 역사
- 2007년부터 본격적인 논의
- 입지 선정, 1인당 소득 3,000달러 미만의 경제, 국제 금융위기 등으로 일시적 좌초
- 중국 상하이가 아닌 한국으로 온다는 소문이 났음
- 2010년 정부기업 3사를 동원하여 법인을 설립
- 여행, 연예, 금융의 대표주자 기업을 참여시켜서 프로젝트를 진전시킴
- 의문 또 의문에도 불구하고 월트디즈니는 중국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최선을 다하여 협력
-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누그러뜨리고자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영입하여 중국 측에 엄청난 로비를 함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디즈니 본사뿐만 아니라 중국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테마파크가 가진 파급력과 경제적 유발효과를 기대하며 미국과 마찰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에 디즈니 본사도 중국 현지화를 통해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플로리다 디즈니랜드 |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
중국어 버전 〈라이언 킹〉 뮤지컬에는 주인공 심바를 도와서 늑대 무리를 물리치는 캐릭터로 손오공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색상인 빨간색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퍼레이드 등에도 중국의 색깔을 많이 입혔습니다.
세계 디즈니랜드 현황
1.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 1955년 개장 / 62만 평
- 랜드마크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성
2.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랜드
- 1971년 개장 / 3,060만 평
- 랜드마크 신데렐라 성
3.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
- 1983년 개장 / 60만 평
- 랜드마크 신데렐라 성
도쿄 디즈니랜드 |
4. 프랑스 파리 디즈니랜드
- 1992년 개장 / 674만 평
- 랜드마크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성
파리 디즈니랜드 |
5. 홍콩 디즈니랜드
- 2005년 개장 / 38만 평
- 랜드마크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성
6.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
- 2016년 개장 / 117만 평
- 랜드마크 마법에 걸린 동화책 성
참고 삼아 말씀드리면 에버랜드가 10만 평 정도입니다. 디즈니랜드의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잘 볼 수 있죠. 그럼 여기서 생기는 의문. 정말 디즈니랜드는 우리나라에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한국에 설립될 뻔한 디즈니랜드?
- 2006년 진출을 고려하기는 하였음
- 김제에 건설하려 했으나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사실무근
- 디즈니랜드가 들어올 가장 유력지는 과천
- 서울 바로 옆에 있고 지하철 등의 교통망도 우수, 디즈니랜드 예정 부지가 서울시 소유라서 추진에 큰 걸림돌이 없었음
- 예정 부지에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이 있어서 이에 따른 문제가 있었고 서울랜드와의 계약도 걸림돌이 되었음
- 주변에 에버랜드와 롯데월드가 있는 상황에서 과연 수익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
- 이에 디즈니랜드는 한때 고려하던 과천 디즈니랜드를 포기하고 상하이 쪽으로 급선회
사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디즈니랜드가 있는 게 좋을 것입니다. 굳이 일본이나 홍콩에 가지 않아도 디즈니랜드를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요? 하지만 테마파크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테마파크의 성공은 얼마나 차별성이 있는가, 얼마나 콘텐츠가 훌륭한가에 따라 갈리기 때문입니다.
2005년 개장한 홍콩 디즈니랜드가 겪는 운영난을 생각해보십시오. 테마파크는 초기 건설비가 많이 들고 유지비가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정말 많은 관광객이 찾고 돈도 많이 써야지만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5,000만 명의 인구 수준에다가 고작 면세점 쇼핑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는 한국에서 디즈니랜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테마파크의 무덤입니다. 우리나라의 한심한 테마파크 실패의 역사를 살펴보실까요?
대한민국의 테마파크 실패사
1. 세계적 완구업체 레고 그룹이 1999년 경기 이천에 테마파크 건설 추진
- 자연보전권역에 따른 규제로 인해서 포기
- 독일로 발길을 돌렸다가 17년이 지나 강원도 춘천이 유치
2. 롯데월드가 부산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사업 추진
- 사업성 부족 판단을 내리고 포기
3.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지난 2007년 경기도 화성에 테마파크를 세우려고 사업 추진
- 땅 소유주인 한국수자원공사와 땅값 문제 발생
- 외국인투자 실패
- 롯데그룹의 경영난까지 겹쳐서 2013년 무산
- 그 후 다시 사업을 재추진하려고 했으나 대기업의 참여가 부재한 가운데 성공할지는 미지수
4. 경남도가 진해 글로벌테마파크를 만들려고 추진
- 정부가 사전 납입금으로 590억 원을 입금하도록 하는 등 진입장벽을 높게 설치하는 바람에 중국 투자자들이 투자 포기
5. 인천시가 청라국제도시 안에다가 로봇랜드를 조성하려고 추진
- 민간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하였으나 너무 높은 토지가격(1평당 236만 원)과 사업성이 떨어져서 투자자가 없음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와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인해서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들어올 환경이 되지 못합니다. 아마 에버랜드를 가진 삼성이나 롯데월드를 가진 롯데의 견제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공한 테마파크가 지역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크지만 일단 그 지역이나 국가가 관광 매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어떤 테마파크를 가고 싶어서 해외여행을 할 수도 있지만 오로지 그 테마파크만 가기 위해서 먼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은 많이 없습니다. 그 나라를 관광하면서 함께 가는 경우가 훨씬 많죠.
그렇기에 우리나라에 그저 디즈니랜드 하나만 들어온다? 무조건 실패합니다. 디즈니랜드가 아시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면 모르지만, 홍콩도 도쿄도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관광적 콘텐츠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늘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테마파크를 무조건 장밋빛으로 보면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과연?
어쨌든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으로 중국인들은 함박웃음을 짓게 되었습니다. 과연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예상대로(?) 성공했을까요? 웬만해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테마파크라는 점에서 힘들죠. 게다가 이렇게 벼르고 있는 완다 그룹의 저항으로 인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완다가 있는 한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20년 안에 흑자를 못 낼 것이다. 좋은 호랑이(디즈니)도 한 무리 늑대(완대)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차별성이 있는 콘텐츠로 무장한 테마파크 하나는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유효합니다. 그런 점에서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성공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필자 보헤미안 (블로그)
글을 쓰는게 좋은 활자 중독자이자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하는 리얼리스트입니다. 조금이나마 글을 통해서 소통하고 싶고, 상식이 깨어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