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처럼 배우자, 스쿼트의 기본
스쿼트. 바벨 백 스쿼트. 케틀벨 가블렛 스쿼트나 프론트 스쿼트.
가장 대표적인 운동이고, 몸짱을 희망하든 힘짱을 희망하든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일단 스쿼트는 우리가 수시로 하는 동작입니다. 다만 현대사회에서는 점점 수행하는 빈도가 줄어든다는 것 뿐이죠. 양변기를 사용하니 좌변기를 이용할 때보다 덜 쪼그려 앉고 바닥에 주저앉아 담소를 나누는 일도 거의 없죠. 대신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언제부터인가 스쿼트라고 하면 무릎 높이까지만 엉덩이가 내려가는 하프 스쿼트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고, 무릎 아래까지 엉덩이가 내려가는 풀 스쿼트는 ‘풀’ 이란 단어를 붙여야만 소통이 되는 그런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본래 스쿼트는 풀 스쿼트를 의미합니다. 왜 그런지 궁금하시면 마크 리피토의 ‘스타팅 스트렝스’를 참고해주세요.)
여하튼 이렇게 스쿼트가 좋다, 스쿼트로 몸 만든다, 하체는 역시 스쿼트다 등등 말은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스쿼트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재미난 건 센터에 처음 찾아오시는 분 중에 스쿼트가 뭔지 아예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지만, 스쿼트를 제대로 수행하시는 분도 거의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리고 스쿼트를 하고 통증이 없다는 분도 거의 없습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오늘은 우리가 스쿼트를 익히는 방법을 바꿔보자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보기엔 잘하는 듯하지만 사실 딱히 안전해 보이지도 견고해 보이지도 않는 스쿼트… |
사실 본래 인간이 수행하는 스쿼트는 위 아기가 하는 것처럼 저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입니다. 그냥 아기 때 손발을 움직이다 몸을 뒤집고 기고 구르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과정에서 하게 되는 스쿼트죠. 다만 성인이 되고서는 이런 신체 활동을 하지 않게 되면서 그 움직임 자체를 잊어버리고 다시 배울 뿐입니다.
문제는 우리는 스쿼트를 배울 때 ‘앉는 방법’부터 배운다는 점입니다. 분명 태어나 처음 하는 스쿼트는 ‘일어서는 것’이었을 텐데 말이죠. 아기가 두 발로 먼저 서서 걷습니까? 아니면 일단 일어나는 것부터 합니까? 일어나야 걷고 다시 앉을 수 있겠죠. 아기가 서서 태어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왜 앉는 것부터 배울까요? 앉는 것부터 배우는 스쿼트는 너무 어렵습니다.
허리는 펴야 하고…
뒤꿈치는 붙어 있어야 하고…
엉덩이는 아래로 내려가야 하고…
동시에 무릎은 모이면 안되고…
그러다 보면 정말 웃지 못할 자세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앉는 것도 그냥 ‘의자에 한번 앉아보세요’ 하면 의외로 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결국 ‘학습’의 문제도 있다는 것입니다. FMS에서는 모터 컨트롤(Motor Control) 이라고 하던데 그냥 저는 ‘학습’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쿼트를 쪼그려 앉은 자세부터 시작합니다. 말 그대로 그냥 쪼그려 앉습니다. 운동을 할 때 우리는 쪼그려 앉는 동작을 생각보다 자주 하게 됩니다. 코어 운동으로 많이 하는 네발 기기나 푸쉬업 플랭크에서 발은 그대로 두고 손으로 뒤로 기어와 쪼그려 앉는 위치로 가는 거죠.
처음에는 등이 둥글게 말리고 엉덩이를 낮출 수 없으며 무릎을 벌리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위 사진처럼 골반을 벌리는 연습부터 해 주면 좋습니다.
위 자세가 익숙해지기 시작한다면 이제 천천히 상체를 세워볼 차례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양 팔꿈치로 무릎 안쪽(무릎 안쪽입니다! 허벅지가 아니에요!)을 밀어주며 그 힘으로 머리를 천장으로 밀어주세요. 발뒤꿈치(저는 복숭아뼈 아래! 란 표현을 씁니다)로 지면을 지그시 눌러주면서 보폭을 조정하셔도 좋습니다.
위 동작을 하게 되면 딱히 의도하지 않아도 무릎은 발끝을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호흡을 마셨다가 내쉴 때마다 팔꿈치로 무릎을 누르면서 머리를 위로 밀어주면 척추가 천천히 펴집니다. 굽었던 등이 드디어 천천히 펴지게 되죠.
처음부터 완전히 곧게 펴지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땐 무리해서 세우려고 하기보다는 골반을 좌우로 벌리면서 앞쪽으로 당기는 연습만 먼저 해주세요.
윗 사진에서 허리가 둥글게 굽은 자세(오른쪽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골반은 뒤로 돌아가 있습니다. 골반을 앞쪽으로 당겨 회전시키면 스쿼트 시에 허리가 곧게 섭니다. 아래 사진의 Anterior pelvic tilt를 참고하세요.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위와 같이 골반을 당기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쪼그려 앉은 상태를 먼저 연습해서 이 포지션이 편안해지면 일어나는 것과 다시 앉는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회원님들께 푸쉬업 플랭크에서 기어오고 기어가고 다시 쪼그려 앉는 자세를 만드는 연습을 먼저 지도합니다. 그러면 다들 물어봅니다. “이거 왜 하는 거에요?” …바로 이래서 하는 겁니다.
그리고 스트롱퍼스트 케틀벨 트레이닝을 실시할 때 강도 높은 스쿼트 루틴을 소화하기 전에도 역시 이렇게 스쿼트를 다시 연습하고 실시합니다. 그렇게 하면 무릎이 아프시다던 분도, 앉다가 넘어지는 분들도 천천히 익숙해지십니다. 물론 발목의 가동성이 전제되어야 하고 발바닥이 기능적으로 바닥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이런 세부사항들이 다 필요하지만 일단 오늘은 스쿼트를 배우는 관점을 바꿔 보자는 점만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연습하는 스쿼트가 너무 어렵고 고통스럽다면 방법을 바꾸어보세요. 일단 앉아봅시다!!^^
이우제. 운동보다 공감하고 싶은 트레이너. '먹지 마세요' 보다 '드세요'를 말하고 '하세요' 보다 '쉬세요'를 더 자주 말하는 이상한 트레이너. 자격사항 : SFG / SFB / SFL / FMS lv2 / GFM lv2 / NASM-C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