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한 해 동안 몇 kg의 귤을 먹을까?
한국에서 귤을 싫어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죠.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과일이 바로 귤입니다. 귤은 추운 겨울 이불을 뒤집어쓰고 만화책을 보며 하나씩 까먹는 과일의 대명사죠. 또 누구나 나도 모르게 손이 노래질 때까지 많이 먹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달달하고 새콤한 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우리는 1년 동안 귤을 얼마나 먹으며, 귤을 먹으면 왜 손발이 노랗게 되는 걸까요? 제주도에선 언제부터 귤을 재배한 걸까요? 귤에 대한 작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려드립니다.
한국인은 한 해 11kg의 귤을 먹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제주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한 해 동안 한국인이 1인당 먹는 감귤의 양은 11.2kg입니다. 너무 많다고요? 심지어 이것도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이랍니다. 2007년에는 1인당 16.0kg를 먹었거든요. 이후 2009년 15.2kg, 2011년 13.6kg, 2018년 11.8kg 등으로 하락하면서 지금에 이른 것이지요. 이는 수입 과일 등이 들어오면서 먹을 과일이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귤은 여전히 국내에서 소비량 기준 과일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재배를 본격화한 것은 1970년대이다
우리나라에서 귤을 본격적으로 재배한 역사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습니다. 5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1961년 연두 순시차 제주를 찾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익성 높은 감귤을 재배하라고 지시를 내리면서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감귤 증산 5개년 계획'이 수립되고 감귤과수원 조성자금이 지원되면서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대량 생산이 이루어진 것이죠. 물론 오래전에도 감귤은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진상되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산업'으로서의 감귤 재배가 이루어진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흠집 난 것이 더 맛있다
아무래도 외면이 예쁜 게 더 맛있어 보이는 법이지만, 귤은 윤기가 나고 매끈한 게 맛있는 귤은 아닙니다. 덜 익은 귤을 따서 인공적으로 코팅 처리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죠. 오히려 윤이 덜 나고 약간의 흠집도 있고, 가무잡잡한 귤이 더 맛있습니다. 또 유기농으로 귤을 재배할수록 껍질이 거칠고 흠집이 나 있는 것이 많습니다. 귤과 같은 과실은 대체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향이 강해지고 당도도 올라가는데요. 귤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껍질이 울퉁불퉁하고 거칠어집니다.
많이 먹는다고 황달이 오진 않는다
귤을 많이 먹으면 손바닥이나 발바닥이 노랗게 변하는데요. 대부분이 이를 일시적인 상황으로 보긴 하지만, 이런 증상 때문에 귤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귤에 의한 피부 변색은 귤 속 카로틴 성분의 색소에 의한 일시적인 변화에 그치는 것이므로 괜찮습니다. 이 성분은 보통 장에서 30% 정도 흡수되어 혈액에 섞여 전신으로 퍼지고 남는 부분은 피하지방에 축적되는데요. 피하지방이 많은 부분에서 그만큼 색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손바닥과 발바닥의 피부가 노랗게 보이는 것입니다. 진짜 황달은 손발이 아닌 눈의 흰자위가 노란색을 띠는 증상을 보입니다.
먹으면 똑똑해진다
2017년 11월 농촌진흥청과 제주대학교가 발표한 동물 실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귤 추출물은 새로운 사물 인지능력과 공간 인지능력,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실험용 쥐를 상대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감귤 추출물을 투여한 그룹의 새로운 사물 인지 능력이 약 50% 정도 향상되었다고 하는데요. 공간 인지능력 검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감귤 추출물은 신경영양인자 단백질(BNDF)의 발현을 증가시켜 기억력 장애 현상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개만 먹어도 하루치 비타민C가 충족된다
그렇다면 비타민C의 대명사 귤은 어느 정도나 먹어야 하루치 필요량을 채울 수 있을까요? 바로 단 두 개입니다. 귤에는 100g당 55~60mg 정도의 비타민C가 들어 있는데요.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성인의 1일 비타민C 섭취 권장량은 60~100mg입니다. 그러니 중간 크기의 귤 2개만 먹으면 하루 권장량을 금방 채울 수 있습니다. 다만 임산부나 흡연자 등은 조금 더 먹는 것이 권장되고요. 반대로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귤에 당분이 들어 있으므로 하루 1개 정도만 먹는 게 좋습니다.
추운 날씨에 재배한 귤이 비타민 C가 더 많다
귤은 추운 겨울에 재배한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비타민 C를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더불어 당분, 유기산, 아미노산, 무기질 등 다양한 성분도 들어 있죠.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도 겨울철에 귤을 많이 먹는 게 건강에 더 좋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귤에 풍부한 비타민 C는 면역력을 높여주고 항산화 작용을 해 감기 예방과 피로 해소, 피부 미용,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습니다.
귤피 산업이 뜬다
귤껍질을 이용한 일명 '귤피 산업'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귤을 먹으면 껍질은 거의 버리다시피하지만, 중국에선 귤껍질은 이미 귀한 몸입니다. 중국에서는 이 껍질을 묵혀 진피로 이용하는데요. 10년 묵은 진피는 500g당 무려 11만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중국 신후이에서는 이 진피를 특산화하여 25만 톤의 감귤로 1조 원의 시장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회 등에서도 귤껍질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서 제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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